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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Jun 06. 2022

치킨에서 구수함이 느껴졌다

[맛집을 찾아서] 서울 유일의 다사랑치킨

치킨을 워낙 좋아한다. 자주 시켜먹기도 하고 여러 브랜드의 여러 치킨을 두루두루 먹어 보려고도 한다. 흔히 알려진 BBQ, BHC, KFC, 교촌부터 시작해 요즘 뜨고 있는 지코바치킨, 푸라닭치킨 등등 가리지 않고 다 즐긴다(뿌링클은 예외. 개인적으로 이놈은 치킨계의 이단아라고 생각한다). 치킨을 굳이 이유가 있어서, 어떤 특별한 날 먹는 건 아니다. 그냥 맛있고 좋아해서 먹게 되고 혼자 집에서 쉴 때는 으레 치킨이 딸리게 된다.


그런 나도 별로 못 먹어본 치킨이 지역 치킨들이다. 대표적인 지역 치킨 프랜차이즈로는 대구 땅땅치킨과 호식이두마리치킨, 부산 노랑통닭, 전북 다사랑치킨과 솜리치킨 등이 있는데 이 중 호식이두마리치킨과 노랑통닭은 수도권(특히 서울)에서도 엄청 보이고 나도 많이 먹어봤다. 하지만 서울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들도 제법 있다. 이를테면 다사랑치킨은 전북 전주나 익산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치킨집이라던데 정작 서울에는 합정역과 망원역 사이에 있는 한 곳밖에 없다. 경기도 전체로 넓혀봐도 안산과 시흥에 한곳씩 있는 게 전부. 그 동네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먹을 일이 없을 수밖에.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서울 유일의 다사랑치킨을 가게 됐다. 같이 간 친구가 양념치킨을 강추해서 자연스럽게 양념치킨을 시킨다. 이날 좀 짜증나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술이 땡겼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치킨집으로 가게 됐다. 직장인이 짜증나면 술 마시는 건 마치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위다.


메뉴판의 모습. 화살치킨은 이름만 들으면 엄청 매워 보이는데 좀 깐풍기 느낌이라고 하더라.


치킨집에서는 빠질 수 없는 치킨무와 양상추샐러드 


친구는 자기가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사랑치킨 양념치킨만큼은 자기 입에 딱 맞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라북도 쪽에서 살았는데 다사랑치킨을 아주 쉽게 접했다고...나는 다사랑치킨 이름만 들어봤지 이전에는 실제 가게를 본 적도 없었고 당연히 먹어본 적도 없었다. 이곳만의 확실한 맛이 있단다.


머지않아 나온 치킨은 생각보다 상당히 빨갰다. 딱 봐도 매워 보였고 한 입 베어 무니 매운 거 좋아하는 나도 제법 맵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맛깔나게 붉은 닭 위에 깨소금이 살짝 뿌려져 식욕을 돋운다. 요즘 불닭치킨이니 뭐니 매운치킨이 제법 많이 나왔는데 사실 어떤 건 좀 부담스럽게 매워서 밥이 없으면(치밥에 환장한다) 버거울 정도였던 것도 있었다.



두 개의 닭다리와 두 개의 닭날개가 있었고 나머지 살들은 왠지 닭강정처럼 살이 나눠져 있었다. 살짝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가슴살로 보이는 것 하나를 베어문다. 그랬더니 왠지 모를 구수함 같은 게 느껴진다. 비주얼처럼 확실히 매웠는데 그 사이로 뭔가 깊은 맛이 느껴져서 음 이게 뭐지 하고 계속 씹게 된다. 처음에는 메밀 같은 게 들어갔나 싶었는데(실제 전주에 메밀치킨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찾아보니 메밀은 아니라고. 


구수함이 첫 맛부터 막 올라온다기보다는 씹다 보면 서서히 올라왔다. 첫 맛은 당연히 매운 맛이 맞이한다. 그러다가 두껍지 않은 튀김옷과 하얀 닭의 속살을 씹으면서 느껴지는 묘한 구수함이 입을 감돌았다. 치킨을 먹으면서는 처음 느끼는 맛이었는데 이게 또 매운 맛이랑 묘하게 잘 어우려져서 그냥 평범하게 맵다기보다는 뭔가 괜찮은 요리를 먹는 기분이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적어도 내게는 계속 포크를 치킨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었다. 재미있는 맛이네 참.


맥주랑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꽤나 습한 날이라 맥주랑 잘 어울리는 날씨. 옆에 있는 새우칩은 기본으로 나오는 안주다. 평소에는 잘 안 먹는데 술집만 오면 이상하게 맛있는 과자다


사실 내게 양념치킨의 정석은 예전 페리카나치킨에서 나왔던 양념치킨이었다(지금은 맛이 좀 바뀐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어릴 때 집 근처에 페리카나치킨이 있어 부모님이 가끔 시켜 줬는데 살짝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딱 간식으로 먹기에 좋은 느낌이었다. 떡꼬치 양념과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좀 더 마늘이 들어간 느낌이 나는, 확 기억나는 특색은 없지만 계속 먹으면 오랫동안 기억이 나는 그런 클래식한 맛이었다. 이후에 여러 브랜드에서 양념치킨이 나왔는데 몇몇 브랜드를 빼면 양념보단 후라이드를 더 즐겨 먹었다. 치킨 양념을 맛있게 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 그만큼 양념치킨을 잘 하기는 쉽지 않다.


다사랑치킨의 양념치킨이 그런 맛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네네치킨이나 BBQ 등의 양념치킨은 다소 시큼하고 강한 양념맛이 느껴진다. 가끔은 땡기는데 이들 치킨집에서 주로 양념보다는 후라이드나 파닭(특히 네네)을 시켜먹는 이유는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나는 맛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다사랑치킨의 구수함은 뇌리에 팍 떠오르는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 보면 계속 그 맛이 떠오를 수 있는 확실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지내다 보면 언젠가 그 맛이 갑자기 불현듯 땡길 때가 있을 듯싶다.


우리는 다사랑치킨의 독특한(그 친구에겐 익숙하겠지만) 치킨 맛을 비롯해 온갖 얘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맥주를 기울였다. 일하느라 지치고 힘들고 때로는 사람 문제 때문에 짜증이 치솟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이 있다는 게 어딘가. 기왕이면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면 더욱 좋고. 


마지막은 꽤 부담스럽게 클로즈업된 닭다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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