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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똑띠 Mar 26. 2024

[자발적 독후감]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

서평 아닌 독후감 / 이은 작가 /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 /

#1.


어쩌면, 조금 더 진중한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었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깨끗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어느 부부가, 미소를 머금고, 몽글몽글하며 부들부들한 그림채로 표지에 새겨졌기에 따뜻한 마음으로만 읽어내면 될 줄 알았다.


  뒷 표지에는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을 말하였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익숙지는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했다.


작가는 솔직했고, 나는 아둔했다.


  한 손에 적당히 잡히는 도톰한 책을 들고서 후루룩 일으킨 책바람 속에 또렷이 스치고 지나간 어느 한 문장을 읽었더랬다.


"... 다섯 번의 유산... "


  '이은' 작가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을 이야기했고, 누구도 쉽게 하지 않는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는 솔직했고, 언제나 그렇듯 나는 아둔했다. 늦게서야 제목이 '읽혔으니' 말이다.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그리고 누구도 쉽게 하지 않는 이야기, '난임'. 길게 풀어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은 그렇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2.


"햇살이 참 좋은 날이다."


지구상에서 나의 아내와 나의 친구 S만 오직 아는 나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이 글이 읽히게 된다면 이제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리라.


  나는 한 때, 삶을 정리하고 싶었더랬다.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엔 이미 멀리 지나간 일이고, 또 어디까지 글이 뻗칠지 알 수 없는 사연이다. 여하튼, 나는 한 때, 우울을 심히 앓았고 그 우울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날은 조용한 원룸 방에서 홀로 둥근 고리에 머리를 들이밀었던 때가 있었다.


우울은 심히 괴이한 것이라서 마음을 뒤틀고 또 뒤틀어댄다. 날이 좋으면, 날이 좋은데 나는 우울하여 더욱 우울해지고. 날이 궂으면, 나는 우울한데 날마저 궂어 더욱 우울해진다. 그렇게 우울은 심히 순환적이라서, 그 굴레를 벗어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우울이란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의학적인 처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하나의 사건과 세 명의 사람이 있었다. 둥근 고리가 매달렸던 원룸 천정이 생각보다 나약하여 고리가 떨어져 내렸던 사건 하나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보러 와준 친구 S. 그리고 나 몰래 나를 아껴준-그리고 걱정해 준 가족 덕분이었다.


  아마도 이런 내 속의 깊은 이야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나는 이은 작가가 적어 내린 '난임'이란 글의 표면보다도 다른 일에  마음이 무척이나 끌렸다. 작가의 삶이 글이 되어 종이 위로 내리던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했던, 그녀의 모든 친구와 가족과 남편과 영란 씨의 이야기에 나는 몇 번이고 눈물이 솟았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결정(結晶)이란 이런 것인가 하였다.



#3.


나는 존재의 이중성을 믿는다. 무릇 '있다'라고 하는 것은 있지 '아니한 것'과 짝해야만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의 밝음이 드러나고, 눈 내린 추운 겨울에야 푸른 소나무의 푸르름이 드러나고, 그리울수록 만나면 반가운 이유는, 무릇 존재란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누구는 에로스와 타나토스라 이름 붙여 말하였으나, 나는 그저 삶의 오묘함이라 쉽게 말하고 싶다.


부모라는 말은 자식이란 말의 탄생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오직 부모만이 자식을 낳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기대어 있는 것이라면, 자식 또한 자신의 출생과 함께-그리고 비로소 한 부부를 부모로 탄생시킨다. 자식도 부모를 낳고, 부모도 자식에 의해 탄생한다.


  삶이란 이토록 오묘하다.


이러한 오묘함을 이유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을 읽어갔던 심정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말할 수밖에 없겠다. 아빠가 되어가는 중인 시절에서야 이 책을 만나고, 며칠 전 난데없이 <민물장어의 꿈>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후에 곧장 이 책을 만난 것은 아주 강한 우연이라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들려온 작가의 이야기에 송구스러움이 숱하게 솟았음에도 그와 동시에 두려움/슬픔/좌절/고통/우울을 사람에 기대어 이겨내는 작가의 모습에 눈이 시렸던 것은, 과연 솔직한 작가의 말과 같이,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도 겪지 않는 일은 또 아니기에 그랬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누군가의 모습이 있기에 그러하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책이 되어 읽히는 것 아니겠나.



#4.


"우리의 오늘이 어제보다 아주 조금은 더 다정하고 행복하기를"


모쪼록, '이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이은 작가에게, 그리웠던만큼 반가운 내일이 찾아오길 바란다.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독후감을 남긴다.


덧) 자발적 독후감은 난생처음이라는 말 또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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