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때문에 편리해지긴 했는데…배달비 너무 비싼 거 아냐?
휴가를 맞아 울산 간절곶에 왔다. 무심코 배달앱을 켜 보니 배달의민족은 아예 배달 가능한 가게가 없다. 쿠팡이츠는 애초에 안 될 것 같으니 검색도 안 해 봤다. 그나마 요기요에서 검색이 좀 됐는데 배달비가 1만원이 넘어간다. 최소주문금액이 1만원인데 배달비가 이보다 비싼 1만2천원이다. 이래서는 시켜먹고 싶어도 도저히 시켜먹을 수 없다. 기본 배달비가 이러한데 피크시간이나 악천후 등에는 배달비가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 수준으로 오를 테다. 그야말로 정말 '배달비 1만원 시대'다.
물론 위의 사례는 좀 극단적이긴 하다. 배달비 1만원을 넘게 받는 가게들은 주문 위치에서 8~9km나 떨어진 가게들이다. 배달의민족 주문가능거리가 최대 5km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먼 거리고 그만큼 배달비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조건만 만족하면 정말로 배달비 1만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배달비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도처에 주문 가능 가게가 널려 있는 서울만 봐도 배달비 4~5천원 이상을 요구하는 가게가 널렸다. 여기에 악천후 등이 겹치면 이 경우에도 배달비 1만원을 실제 넘어갈 수 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배달비가 1~2천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기서부터 차이가 극명하다.
이러다 보니 배달앱은 서민들 등골 빼 먹는 나쁜 플랫폼이다, 예전처럼 전단지나 책자 같은 걸로 주문했을 때가 좋았다, 외식 물가만 올린 배달앱은 없어져야 한다, 같은 반응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리고 그런 주장들이 나름대로 큰 공감을 얻는다. 배달비 부담은 손님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들도 같이 지기 때문에 배달비에 대한 불만은 꼭 소비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반면 배달앱 업체들은 그래도 자신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한 덕분에 소비자와 식당 주인 등이 큰 편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배달비는 그러한 혁신을 이용자들이 누리는 데 필요한 소정의 대가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전단지 시절과 비교해서 배달앱이 제공하는 편익은 무엇이 있을까? 배달앱 도입 이후 달라진 배달 풍경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가게에서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했다. 이 때 주문이 밀릴 경우 그야말로 대책이 없었다. 고용한 배달기사 숫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초단기 배달 알바를 채용해도 한계는 뚜렷했다. 요즘도 물론 주문이 몰릴 때나 악천후일 때 등은 배달이 많이 늦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는 드물어진 것 같다. 주문 요청을 보내면 달려오는 전업 라이더도 있고, '배민커넥터'처럼 부업으로 라이더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배달해줄 사람 자체가 일단 많아졌다. 여기에 '단건배달(한 주문에 한 건만 배달하는 것, 보통 배달대행업체들은 비슷한 동선의 배달 건들을 몇 건씩 묶어 처리한다)'이라는, 빠른 배달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도 이를 더욱 당연시하게된 측면이 있다.
배달음식의 대명사로는 짜장면·탕수육 등 중식을 비롯해 족발·보쌈, 치킨·피자 등이 대표적이다. 옛날 전단지에 실린 식당들 대다수도 이들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배달 가능한 품목이 훨씬 많아졌다. 햄버거를 비롯해 구운 고기 등 각종 한식, 커피·아이스크림 같은 간식 등 전보다 다양한 음식들을 간편하게 배달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생필품을 배달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에다가, 지역 맛집의 밀키트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다양한 배달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배달 품목의 확대로 인해 전체적인 배달 시장의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배달앱이 없던 시절 우리는 주로 집 근처에서 늘 보던 가게, 혹은 전단지나 책자·전화번호부 등을 보고 눈에 띄는 가게에 주문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가게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혔다. 배달앱을 통해서는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가게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들이 더 많은 선택지들을 보고 고를 수 있다. 딱히 전단지 등을 만들 여력이 안 되던 가게들도 배달앱을 창구로 더 많은 이용자들과 접촉이 가능하다. 물론 소비자들의 검색에 더 잘 띄기 위해 '울트라콜' 등 각종 광고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직접 전단지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가게를 알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예전에는 가게마다 으레 배달가능구역이 있었다. 보통은 가게 반경 3km이지만 동 단위로 자르는 경우도 많았다. 배달가능구역이 아닌 경우 직접 가게로 가지 않는 한 그 가게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는데 생각보다 그런 경우가 많아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배달앱이 보편화된 이후 배달가능구역이 꽤 확대됐다. 이를테면 배달의민족의 경우 통상 가게 반경 5km까지 배달이 가능하다. 요기요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앞선 사례처럼 거의 10km가 떨어진 가게에서도 배달이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배달비가 깨진다는 문제는 있지만...
'쿠폰 10장 모으면 탕수육 소 사이즈 공짜' 같은 서비스는 요즘에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 대신 배달앱을 중심으로 각종 가격 할인 이벤트가 이뤄지고 있다. 스팟성으로 뿌리는 할인쿠폰부터 단건배달 전용 할인쿠폰, 특정 가게나 프랜차이즈에서만 적용되는 할인쿠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게에서 진행하는 각종 리뷰 이벤트는 덤이다. 음식 자체를 공짜로 받지는 못하더라도 기회를 잘만 잡으면 꽤 큰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열거한 이러한 장점들을 통해 전체적인 배달이 크게 늘어났다고 배달앱 업체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배달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식당 점주들에게도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플랫폼들의 견해다.
배달앱 기반의 배달 시장이 급격히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성장했다는 것은 결국 이들이 제공한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통했다는 의미다. 적어도 이들의 서비스에 편리한 점이 있다는 것 자체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공감했다. 결국 핵심은 그 대가로 소비자들과 식당 점주들이 나눠 부담하는 '배달비'가 적정한지 여부일 테다. 전단지 시절 (극히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당연히 공짜라고 여겼던 배달이라는 행위에 대해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 배달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배달비 자체보다는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는 데 비판이 쏠리고는 한다. 치솟는 배달비로 인해 전반적인 외식 체감물가가 올라갔다는 불만이 많다. 오죽 배달비 문제가 컸으면 배달비 중 일부를 음식값에 더해 마치 배달비가 저렴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꼼수'도 성행하고 있다. 이 경우 배달비 때문에 정말로 음식값이 올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배달앱에 대해 부정적인 식당 점주들도 배달앱 탈퇴 이후 예상되는 급격한 매출 감소가 두려워 차마 탈퇴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배달앱들이 수익성을 높인다고 지난해까지 진행하던 온갖 프로모션을 축소하고 있다 보니 배달앱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배달앱들은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수익성 제고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로 인해 인상된 요금을 받아들어야 하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구조도 복잡해진 데다가 각 이해관계자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점들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최대한 적은 배달비를 내고 싶어하고,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등으로 인해 드는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고, 배달앱 업체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챙기고 싶어한다. 여기에 배달대행업체들과 지역 배달대행 사무소, 라이더들의 이해관계까지 감안하면...엄청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조금이나마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