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봐야 알지
렌즈 교환식 카메라(DSLR, 미러리스 등)로 사진을 찍어볼까?라고 생각하면 곧장 이어지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야 하냐는 고민이죠. 바디만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렌즈를 선택해야 하는데 뭘 알아야 선택을 하죠. 그리고 나에게 맞는 렌즈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숫자는 기본이고 당최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렌즈 이름에 붙다 보니 더 골치가 아프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캐논이면 캐논, 니콘이면 니콘, 카메라 브랜드별로 렌즈와 카메라를 이어주는 부분(마운트)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마운트 렌즈를 해당 브랜드에서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요즘 카메라 브랜드 대부분은 한 가지 마운트로만 카메라를 제작하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캐논을 예로 들어 볼까요. 기본적으로 현행 캐논 DSLR의 마운트명은 EF 마운트입니다. 그리고 이 EF 마운트는 다시 풀프레임용과 APS-C용으로 나뉩니다. 풀프레임용은 EF, APS-C(크롭)용은 EF-S라는 명칭이 붙지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용 마운트는 EOS-M 마운트라고 합니다. 풀프레임용 렌즈는 사진이 촬영되는 면적인 이미지 서클이 APS-C(크롭)용 보다 크기 때문에 크롭 바디에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아직 캐논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기종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니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풀프레임용, 크롭 바디용, 미러리스용으로 나뉘죠. FX포맷이 풀프레임용이며 DX 포맷이 APS-C 바디용입니다. 그리고 미러리스용은 NIKON 1마운트라고 합니다. 니콘도 캐논과 마찬가지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바디와 렌즈는 없습니다.
소니의 경우는 크게 A마운트과 E마운트로 나뉩니다. A마운트는 DSLR이나 DSLT 바디용이고, E마운트는 미러리스용입니다. 이중 풀프레임 E 마운트를 FE 마운트 라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바로 서드파티 브랜드입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시그마, 탐론, 토키나로 모두 일본 브랜드죠. 여기에 더해 독일의 자이스도 서드파티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서드파티 렌즈 제조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삼양 옵틱스죠. 지금까지 언급한 브랜드들은 캐논이나 니콘, 소니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는 렌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서드파티 브랜드 제조 렌즈들은 일부 호환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카메라 브랜드 제조 렌즈들보다 가성비가 높은 것이 장점입니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성능은 뒤처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어떤 브랜드의 렌즈를 고르냐는 개인 선택이지만 심각한 문제나 큰 불편함이 없다면 서드 파디 브랜드의 렌즈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최근 서드파티 브랜드의 렌즈 제조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매우 훌륭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제조사에 존재하지 않는 스펙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렌즈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화각입니다. 어느 정도 각도를 담아내느냐를 선택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탑재된 렌즈가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28mm 렌즈 정도의 화각입니다. 평소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그 정도 화면이 넓다면 35mm나 50mm 정도 렌즈를 선택하면 좋겠고 좁다고 느껴진다면 24mm, 20mm 정도를 선택하면 되겠네요. 참고로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렌즈 mm는 풀프레임 카메라 기준입니다. 특정 화각만 찍을 게 아니라면 줌렌즈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죠. 보통 표준줌렌즈는 24-
70mm 정도를 커버합니다. 최근에는 24-105mm 렌즈가 많이 보급되기도 했죠.
필름 시대부터 50mm 렌즈를 표준 렌즈라고 말해왔는데요, 이 표준렌즈가 사람에 따라선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5mm 정도가 편안할 수도 있지요. 주변에서 50mm가 표준이니 그걸 꼭 사야 한다고 추천을 하더라도 직접 물려보고 테스트해본 후에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50mm를 가운데 두고 그보다 숫자가 작으면 광각계열, 숫자가 많으면 망원 계열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0mm, 55mm 같은 50mm 언저리의 렌즈는 편하게 표준화각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20mm 보다 숫자가 작으면 광각이라는 단어 앞에 '초'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12mm, 15mm 같은 렌즈가 그런 경우죠. 광각렌즈는 광학 특성상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술통형으로 생기는 배럴 디스토션은 광학 설계를 통해 보정이 가능하지만 원근 왜곡은 광각렌즈의 특성으로 광학설계를 통한 보정이 불가능합니다.
망원렌즈는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크게 당겨 찍을 수 있습니다. 150mm를 넘지 않는 망원 렌즈는 인물 촬영에도 많이 쓰입니다. 배경을 많이 흐리게 해 정리할 수도 있고 인물만 부각하는 것도 가능해 인물사진에 많이 애용됩니다. 150mm를 넘기는 망원 렌즈는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스포츠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애용되죠.
