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들어가 공부해!
92세 울 엄마가 까마득한 옛날
나의 학창 시절 엄마처럼 말했다.
앗, 엄마 정말?
하하 넵 감사합니다~
하고 나는 방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엄마가 무언가 한다 할 땐
무조건 하시게 해야 엄마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난 엄마가 힘들 것 같아
무얼 하시려고만 하면
아니 아니, 엄마 내가 해요.
엄만 가만히 편안히 계세요.
했었다. 그런데 도리어 엄마는
일거리가 주어질 때 마구
신나 하시는 것 같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길 때 그랬고
감 껍질을 깎아
곶감 만들기를 할 때
그러셨다.
그래서 난 조금씩 엄마의
일거리를 만든다.
몸에 좋다는 마늘을
우리 밭에서 캔 마늘을
딱 한 끼니 먹을 만큼만
껍질 벗겨서 슬라이스 해놓기.
그 슬라이스 한 마늘을
소시지 위에도
고기 위에도
살짝살짝 얹어먹으며
우리는 맛있어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 과제를
드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고동창들과의 여행에서
독일에서 유학한 친구가
마늘 냄새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마늘냄새는
아무리 잘 닦아도
3일 정도는 지나야
입에서 냄새가
사라진 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사람들은
그 마늘 냄새에 너무 민감해
유학시절 꼭 금요일 밤에만
마늘을 먹었단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은 지나야
그리고도 이를
아주 열심히 닦아야
겨우 마늘 냄새가
사라지곤 했다면서.
밖에 나갈 일 있거나
누구랑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땐 절대 마늘 또는
양파를 먹지 말라했다.
입에서 정말 냄새 많이 난다고.
난 그런 거 상관없이
매 끼니 엄마가 까주는
마늘을 여기저기 얹어
맛있게 먹었고
중국집에 가면
양파를 시커먼 장에 콕
찍어 신나게 먹곤 했다.
짜장면과 함께 먹는 양파는
얼마나 맛있는가. 하하
그래서 오늘 낮에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중국어 연습을 위해
자주 들르는
중국인 아저씨가 하는
짜장면 집에서
치잉께이워어리양완짜장미엔
을 했으면서도
딸려 나온 양파를
먹지 않았다.
너무나 먹고 싶었지만
친구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냄새 너무 심해~
여행 전 같으면
92세 울 엄마는
우리가 밥 차리는 사이
식탁 의자에 앉아
마늘을 까고 계셨을 텐데
오늘은 친구 말 때문에
마늘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과제를 드리지 않았다.
나는 오늘 저녁때
수업이 있다.
웨일스를 켜놓고
여러 명의 친구가
영어 소설을 읽어가는
수업이다.
요즘 빠칭코를 읽고 있다.
그 수업시간이 밥을 먹자마자
다 되었던 것이다.
아, 나 수업 들어가야 하는데!
그 말에 엄마가
어서 들어가 공부해!
설거지 엄마가 할게.
했던 것이다.
결국 남편도
방에서 책을 읽고
나도
방에서 수업하고
엄마만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 이거 노인학대 아냐?
엄마 힘들지 않아?
힘들지 않을 만큼만 하기~
난 살짝 나가 엄마를 응원한다.
이 정도 가지고 무슨!
어서 들어가 공부해!
하하
어서 들어가 공부해!
옛날 학창 시절 엄마가
주야장천 내게 하던 말이다.
엄마는 어느새
나의 학창 시절 그때 그
힘찬 엄마가 되어계셨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