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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y 24. 2021

58. 프랑스어 방송이 나오는 버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This stop is Saint Marie hospital,
L'hôpital Saint Marie.


아침잠이 많고 게으름을 부리기 좋아하는 나에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지하철역이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이번 집에서는 걷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 육교까지 건너야 하기는 했지만 버스정류장이 그렇게 아주 멀지는 않아 마음껏 게으름을 부릴 수 있었다.


내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타고 다니는 버스는 마포에서부터 용산을 거처 강남 삼성역까지 가는 버스였다. 만일 조금 더 게으름을 부리다가 평소보다 늦게 버스에 타는 날에는 서서 가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보통은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강을 건너 다니기는 하지만, 강남까지 도달하는데 정말 이른 아침에 나오거나 도로 상황이 좋다면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 서울시내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이것이 아무리 월세가 비싸더라도 서울시내에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하루에 한 시간도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버스를 탈 때에는 이어폰은 필수, 보통 음악을 들으면서 가고는 했지만 가끔은 아무런 음악을 듣지 않은 채로 주변 소리를 들으면서 가는 날도 있었다.


그 버스를 타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마포에서 삼성 방면으로 가는 버스에서, 성모병원을 지날 즈음에 꼭 프랑스어로 안내방송이 한 번씩 나온다는 것이었다. 한국어, 영어 방송 다음에 시크한 목소리로 짧게 'L'hôpital Saint Marie' 하고 프랑스어 방송이 나왔다.


프랑스어 방송은 성모병원 정류장 외에 다른 정류장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 버스를 탔을 때는 깜짝 놀라서 내가 들은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인들이 이 근처에 많이 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로 근처에 서래마을이 위치해있기는 했다. 성모병원과 조달청이 있는 도로를 건너면 서래마을이었다. 막상 삼성역 쪽으로 가는 버스는 윗동네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버스라서 프랑스인들이 많이 타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아 이 방송이 그렇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어딜 가나 영어 방송이 나오는 것은 언제나 그랬던 것이니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지만 프랑스어 방송은 그렇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졌다. 프랑스가 생각보다 한국과 가깝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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