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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Jan 22. 2023

'카카오 먹통' 피해 보상에서 불편한 점 몇 가지

전례없는 '무료 이용자' 피해 보상은 분명 의미 있었지만


카카오가 얼마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안을 발표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이모티콘 3종과 5000원 어치 카카오메이커스 상품권, 그리고 톡서랍 1개월 무료 이용권(선착순 지급) 등을 지급했다. 카카오웹툰, 멜론 등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각 서비스별 약관을 토대로 수일치 상당의 보상액을 지급했고, 카카오 서비스를 비즈니스 등에 활용한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안 발표도 얼추 마무리됐다. 모든 절차가 끝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수 과정은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카카오의 보상 지급 자체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단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 최초로 일정량의 보상을 일괄적으로 지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어찌 됐든 광범위한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최대한 뭐라도 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고 생각한다. 아주 신속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보상 협의체를 꾸려 치열하게 논의도 했다(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회의를 한 것으로 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은 남는다. 이런 부분들까지 신경썼다면 그래도 더 높은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의문스러웠던 부분을 짚어보려고 한다. 언론에 많이 나왔던 '톡서랍 1개월 이용권 자동 연장', '해외 이용자 보상 불가' 등의 문제는 제외하고 얘기한다. 



피해 보상에 5000억원을 썼다고?



카카오가 전체적인 보상안을 발표한 날, 여러 언론사에서 카카오가 카카오톡 무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만 5600억원에 달하는 피해보상액을 풀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5600억원이라니, 어마어마한 금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일단 5600억원의 기준은 이렇다. 카카오가 추산한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는 약 4800만명이다. 이들에게 2500원 상당의 이모티콘 1종과 2000원 상당의 이모티콘 2종 등 총 6500원 어치 이모티콘을 무료로 나눠줬다. 여기에 카카오메이커스 감사쿠폰을 총 5000원 어치 지급했기 때문에 이를 단순 합산하면 5520억원이 된다. 또 선착순 300만명에게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도 지급하는데 카카오가 지급한 이용권이 월 1900원이기 때문에 이를 합산하면 57억원이 된다. 이것까지 포함해 약 5600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위해 카카오가 5600억원을 쾌척했느냐,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카오가 5600억원을 비용으로 쓴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에 상응하는 디지털 재화를 발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발행하는 등의 초기 비용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이를 위해 카카오가 들인 비용은 적어도 5600억원보다 훨씬 작을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카카오는 무료 이용자 보상과는 별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최대 5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보상안도 발표했다. 이 같은 부분의 경우 정말로 카카오가 비용을 들여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기에 실제 카카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피해 보상액이 '5600억원'으로 바이럴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카카오는 그만한 돈을 쓰지 않았고 그만한 돈을 한번에 쓸 수 있을 정도로 기업 매출이 크지도 않다.



피해 보상인가, '락인 효과' 유도인가



앞선 의문에서 이어지는 맥락이다. 카카오가 지급한 보상안은 모두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재화들이다. 그런데 플랫폼이라는 게 그 특성상 어떤 계기로 한 번 쓰다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 쓰게 된다. 


그래서 플랫폼들이 자주 하는 마케팅 중 하나가 신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무료 쿠폰이나 이용권 등을 뿌리는 것이다. 요기요나 쿠팡이츠 등에서 한때 이용자들 끌어모으려고 '첫 주문 무료' 이벤트를 했던 게 다 그런 맥락이다. 물론 카카오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보상 차원에서 지급한 이용권들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나눠준 상품을 플랫폼 내에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플랫폼을 계속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터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의 '락인 효과'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보상을 한다는 내색도 할 겸 이 기회에 이용자를 끌어모으려는 의도로 이런 방안을 모색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카카오는 아니라고 하지만...



