기승전결 구조가 선명하고 내용이 깔끔하게 이해되는 영화들이 있죠. 많은 이들이 좋아합니다. 반면 세상의 기이함을 증폭한, 불가해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내세우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익숙하되 밋밋한 감각' 대신 '낯선 사고 회로'를 잠시 장착할 수 있어 이 같은 기묘한 영화를 오히려 좋아하는 분들도 적잖을 텐데요. 해외 매체가 선정한 역대 가장 기이한(bizarre) 영화 10편*을 10위부터 1위까지 소개합니다.
* 출처: 미국 영화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의 『The 10 Most Bizarre Movies of All Time(2023.8.9)』
10.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 (감독) 다니엘 콴
세탁소를 운영 중인 미국 이민자 에블린은 세무당국 호출에 응하는데…
"분 단위로 기이하고 정신착란적인 요소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이 부조리 판타지극은 거대 예산의 블록버스터들을 쉽게 능가한다."
☜ 해당 멘트들은 매체의 영화 소개 중 발췌·번역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9.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 요르고스 란티모스
근미래, 솔로들은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엔딩 후 지적 대화를 유발하는 영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친숙한 개념들을 사악하고 불온한 시나리오로 대체."
<더 랍스터>
8.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 스파이크 존스
실업자 신세인 인형술사, 신문에서 서류정리 구인광고를 보게 되는데…
"시각적으로 탁월하고 지적으로 자극이 되는 작품. 익살맞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by 로저 에버트
<존 말코비치 되기>
7.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1991) / 데이빗 크로넨버그
아내와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곤 하던 살충 구제원 빌, 마약 복용 혐의를 받고는…
"영화 매체가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제공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네이키드 런치>
6. 비가튼 (Begotten, 1989) / E. 일라이어스 메리지
성경의 창세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진 컬트·아방가르드 작품.
"그저 보는 게 아닌, 경험돼야 하는 영화. 고전적인 영화 규범을 벗어나 자신의 고유함을 뻔뻔할 정도로 선언해버리는 수작."
<비가튼>
5. 철남 (Tetsuo: The Iron Man, 1989) / 츠카모토 신야
스피드를 꿈꾸는 남자, 자신의 허벅지에 고철을 찔러 넣고 마는데…
"기이함과 재치가 도드라진, 실험영화계의 컬트." "매혹적 줄거리와 독특한 시각 미학으로 관객 마음에 영원히 남을 획을 그어버렸다."
<철남>
4.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 1977) / 데이빗 린치
헨리 스펜서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그녀의 부모를 만나러 간다.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이정표." "이상한 크리처들, 놀라운 기계 구조, 신비한 이미지들이 깜짝 놀랄 수준의 영화예술로 융합된다."
<이레이저 헤드>
3. 홀리 마운틴 (The Holy Mountain, 1973)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예수를 닮은 한 남자, 세상을 살리기 위한 임무를 안고 여정에 오른다.
"기존 시네마에 대항하는, 통찰력과 대담함을 갖춘 작품." "낡은 플롯과 예측 가능성은 잊어라. 이 영화는 당신을 경악케 만들 것이다."
<홀리 마운틴>
2.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The Fabulous Baron Munchausen, 1962) / 카렐 제만
허풍선이 남작은 달에 표류된 우주인을 외계인으로 착각하고 마는데…
"유럽 영화의 고전적 접근법에, 서사 형식에 대한 혁신적이고 과감한 탐구를 결합시킨 영화사의 소중한 유물."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1.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 1929) / 루이스 브뉴엘
면도날로 눈을 그어버리는 'THE 장면!' 초현실주의의 영원한 걸작.
"90년도 더 됐지만 여전히 기이함을 유지 중. 영화평론가, 미술사학자, 씨네필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연구의 대상이 되는 작품."
<안달루시아의 개>
이상 기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영화 10편을 살펴봤습니다.
이 중 저의 1픽은 3위로 선정된 <홀리 마운틴>입니다. 조도로프스키의 이 기이한 걸작은 2003년 국내 개봉 당시 처음 접했는데요.(+엘 토포) 너무 기괴하다 보니 데이빗 린치의 세계는 참으로 얌전하고도 시시했구나, 를 되뇐 기억도 납니다.
'성스러운 것' 혹은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기표라면 그 무엇이든 발가벗기고 말겠다는 듯한, 과감함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 조롱. 그 광기 어린 에너지로 가득 찬 <홀리 마운틴>만의 전무후무한 전개와 이미지에는, 지금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 러닝 타임 내내 그 난장을 쳐놓고는 "우리들의 사랑으로 지구를 구하자"던 5위 <철남> 또한 갈 데까지 간, 매력 넘치는 영화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 중 어느 작품이 가장 끌리나요? 리스트 외에도 그 기이함에 머리를 감싸 쥔 영화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D ⓒ erazer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