망원렌즈의 광학 특성 중 하나는 압축 효과입니다. 여러 피사체가 줄지어 있을 때 그 피사체 간의 거리가 짧아 보이는 것처럼 촬영되는 것을 압축 효과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을 예로 들자면 서퍼와 밀려오는 파도 간의 거리가 짧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먼 상황이었습니다.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아래 사진과 비교해보죠.
촬영 위치가 차이가 나지만 사진에 표현된 서퍼의 크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망원렌즈로 촬영한 거리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서퍼 뒤로 몰려오고 있는 파도가 상당히 멀어 보이죠? 사실 망원렌즈로 촬영한 상황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화각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매크로 렌즈도 있습니다. 실제 사물의 크기와 센서면(혹은 필름면)에 기록되는 크기를 비율로 잡아 배율을 이야기하는데요. 보통 사물의 실제 크기와 센서면에 기록되는 크기가 동일한 1:1 배율을 가지는 렌즈부터 본격적인 접사 렌즈라고 칭합니다. 일부 줌렌즈의 경우 1:1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사물을 크게 찍을 수 있는 렌즈도 있는데 이때는 간이 접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진은 본격 접사렌즈는 아니지만 간이 접사 기능을 제공하는 렌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본격적이고 전문적으로 접사 사진을 촬영할 계획이 아니라면 간이 접사 기능을 제공하는 줌렌즈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일반적으로 렌즈 이름을 보면 화각 외에 다른 숫자가 같이 표기됩니다. 그 숫자 앞에는 알파벳 F가 붙지요. 이 숫자를 조리개 수치, 혹은 F값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보통 이 숫자가 작을수록 조리개가 밝다고 이야기합니다. 해외에서는 Fast Lens라고 이야기하죠. 숫자가 작을수록 빛을 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고 자연히 셔터스피드를 더 빠르게 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조리개가 밝을수록 렌즈의 가격이 비싸집니다. 필름 시대에는 F0.95 렌즈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고화소화가 진행되어 렌즈의 해상력이 좋아야 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F1.2 정도가 가장 밝은 렌즈라고 보면 됩니다.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심도를 더 얕게 표현할 수 있지만 해상력이 떨어지고 주변부 광량 저하(비네팅)가 생기게 됩니다. F1.2 렌즈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F값이 밝은 렌즈는 F1.4 정도가 대중적입니다. 대다수 광학 브랜드의 고급 단렌즈 군들은 조리개 최대 개방 F1.4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수치상 중요한 건 F1.4에서 얼마나 화질이 떨어지지 않고 주변부 광량도 떨어지지 않느냐입니다.
단렌즈 들은 조리개 최대 개방 F1.4, F1.8 등을 비교적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줌렌즈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고급 줌렌즈들은 전체 줌 구간에서 F2.8을 유지하지만 저렴한 줌렌즈들은 최대 광각 영역과 최대 망원 영역의 조리개 값이 달라집니다. 이를 각각 고정 조리개, 가변 조리개라고 합니다. 현재 출시된 줌렌즈 중에 고정 조리개 값이 가장 밝은 렌즈는 시그마에서 출시한 ⓐ18-35mm F1.8 DC HSM, ⓐ50-100mm F1.8 DC HSM입니다.
둘 다 APS-C 바디(크롭 바디)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리개 최대 개방 F1.8은 놀라운 숫자입니다. 물론 최대 광각과 최대 망원의 차이인 줌비가 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요. 풀프레임용 줌렌즈 중에 고정 조리개 값이 가장 밝은 렌즈도 시그마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24-35mm F2 DG HSM으로 전체 줌 구간에서 F2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24mm, 28mm, 35mm 단렌즈 3개를 합쳐놓은 화질이다는 평을 내놓고 있는 렌즈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해서 찍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광학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렌즈들이 F5.6- F8 근방에서 렌즈의 광학성능이 피크를 찍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면 전체에 걸쳐 해상력도 우수하고 주변부 광량 저하 현상도 나타나지 않게 되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조리개를 조인다고 렌즈의 광학 성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조리개를 너무 조이면 오히려 화질이 떨어지는 회절 현상이 생기기도 하죠.
동호회나 블로그를 통해 렌즈의 성능이나 성격을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사용해보는 것만큼 그 렌즈를 제대로 파악하기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렌즈를 사서 써볼 수는 없죠. 주변 지인의 장비를 빌려보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전시된 렌즈를 물려 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혹은 요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렌탈샵을 통해 단기간 대여로 렌즈를 써보는 것도 좋겠네요.
나에게 맞는 렌즈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객관적인 다양한 수치를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직접 써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인터넷의 각종 리뷰가 내 성향과 정확하게 맞으라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망원렌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