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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라스베이거스 야경

미국여행 29 (221120 - 221207)

by 꽃뜰

귀하게 얻은 패키지여행에서의 자유시간. 그렇다. 밤이 무척 안전하다는 라스베이거스 야경을 놓칠 우리가 아니다. 특히 거의 30년 전 남편은 회사일로 바빠 나만 홀로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왔던 이곳. 엑스칼리버 호텔이라니? 그땐 너무 화려하고 좋은 호텔이라 우린 묵을 생각도 못했지. 패키지여행에서 그런 곳에 숙소를 정할 리가 없잖아. 남편에게 줄줄줄줄 30년 전 이야기를 한다. 특히 잊을 수 없던 그 밤.


그런데 어떻게 그 유명한 엑스칼리버 호텔에 묵는가? 30년 동안 수리를 하나도 안 해 너무 낡아서 이젠 단체 여행에 숙소로 제공된단다. 아닌 게 아니라 호텔 안은 겉의 알록달록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심하게 낡아있다. 아이고 냄새도 나는 것만 같다. 우린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온다. 그래. 라스베이거스 야경. 제대로 즐겨보자고.


어디로 갈 것인가? 호텔에서 나와 발 닿는 대로 맘 가는 대로. 혹시 떨어지면 안 되니까 둘이 손을 꼭 잡고 사람들이 꽤 많은 번화한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무어 탈 줄도 모르겠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 간 길 고대로 되돌아오면 될 테니까.


저기 저 호텔이었을 거야. 난 그때 패키지 마지막 밤인데 도저히 그대로 떠날 수는 없었어. 카지노 다른 것도 꼭 해보고 싶었거든. 너희 둘 아무 데도 가지 마! 카지노 입구 의자에 초등학생 둘을 앉혀두고 새 게임을 경험하겠다고 칩을 바꾸러 달려갔으니 나도 참.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 세계 각국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을 흘긋거리다 자리 잡고 앉았지. 룰렛게임이었어. 하하 무슨 용기였는지! 계속 뭐라고 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야한 복장의 음료인가 술잔인가 돌리는 아가씨들도 신기했지. 재빨리 말하는 딜러의 영어에 귀를 쫑긋하며 눈치껏 게임에 참여했지. 아, 할수록 재밌는 거야. 그 와중에 돈도 땄어. 그제사 생각나는 아이들. 아이고. 헐레벌떡 달려라 달려.


애들 있는 곳에 와보니 아흑. 거대한 체격의 경찰이 애들과 있는 거야. 그래도 그때 윤선생 영어로 제법 영어를 해 믿었던 큰애가 경찰에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대. 아이들 이렇게 두면 안된다고 경찰에게 크게 혼나고 그 호텔을 나왔지.


온갖 무용담을 이야기하며 걷고 또 걷는다. 번쩍번쩍 가는 곳마다 화려하지만 아, 그러나 그 30년 전 감동은 없다. 그땐 무빙워크에도 얼마나 놀랐던가. 우아아아 가만히 서있는데 길이 막 움직여. 천정에는 별이 반짝반짝 정말 화려해. 오오오오 감탄하던 모습이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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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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