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었을 때 처음으로 사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잠을 자며 현실을 잊었다. 침대 위에서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다 맞이하는 내일이 두려워 잠이 오지 않아도 눈을 꼭 감았다. 스스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생활을 하며 해가 떠있대도 모두에게 낮이 오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우울증에 걸리면 매일이 우울한 건 아니지만 우울이 쾅! 하고 터질 수 있는 폭탄을 가지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감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늘 몸이 무겁고 지친다.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가 주변에 있다면 이런 이유일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 가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도움받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나는 셀프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살에 대한 강박이 심해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고는 함부로 약을 중단해서 부작용으로 더 큰 우울을 느끼고 약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식했고 무지했다. 약이라고 다 몸에 좋은 게 아닌데. 결국 탈이 났다.
한 번의 실수를 되돌리는 데까지 좀 오래 걸렸다. 한 2년 동안은 우울증과 맞짱을 뜨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잠을 자지 않고 뭘 했냐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거의 부정적으로 흘러가 굳어져 버렸다. 소매 끝에 묻은 밥풀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진 생각은 날 또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울해도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그러니 생각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차라리 잠을 자야 한다. 그것도 아주 잘. 아침 일찍 햇빛을 보고 땀을 흘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잠이 제 발로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요즘 늦게 자는 게 다시 습관이 돼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해이해지고 있다. 다크서클이 점점 내려와 팬더가 된 걸 보고 잠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글을 다 썼으니 이제 자러 가야겠다.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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