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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이응이응 Jun 15. 2024

쿠팡 알바 100일 적응기 - 4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 저, 처음 왔는데요.‘


처음에는 설렘과 두려움, 불안과 초조, 기대 등

온갖 감정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런데 그 처음이 나이를 먹을수록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불안과 초조와

두려움의 기운을 더 많이 입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나는 처음에 담긴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남긴 흔적이 상처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처음이 두려워지는 건,

이 나이에 내가?라는 오만이나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라는 자괴감,  

혹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자기중심적인 염려가 가장 이유가 아닐까.  


사람들이 얼마나 나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지

깨닫게 되는 일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우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면서도

막상 그 입장에 처하면 고작 숫자라는 장애물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으며 배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깊게 상처를 입는 게 가능하다는 거였다.


어릴 때처럼 상처에 크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방법을

습득한 걸 ‘지혜’라고 한다면, 그것도 나름 세월이 준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가 덜 쓰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려움과 초조함이 가득한 쿠팡에서의 처음은 쉬웠다.


8시도 되지 않은 아침에도 생기가 넘쳐 보이던

데스크의 ‘사원’들은 늘 그랬든 익숙하게 쿠팡의 와이파이에 연결,

쿠펀치 앱에 접속해서 근무를 시작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법을 알려줬다.


쿠펀치 앱만 있으면 쿠팡과 나의 근로계약은 일사천리로 맺어지고

나는 하루 동안 쿠팡에 소속된 ‘사원’이 되는 게 가능하다니,

이건 미리 알고 간 것보다 훨씬 더 묘한 기분을 주는 일이었다.


나는 쿠펀치 앱에 내가 선택한 공정인 입고부터 타고 온 셔틀버스 노선에,

임금을 받을 계좌번호까지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사인까지 마친 후

쿠팡에서의 첫날 근무 등록을 끝냈다.


데스크에서는 바코드와 내 휴대폰 번호가 적혀서 코팅된 종이를 주었고,

내 신분증과 맞바꾼 줄이 달린 사원증까지 따라왔다.


사원증에는 적힌 번호와 같은 번호의 사물함을 찾아 짐을 넣어야 하는

일까지도 어려울 게 없었다.  


정작 어려운 일은 사물함에 내 짐 중 무엇을 넣고,

무엇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작업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니

휴대폰은 지니고 있어도 되겠지만 교육 중이나 교육 후 사물함을 다시

열어볼 틈이 있을지, 뭐가 필요하고 불필요한지를 예상하는 일에 맞닥뜨려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고심 끝에 나는 휴대폰과 립밤, 핸드크림을 담은 파우치와

물병을 뺀 가방을 사물함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


근무시간까지는 약 20분 정도가 남아 있었고,

신규 사원인 나의 첫 일정은 일단 8시에 맞춰  

교육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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