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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Oct 05. 2020

연극이 끝난 뒤

DAY 16

연극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극이 끝나면 묘한 감정이 인다. 울고 웃고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덜컥 멈춰버리면 서운하다거나 섭섭하다기엔 과하고 아쉽다기엔 어딘가 부족한 묘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나는 여기 계속 진행중인 시간 위에 서 있는데, 극 속의 인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따위의 문장이 만들어낸 벽 속에 갇혀선 나만 홀로 세상에 던져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가끔은 무엇이든 시작하는 게 망설여지기도 한다. 극이 시작되고 한창 진행될 때는 기쁘고 또 재밌지만 어떤 결말로든 끝이나버린 극은 공허하다. 그래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아보라면 언제나 그 인물이 어디선가 언젠가 계속해서 잘 살고 있으리라는 이유 없는 확신이 들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극이 끝난 뒤에도 나를 외롭게 하지 않았던 것들. 요즘은 그것들을 다시 꺼내들고 또 한 번 흠뻑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현실이 너무 공허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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