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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도 공약도 아닌 선거

2025년 대선 풍경

by 쭝이쭝이

1987년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이후 한동안 선거 캠페인 구호로 많이 등장했던 단어가 '인물'과 '공약'이다.

민주화 이후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이 극심해졌고 영남권은 보수계열, 호남은 진보계열 정당에 표를 주는 현상이 이어져왔다.

당시엔 지역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 갈등 해소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을 보고 뽑지 말고 '인물'을 보고, 또는 '공약'을 보고 뽑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저성장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공약은 사실상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슷해졌다.

특히 복지 분야 공약은 거의 대동소이해졌고, 정책의 방향성도 속도의 문제일 뿐 별 차별성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인물이 더 새로워졌을까.

개인적 견해는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에선 참신한 인물이 나오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에 뛰어들려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데, 2030대에서 생업을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은 소위 '금수저' 뿐이다.

실제로 시의원이나 구의원 등 기초의회에서 청년 비례나 청년 의원들 프로필을 살펴보면 대부분 특별한 사회경험이 없이 정당 공천을 받아 정치에 뛰어든 금수저들이 많이 보인다.

국회의원은 재선, 3선 등 다선의원들이 공천권과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보니, 물갈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60대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70~80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천을 못 받으면 아무리 인물이 뛰어나도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권에선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어려운 구조다.

돈이 없으면 정치에 뛰어들기 어렵고, 높은 분들과 교류를 하는 부모를 가지지 못하면 청년 비례 등에 발탁될 가능성도 낮다.

서울이나 5대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태어나지 않고,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하지 못하는 시군 지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은 더더욱 정치에 뛰어들기가 어렵다.

만약 어떤 젊은 정치 인재가 강원도 인제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면, 지역을 기반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도 쉽게 그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인제군은 '속초시, 인제군, 고성군, 양양군' 등 4개 시군이 합쳐 1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속초시 출신이 대부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이는 인제군뿐 아니라 비수도권 시군 지역에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 이상 산골 출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인구 비례로 국회의원 수를 정하는 게 더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 분권이 이뤄지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 8명의 후보가 나섰다. 과연 5000만 국민 중에 가장 뛰어난 8명이 대통령으로 나섰을까.

인물도 공약도 아닌 진영 논리, 우리 편이 이기기 위해선 무엇도 괜찮다는 심리만 강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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