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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Aug 30. 2020

한강에서 물놀이?

DAY 4

이촌에서 노량진으로 넘어가는 지하철 . 바깥 풍경은 넓은 하늘 아래 펼쳐진 한강이 가득 메우고 있다.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주로 한강을 보게 되는 나의 시야에 간혹 포착되는 이들이 있다. 한강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오늘 친구를 만나러 잠시 지하철에서도 보았다. 혼자서 카약을 타고 넓고 깊은 한강 위를 지나는 사람이었다. 작은  같은 그를 유심히 살펴보니  옆으로 패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속도에 맞춰 유유자적 드넓은 한강을 유영하는 중이었다.


동작대교를 기점으로 아래쪽 한강에 카약인이 있었다면 그 위쪽, 반포대교 근방에는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까지 반포역 근처에 살았던 탓에 반포대교를 자주 지나다녔었는데,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절에 상관없이 종종 홀로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에 몇 번이고 시선이 가곤 했다. 엄마는 “언제 한 번 우리 딸 저것 한번 멋지게 태워줘야 하는데” 하셨고, 그럼 나는 “됐어, 한강에서 저런 걸 왜 해”하며 넘겼다. 나처럼 지하철에서도 잘 보이는 한강이니까, 게다가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즐기는 물놀이라니, 어딘가 이상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달랐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그저 출근길의 회색 풍경 중 일부인 한강이, 그들에겐 짜릿하고 즐겁고 신났던 경험으로 겹쳐 보이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겪어보지 못한 그 기분을 그들은 알겠지. 나는 평생을 가도 그저 한강, 그냥 출근길의 일부일 그 풍경이 그들에게는 즐거운 기억 속 놀이터이기에 언제고 싱긋 웃음 짓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게 부러웠고, 또 궁금했다. 그들은 한강을 볼 때 무슨 생각이 들까.


 눈에 보이는 세상이  즐거웠으면 겠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즐거운 기억, 재미난 추억이 서려있어 평범한 일상에 괜시리 웃음 짓게 되는 순간이 잦아지면 좋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겠지. 한강에서 물놀이도 하고, 어느 지하철역에서 신나게 깔깔대며 웃어보기도 하고, 낯선 골목길에서 예쁜 꽃을 발견하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한 발자국씩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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