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6화
아주 좋은 핑계가 필요했다.
두고두고 써먹을 만하고 충분히 그럴듯할 만한 것으로 말이다.
주머니에 욱여넣어둔 게 툭 불거져 보인다면 지레 의심을 살 테니, 한 가닥 돋아난 흰머리처럼 은근하고 태연한 것으로 준비해야 했다.
티가 나더라도 무척 자연스러워야 나도 숨이 차지 않고 상대도 의아하지 않을 것이다. 능숙하게 나를 속여 웃음이 끊임없어야 한다. 그게 자연스러움의 첫 발이리라.
‘편이 적을 만든다. 멀리멀리 멀리..’
아주 어쩌면 이 모든 게 다 거짓말인 것처럼 진정 그런 이유인지도 모른다. 토익 시험 비용이나 면접관이 무서웠다는 게 더 거짓에 가까울 수도 있다.
설득은 진작에 포기하고 능청을 택한다.
계절을 보내고 커피를 마시며 나는 건강을 체크한다. 이 다리와 눈이 언제까지 비루함을 견딜 수 있을지를 가늠하며 달력을 넘긴다.
편 안에서 나는 분명 악한이 되리라. 노력 없이 암시를 반복한다. 자신도 있었다. 상실을 상식으로 적어갈 용기가 나에게는 충만했다. 나락은 진작에 준비되어 있었으니 조금은 뻔한 것이라고 까지 여겨졌다.
그렇게 편을 두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무안에 줄을 긋는다.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되 설명하려 들지 말자.
오래 전의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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