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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Apr 06. 2022

지껄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일인가?

대표성과 업무

나는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아 낯설지만 할머니는 간혹 지껄인다는 표현을 쓰신다. 아마 본인이 생각했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주절대는 상황을 지껄인다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듯했다. 그런데 나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그 지껄인다는 표현이 가끔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회의원들이 매체에 나와 이야기를 할 때이다.


'저 사람은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여기가 오늘의 시작점이다.


-


언젠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입법과 국정감사라는 직업의 목적 말고 의외로 스쳐 지나가지만 중요한 포인트 말이다. 


나는 그게 국회의원의 발언권이라고 생각하고 정확히는 국회의원이 하는 발언의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역구나 비례대표나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의원이 되면 발언의 힘이 상당히 강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전국의 여러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니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그 대표성이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이 말을 하면 그게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상관없이 힘을 갖게 된다. 


무수한 표의 유일 한 하나의 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의 발언을 힘을 갖고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아무리 무능하고 쓸데없는 이야기 그러니까 지껄이는 수준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듣고 무시하지 못하고 반응하거나 유념하게 돼버린다. 나도 국회의원이 이상한 소리를 하면 동물이 낸 소리처럼 무시하지 못하고 저 사람 또 지껄이면서 시간이나 보내고 있다고 1초라도 반응하고 만다. 아무리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우리는 반응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국회의원은 다수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요약하자면 국회의원은 개인이 갖기 힘든 아주 큰 마이크를 손에 쥐는 셈이다.


국회의원은 단 한 명이라 하더라도 사회 주제의 세팅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선된 순간 주어진 그 대표성 때문에 단 한 명의 의원이 반대되는 의견을 내더라도 힘을 얻고 또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럼 그 마이크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과 사회의 변화인데 그 경로에서 만나는 개인의 입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지껄이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면 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표성을 띄고 있지만 입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그것보다 본인의 말은 양심의 자유라고 우기면 또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기대야 하는 것일까?


개별의 입이 아니라 더 큰 합의점에 기대야 한다. 


말은 알아서 하시고요. 하실 일이나 하세요. 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나 지방자치 단체장의 공약과 같이 정당 단위의 공약이 있다면 약속을 이행하라는 주장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미리 준비가 가능하다. 선거 전에 미리 법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꾀하려 합니다. 하고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당선 이후에 정치 화두를 설정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것을 실행하기 위해 준비된 미래를 선거전에 공지해야 한다.


이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법안을 심사하고 상정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지만 그 안의 가치관과 법안의 방향성, 진행 일정 같은 것은 미리 예측이 가능한 범위다. 그러니 전쟁과 같이 국회가 멈출만한 사건이 아니라면 선거 전부터 특정 당이 내세울 수 있는 공약이 선명하게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당은 앞으로 7가지 법안을 바꿀 것입니다. 


그럼 투표를 해서 뽑고 실행을 요구하면 그만이다. 


이런 인식이 널리 퍼진다면 선거에 앞서 정당의 방향성과 정책을 공개하고 그에 공감하는 인물들을 선별할 수 있다. 혹 해당 법안의 진행이 지지부진하거나 결정적 순간에 반대한다면 당 차원에서 해당 회차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퇴출이나 재공천 불가 방침 또한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검찰 개혁법이 국회의원 선거 전에 미리 공지가 되고 그것을 지키지 않을 때 그 회차의 모든 의원들은 재임용 불가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성과 처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정책이나 방향성을 속을 알 수 없는 개인의 선의에 기대지 않으려면 정당차원에서 이것을 깔고 시작해야 한다. 기존에는 검찰개혁과 같은 막연한 방향성만 있었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자세하고 선명한 내용이 미리 제시되어야 하고 해당 법의 개정에 있어 당선 시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해 진행이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국회의원들이 철따라 유행따라 마이크 들고 지껄이는 소리를 들으며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그것보다는 그냥 각자가 약속된 할 일을 얼른 하고 좀 쉬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당 내규를 통해 선거전에 합의된 형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임기가 시작된 이후 해당 법을 바꾼다면 오가며 지껄이는 것 정도는 충분히 참아 줄 여력이 있다.


이것이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아직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긴 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752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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