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4개 끌고 두번째 숙소로

퐁네프 다리 앞 두 번째 숙소

by 쭝이쭝이
첫 숙소였던 에어비앤비

난생처음으로 3박 4일간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는 꽤 만족스러웠다. 1.5룸 구조로 거실과 방 1개, 욕실, 조리시설 등을 갖췄고 테라스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숙소 1곳에서만 여행 내내 머무르긴 아쉬워, 퐁네프 다리 앞에 있는 또 다른 숙소인 'Citadines Saint-Germain-des-Prés Paris(시타딘 생제르맹 호텔)'로 이동했다. 아파트형 호텔인 두 번째 숙소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이 바로 앞에 있었고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도 다 가까운 위치였다. 또 조금만 걸어가면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번화가가 있고, 영화 '비포선셋'에 첫 장면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도 걸어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문제는 첫 숙소에서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지하철 노선도 상으로는 첫 숙소 앞 'Étienne Marcel'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두 번째 숙소로 가는 노선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고 구글맵이 안내했다. 그러나 막상 그 지하철을 타고 보니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3~4번을 반복해야 노선을 바꿔 탈 수 있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조차 찾을 수 없었다.

4인 가족이 7박 9일간 머물기 위한 캐리어가 4개나 되었는데, 대략 1개에 20kg 정도 되는 4개 캐리어를 들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였다. 10월 하순이라 파리 기온은 영상 13~14도 정도의 약간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두 번째 숙소에 도착하니 짐을 들고 옮기느라 온몸이 땀투성이가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돈을 좀 써서 택시를 탔어야 했나 싶다. 그런데 당시엔 택시를 타면 캐리어 4개를 다 싣는 게 힘들 듯해 지하철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날 소위 '개고생'을 하고 난 뒤 앞으로 어느 곳에 여행을 가건 캐리어는 3개까지만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호텔 외부
호텔 로비

새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아파트형 호텔이라 내부가 꽤 널찍했고 로비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특히 로비에서 24시간 커피와 핫초코 등을 무제한 마실 수 있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매일 일어나 핫초코를 2~3잔씩 마시느라 아침에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쯤이었는데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짐을 맡기고 주변 산책에 나섰다. 숙소 바로 앞이 퐁네프 다리와 시테섬이라 볼거리가 꽤 많은 곳이었다.

퐁네프 다리
시테섬 가장 끝 부분에서 바라본 전경

주변을 둘러보고 생제르맹 거리로 가서 헤밍웨이 등 유명인들이 자주 들렀다는 'Cafe de Flore'와 'les deux magots'를 둘러보고 les deux magots에서 간단한 점심도 먹었다. 옆 테이블엔 일본인 관광객이 앉았고 주변에도 관광객들이 많았다.

메뉴는 파리 다른 곳과 비슷하게 에스카르고나 클럽샌드위치, 오리콩피 등을 팔았는데, 우리는 샌드위치와 햄버거 등을 시켜 먹었다. 가격은 역시 무척 비싸 100유로(15만원) 가량 나왔다.

오후 3시에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청소가 덜 돼 늦어진다고 했다. 그 말을 한 직원은 퇴근 시간인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직원이 왔는데 그 직원한테 또 처음부터 새로 말을 해야 했다.

그 직원도 역시 우리가 예약한 타입의 룸이 청소가 덜 돼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체크인 시간이 됐는데 청소가 안돼 방에 못 들어간 적은 처음이라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침부터 숙소를 옮기고 캐리어를 4개나 들고 다니느라 빨리 방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아내도 지쳤는지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다시 체크인 시간이 넘었는데 왜 방에 못 들어가냐고 재차 얘기를 했더니, 그 직원은 좀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한참 모니터를 보더니 더 낮은 층이지만 다른 방으로 가겠냐고 했다.(파리에선 손님이 종업원 등에게 재촉하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결국 원래 방과 같은 타입이지만 층이 더 낮아 뷰가 전혀 없는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1층이라 앞은 그냥 중정 마당 뷰.

거실 겸 침실
메인 침실

숙소 내부는 첫 숙소였던 에어비앤비에 비해 무척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라 뷰와 상관없이 만족했다. 다만 첫 숙소엔 세탁기가 있어 편리했는데, 두 번째 숙소는 호텔이다 보니 세탁기는 따로 없었다.

파리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욕실에 있는 타월 건조대. 욕실 안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고 젖은 수건도 금방 말라서 우리 집에도 하나 설치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두 번째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어느덧 해가 지고 밖이 어두워져 갔다. 우리 가족은 숙소 근처 'Saint-Michel Notre-Dame'역 주변 번화가로 나가 저녁 식사를 했다.

우리가 간 식당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번화가 사거리에 자리한 곳이었다. 'Le Départ Saint-Michel'이란 브라세리였는데 구글 평점은 3.3점으로 낮은 편이었지만 밤이라 조명이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선택한 곳이다.

아내가 가장 먹고 싶어 했던 부르귀뇽과 타르타르 스테이크, 까르보나라 파스타, 오믈렛 등 여러 가지 메뉴를 푸짐하게 시켰고 레드와인도 1병 주문했다. 파리 여행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식사로 기억한다.

생고기를 안 좋아하는 아내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원래 육회를 좋아하는 나는 타르타르 스테이크도 레드와인과 함께 먹으니 나름 별미였다. 한국 육회처럼 단맛은 거의 없고 약간의 신맛과 소금, 후추 등이 섞인 담백한 맛이었다. 부르귀뇽은 우리나라 갈비찜과 아주 흡사한 맛으로 한국인에게도 호불호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파리 식당은 구글 평점 4점이 넘는 곳이 많고 평점 4점 이상, 리뷰 1000개 이상이면 거의 실패가 없었다.

우리가 간 곳은 리뷰가 3000개 가까웠는데 평점이 3.3점으로 낮은 이유가 아마도 관광객이 많이 와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 아닌가 싶었다. 나도 음식은 만족했지만 서빙하는 분의 친절도나 마지막에 팁을 달라고 했는데 안 줬더니 영수증을 거의 던지듯이 주고 갔다.

파리에선 내 느낌으론 현지인에겐 팁을 요구하지 않는 듯하고, 일부 프랑스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선 관광객으로 보이면 "의무는 아니지만 서비스가 좋았다면 팁을 달라"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내지 않는 팁을 관광객이라고 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한번도 주지 않았다.(이미 가격에 서비스비용 등이 포함돼 비쌌기도 하고)

그렇게 두번째 숙소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 갔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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