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여행을 마치며

인생의 전환점, 가족과의 7박 9일

by 쭝이쭝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과 정원 투어였다. 아침 7시에 개선문 앞으로 집결해 관광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처음 이번 여행을 구상할 때, 유럽 여러 국가와 도시를 이동하지 않고 파리 1곳에서만 7박 9일을 머물기로 한 이유는 사실 '여유' 때문이었다. 그동안 가족들과 여러 번 해외여행을 갔지만 아이들이 어려 대부분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고, 늘 새벽같이 일어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에 불만이 컸다.

올해 8월 여름휴가에 마카오 여행을 가서 처음 자유여행을 해본 결과, 아침 시간이 여유롭고 힘들면 언제든 호텔로 돌아와 쉴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일주일 살기 느낌으로 여유 있게 여행을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파리를 선택했는데, 결론적으로 매일 아침 패키지여행을 뛰어넘는 바쁜 스케줄로 육체적으로는 매우 힘든 일정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관광지들을 빠짐없이 다 방문했고, 파리 근교 지베르니까지 오전 시간을 이용해 다녀온 것은 시간 효율성 측면에선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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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집과 정원은 2~3시간 정도 둘러볼만한 규모로 집 내부와 외부 정원, 연못 등이 있다. 모네 대표작인 '수련' 등의 배경인 곳으로 엄청난 볼거리가 있다기 보단, 모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품에 나오는 풍경을 직접 보는 즐거움이 있다.

모네 집 내부는 잘 보전돼 있는데, 모네 재단으로 전 세계에서 기부금이 들어와 그 돈을 가지고 집과 정원 등을 관리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 모네 팬이 많아 후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미국의 60대 이상 노인 분들이 많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실제로 투어 하는 관광객의 대다수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미국인들이었다. 그분들은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걸으며 모네 집과 정원을 둘러봤는데, 노인 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화가의 집과 정원을 보러 관광을 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대부분 젊었을 때는 해외여행을 가기 힘든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뒤늦게 해외로 나오다 보니 명소 중심으로 수많은 곳을 잠깐씩 방문하는 '주마간산'식 패키지 관광이 주를 이룬다. 아마도 현재 30~40대가 60대 이상이 돼 은퇴를 하고 나면 미국 등 다른 선진국 사람들처럼 여유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해외여행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러닝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어, 언젠가는 세계 6대 마라톤 대회를 돌며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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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집 안에는 일본그림과 일본풍 소품 등이 많이 눈에 띄었다. 모네가 살던 19세기에 유럽에서 일본풍인 '자포니즘'이 유행을 했고 모네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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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여자친구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을 그린 그림도 유명하다. 아무튼 모네 집 내부에는 일본풍 그림과 일본 느낌이 강해 좀 묘하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 입장에선 일부는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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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투어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파리에서 유명한 백화점인 라파예트 백화점 근처로 가서 베트남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백화점을 여기저기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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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돔형태로 이뤄진 백화점 내부는 화려했다. 돔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포토 스폿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그곳에서 사진을 찍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다행히 어느 위치에서 찍어도 돔과 전체 전경은 사진에 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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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로본 파리 시내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는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아쉽게도 공연장 내부는 볼 수가 없었다.

내부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여러 명의 관광객이 나한테 와서 공연장은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오페라 공연장을 못 본다는 게 좀 의아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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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연장을 보지 못해도 내부는 충분히 화려하고 볼만한 곳이었다.

그렇게 사실상의 마지막날 일정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센강에서 7시부터 1시간가량 유람선을 탔다. 줄이 너무 길어서 뒤늦게 타다 보니 명당이라는 2층에 올라가지 못하고 1층에서 배를 탔던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2층에 탄 사람들은 다리를 지날 때마다 소리를 질러대며 환호했는데, 1층에선 그냥 외부를 바라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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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호텔 근처로 돌아와 생제르맹 거리에 있는 이른바 '권혁수 스테이크'로 유명한 'Le Relais de I'Entrecote'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시간이 이미 밤 9시가 다 돼 가고 있어, 아무리 웨이팅 맛집이라지만 지금까지 웨이팅을 할까 했는데 맙소사... 밤 9시가 조금 넘어 그 식당 앞에 가니 엄청나게 길게 여전히 줄을 서 있었다. 대략 봐도 최소 40~50분은 기다려야 할 듯해서 그곳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전날 눈여겨봤던 다른 구글 평점 4.5점의 식당을 갔는데 그곳도 앞에 6팀이 웨이팅 중. 그때 시간이 대략 밤 9시 30분 정도였다. 한국이었으면 6팀 정도 웨이팅에 그 정도 식당 규모(1~3층)였다면 15~20분이면 다 빠졌을 듯하다.

하지만 이곳은 파리, 10월 말이라 밤에는 기온이 4~5도까지 떨어졌는데 추운 밤시간에 밖에서 우리 부부와 두 아이들은 1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했다. 브라세리 등 파리 식당에선 직원이 안내를 해줘야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주문도 직원이 와야 가능한데 4명 자리가 없다고 계속 대기를 시켜서 밤 10시 30분이 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미 짜증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는데, 하필이면 1층 출입구 바로 옆자리라 문을 열 때마다 찬바람이 들어왔고 딸아이는 옷을 얇게 입고 온터라 춥다고 난리...

아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데, 화장실이 어디인지 물어보기 겁난다고 나한테 찾아달라고 계속 칭얼거렸는데 순간 멘탈이 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쏟아부은 영어학원비는 다 무엇이었나. 초등학교 6학년에 키가 177cm나 되는 사내아이가 '토일렛' 한마디를 못해서 화장실을 못 가고 있다니...

다행히도 주문한 음식들은 다 맛이 있었고, 주문한 와인도 괜찮았다. 특히 스테이크가 우리나라 돈으로 3만 원 안팎이었는데 아주 맛도 있고 양도 푸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계속 스테이크를 시킬 걸 그랬다 싶었다. 클럽샌드위치 가격이나 스테이크 가격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밤 12시가 넘었고, 피곤에 지쳐 다들 잠에 들었다.

마지막날도 그냥 공항으로 바로 가기 아쉬워 전날 갔던 라파예트 백화점에 또 가서 아내 옷도 한벌 사고 식품관에서 밤쨈과 트러플 소금 등 파리 오면 많이 산다는 기념품도 샀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샤를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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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파리에 머물렀는데 시간은 지나고 보니 참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가족이 다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오겠다는 생각을 올 초만 해도 전혀 하지 못했는데, 뜻하지 않은 아내의 퇴직으로 올 한 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만한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2023~2024년, 코로나 이후 2년은 우리 가족에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본, 태국, 홍콩, 마카오, 파리까지 5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 마지막 정점은 역시 파리여행.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언제 또다시 유럽이나 미국처럼 장거리 여행을 일주일 넘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4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드는 시점, 직장에서 일은 점점 더 바빠지고 가족보다는 회사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이제 내가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일할 시간은 길어야 10~15년. 60대 이후 지베르니에서 만난 미국 시니어들처럼 더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이번 파리 여행이 남은 40~50대를 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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