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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Mar 24. 2017

체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



  여행 와서는 왜 인지는 이해할 수 없고, 짐작도 가지 않는 일이 생긴다. 도대체 왜 아침 9시만 되면 눈이 스스로 떠질까? 억지로 감고 잠을 다시 청해봐도 잠에 다시 들 수없다. 사실 별로 졸리진 않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일찍 집을 나서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매일같이 일찍 나갈 것 같다. 오늘도 9시 17분에 눈을 떴다. 설마, 벌써 눈을 떴을 리가 없어 라는 마음으로 핸드폰으로 봤더니. 아이폰 액정에 뚜렷이 나타나 있는 9,1,7, 숫자들. 다시 잠을 청해봐도 뒤척일 뿐, 잠에 다시 들 수는 없었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특정한 목적지를 두고 이동했던 탓에 찬찬히 둘러보지 못했던 팔라디움 쇼핑몰이나 구시가지 광장의 상점들, 다양한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평소 다니던 길로 레트나 공원을 지나 블타바 강을 건넜다. 오늘 아침도 CACAO에서 해결하고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가보지 않은 골목들을 들어가 보았다. 어떤 곳에서는 타투도 하고 있었고, 길거리에선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계시던 예술가 아저씨도 보였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상점은 사탕,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파는 집. 들어가자마자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고, 그 달달한 냄새가 매장 안 모든 공간을 차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초콜릿을 먹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내 몸이 혀가 되어 초콜릿을 핥고 있는 느낌..? 프라하 성 모양의 초콜릿, 배, 닻, 등 다양한 모양으로 초콜릿이 만들어져 있었고, 남자 성기, 여자 성기 모양의 초콜릿들도 있었다. 물론 가슴 모양 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상점이 그냥 길거리에 있는 것이 신기하다. 


  구시가지 광장 안쪽에 있는 MANUFACTURA라는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체코에서 유명한 화장품 가게로 맥주로 만든 샴푸, 크림들이 유명하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며 한국어로 된 책자를 주셨다. 맥주로 만든 제품들, 바다소금으로 만든 제품, 등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 화장품들을 소개해놓은 책자였다. 여자 친구가 얼굴에 바를 수분크림이 없다는 얘길 들어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moisture cream for face’였다. 그분이 추천해주신 제품은 사해로 만든 크림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면서 고민하다가 구매했고, 누나에게 줄 핸드크림과, 나를 위한 수분크림도 샀다. 


  화장품 가게에서 나와 다시 구시가지 광장에서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다 같이 가만히 서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기에 가서 봤더니 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그룹별로 제각각의 국가의 의상으로 보이는 전통적인 옷을 입고 행렬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불렀던 건지, 구호를 외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다 같이 외치고 있었다. 멀리서 사진 찍고 구경도 하다가 다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특별해 보이는 한 상점을 들어갔다. 


  상점 이름은 Debut Gallery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식과 액세서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화려한 팔찌나 목걸이들이 눈에 가장 띄었다. 왠지 모르게 누나가 생각났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누나에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선물을 준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비싼 반지 하나 사주자 마음먹고 반지를 살펴봤다. 너무 튀는 것들은 제외하고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반지를 골라 가격을 알아봤다. 다행히 10만 원까지는 아니었지만, 여행 와서 이렇게까지 돈을 써야 하나 라는 마음이 생겨 반지를 들었다 놨다 상우에게 껴 보라고 해봤다가 (상우 손가락이 얇아서 누나 손가락이랑 굵기가 비슷하다 ) 그러면서 10분을 고민하며 그냥 사지 말아야겠다 하고 나가려는 순간, 다시 처음 들었던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바로 결정을 하고 카드를 긁어버렸다. 단순한 디자인에 포장이 예뻤던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비싸게 주고 산 거라 그런지 누나에게 줄 선물은 이제 다 해결한 것처럼 안심이 되었다. ( 난 여행을 가면 가족이나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 


  구시가지 광장에서 들어간 골목에서 나와 화약탑으로 이어지는 큰길로 걸어갔다. 또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매장이 하나 있었다. 그곳을 바로 레고 박물관! 이름만 들어도 너무 신났고 무엇이 진열되어 있을지 상상되었다. 상우나 나나 둘 다 너무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레고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카페에서는 맛있어 보이는 조각 케이크들과 빵을 팔았는데 왠지 먹고 싶지는 않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입에 텁텁한 걸 넣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한 30분을 쉬고 레고 박물관을 들어갔다. 입장 티켓은 앞면에 레고들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 형태였고 가격은 한화로 4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입구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지하 1층에는 레고로 만들 수 있는 현실세계의 모든 것들을 다 재현해 놓은 레고 세계가 길이 3미터, 폭 1.5미터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주변은 레이싱 차, 일반 트럭, 잠수함 , 비행기 등이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또 다른 문으로 들어가 보니 각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레고로 만들어 놓았고, 다른 방에는 까를교를 아주 거대하게 지어놨다. 2층에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만들어 놨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많은 비행선들과 로봇들, 다스베이더, 요다 등 캐릭터들도 특징을 잘 살려내어 표현해 놨다. 너무너무 사고 싶었지만.. 판매하는 것들이 아녔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출구로 향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을 보니 벌써 6시가 다 되어 있었고, 우리의 체력 또한 바닥이 났다. 사실 상우는 쌩쌩했을 수도 있다, 나만 피곤했던 거 같기도 하다.. 밤에 클럽을 가기로 했던 날인 만큼 체력을 채우자 해서 우선 집으로 갔다. 이날 집으로 가던 길에 느낀 점인데, 이렇게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며 한국인을 찾는다. 심적 안도감을 원해서 그런 것일까? 다른 여행자들도 그런지 궁금하다.


  집에서 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 상우는 클럽 갈 생각에 들떠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사실 가기 싫어.. 너무 피곤해.. 하고 집 앞에서 저녁만 같이 먹고 상우 혼자 클럽을 가고 난 집에 다시 와서 오늘 하루 종일 샀던 선물들 정리를 하고  폰으로 영화도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상우가 클럽 가기 전에 3시까지 올 테니까 그때 알람 맞춰놓으라고, 문 열어 달라고 해서 3시에 알람을 맞추고 불도 일부러 켜놓고 잤다. 하지만 알람에 깨지 못하고 3시 30분에 일어나 카톡을 보니 다행히도 4시까지 온다고 해서 상우가 더 늦게 올 줄 알고 일부러 4시 4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근데 4시 40분이 좀 안된 시간에 폰 진동 때문에 깨서 보니 상우가 4시에 딱 맞춰 와서 집 앞에서 계속 카톡으로 날 깨우고 있었다. 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4시부터 그 시간까지 계속 집 앞에서 부랑자처럼 앉아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웃겨서 한참 웃다가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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