약관이 전부가 아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후 며칠 뒤, 카카오는 우선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급한 대로 이런저런 보상안들을 발표한다. 그 대상 중 하나가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였다. 그런데 그 보상안을 전해들은 기사들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1인당 지급액이 수천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들 중 일부는 카카오에서 하고 있는 기사 전용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택시기사에게는 1인당 7550원, 대리운전 기사에게는 1인당 4260원을 포인트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약관보다 조금 더 쳐 줘서 보상액을 최대한 빠르게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이용하는 카카오T 앱이 먹통이 된 시간은 약 이틀 정도인데, 카카오모빌리티는 멤버십 이용료 6일치를 산정해 지원책을 발표했으니 약관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이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관련 요구를 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약관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기사들 입장에서는 수십 시간 동안이나 앱이 먹통이 돼 제대로 승객을 잡지 못해 평소 주말에 거뒀던 매출 대비 적잖은 손해를 봤는데, 이를 수천원으로 퉁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가 용납이 되지 않았을 테다. 결국 대리운전노조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차라리 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항의 집회까지 열었다. 그 시기 열렸던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보상안이 제대로 찍혔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직접 불려가 국회의원들의 온갖 호통을 들어야만 했다. 


차라리 보상안 발표가 조금 늦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관계자들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안을 한번에 발표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결국 쓸데없이 일을 키워 버렸다. 



웹툰·웹소설 작가에 대한 보상안은?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정상 복구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카카오 앱 중 하나가 바로 카카오페이지였다. 카카오톡과 카카오T 등이 진작에 복구가 완료됐을 때도 카카오페이지는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거나, 접속이 되더라도 매우 느린 로딩 등 전반적으로 불안정했다. 완전 복구까지 거의 100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다름 아닌 먹통 당시 카카오페이지 플랫폼과의 광고 계약 등으로 그날 자신들의 작품이 카카오페이지 메인 페이지에 걸리기로 돼 있었던 작가들이었다. 통상적으로 주말에는 웹툰·웹소설들의 전체적인 조회수가 올라가는 편인데, 여기에 메인 페이지에 걸리기까지하면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플랫폼과 제작사, 그리고 제작사와 작가 간의 계약 등을 보면 플랫폼이 특정 날짜에 해당 작품을 메인 페이지에 배치하는 등 광고를 해 주는 대신 플랫폼에 매출 대비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워낙 플랫폼에 올라가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메인페이지에 배치되느냐 여부는 작품의 초반 흥행을 가르기도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들에 대한 별도의 보상안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전해 듣기로는 그날 마케팅을 제대로 못한 작가들에 대해 이를 다른 날로 이월해 주는 등의 조치도 별도로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하필 카카오가 먹통이 된 날짜에 프로모션을 하기로 한 작가들과 제작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재수가 옴 붙은 셈이다. 하지만 명백히 플랫폼의 잘못으로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한 상황인데, 과연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면 끝날 일일까. 


카카오엔터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은 모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이용자들에게 일괄적으로 3000캐시를 지급하기로 했다. 무료 캐시를 받은 이용자들이 더 많은 작품을 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작가들도 어느 정도나마 이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는 것이 카카오엔터 쪽의 논리다. 그러나 적어도 먹통이 된 시기 론칭을 준비한 작가들이나, 그날 프로모션이 예정됐던 작가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지원책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원 대상자를 일일이 선별하기가 쉽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카카오 본사도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보상책을 발표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카카오엔터 쪽도 이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아직 카카오의 보상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가 이모티콘과 상품권 등을 보상안으로 발표한 부분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애초에 48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피해 규모를 일일이 어떻게 따질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고, 무료 이용자에 대한 피해 보상 사례가 그 동안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카카오가 이러한 방식의 피해 보상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먹통 사태 당시부터 나왔다. 물론 카카오는 이에 더해 톡서랍 이용권 자동 연장 논란 등으로 키우지 않아도 될 논란을 키우기는 했지만...



다수 매체들에서 카카오의 피해 보상 과정이 거의 끝나간다고 확정적으로 쓰고 있지만, 아직 카카오의 보상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50만원 이상의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피해 보상 수준과 관련해서는 아직 개별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규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카카오 가맹택시 기사들에 대한 추가 보상 등 아직 일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논의가 남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카카오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내부적으로 피해 보상 관련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지는 않았고 얼마 전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피해 보상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카카오가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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