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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이응이응 Jun 11. 2024

쿠팡 알바 입문기 - 1

이것은 쿠팡에 관한 르포가 아니다.

돈 때문이었다.

기피 알바로 유명한 쿠팡 알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혹시 다른 이유를 꾸며서 들이민다면 그건 결국 나 스스로를 속이는 기만에 다름 아니었기에 그런 짓은 안 하려고 한다.  

 

애초에 돈을 버는 재능이 없었던 사람이 돈을 못 버는 일로 돈을 벌고자 하니 이 나이 먹도록 돈이 없는 건 당연했다.


사십을 지나 중반 고개까지 넘었는데 아직까지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너무 답답하고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지만 뭐 어쩔 것인가.


범죄에 연루되는 일만 아니라면 내 삶을 꾸려가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벌긴 해야 했다.


알바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까를 떠올리면서 꼽아본 몇 개의 조건이 있었다.


몸을 많이 써야 하거나 한 번에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은 괜찮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것과

되도록이면 사람을 상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아닐 것,

알바를 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이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 것 등이 그 조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최종으로 낙찰된 게 바로 쿠팡 알바였다.


쿠팡 알바에 대한 괴소문(?)은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하다.


돈은 바로 주되 나중에 병워비와 약값이 더 든다더라,

최저 시급을 주면서 사람을 부품처럼 쓰고 버린다더라,

진짜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 마지막 보루로 간다더라 하는

흉한 성질의 얘기들이 쿠팡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 괴소문들이 맘에 걸리는 건 사실이었지만 불안을 누르고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라온 알바 후기와 영상을 두루 살펴본 결과 쿠팡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쿠팡 알바 중 특히 힘들어서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아낼 만한

후기가 올라오는 알바의 정체는 쿠팡의 캠프고,

물류센터에서는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쿠팡의 물류센터에서는 공정이라고 해서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고를 수가 있는데 입고, 출고, 재고조사, 허브 등이 있고

특히 힘든 일은 허브에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보를 수집할수록 캠프가 아닌 물류센터에서 허브만 피하면 나도 감당이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이 솟아올랐지만 사실 진짜 겪어보지 않으면

노동의 강도를 파악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했다.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 초반에 무턱대고 시작했던

알바 외에는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해보지 못한 채 나이를 먹는다.


나 역시 스무 살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첫 알바를 했던 때를

제외하면 힘이 필요하거나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몸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따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해본 적이 없으니 적응은 좀 필요하겠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들도 한다는 일을 내가 못할 게 있을까 하는 결론까지 가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몸이 힘들다는 것 말고는

내가 고려했던 알바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기에

나는 쿠팡 물류센터 알바의 세계에 일단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하루 일하고 바로 들어 눕는 엔딩을 맞게 되더라도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걸 충분히 알만큼은

쿠팡 물류센터 알바 시작의 길로 가는 데는 여러 개의 통로가 있

나이를 먹었으니까.

 

알바몬 같은 알바 앱에서는 문자만 보내면 알바 지원이 가능했지만

쿠팡은 쿠펀치라는 앱을 만들어서 더욱 쉽게 알바에 지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쿠팡 알바에 지원하는 건 이게 다라고? 싶을 만큼 간단했다.

 

쿠펀치 앱을 깔고 원하는 물류센터와 공정, 오전에 근무할 것인지 오후에 일할 거인지와 날짜를 골라서 지원한 후 근무 확정 연락을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쿠팡 알바를 처음 신청한 나의 큰 착각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알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였다.


알바를 신청한 결과로 연락이 오긴 왔지만 근무확정이 아닌 반려였다.

반려를 세 번 정도 받았을 때에 이르자 아무래도 물류센터를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에 사는 덕(?)에 언뜻 봐도 집 근처에서 쿠팡으로 가는 셔틀이 운행하는 물류센터가 4-5개나 되었으니 다른 가능성을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연달아 나를 돌려세운 센터에 신청해 둔 근무 신청을 다 취소하고 다른 물류센터로 처음 신청을 넣은 날,

마침내 근무 확정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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