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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Sep 16. 2017

필름은 옛날이야기?-2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지난 회에는 필름 카메라의 종류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봤습니다. 이번엔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본적의 카메라 사용법(촬영법)은 디지털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찍고 난 후에 결과물을 받아보기까지가 다를 뿐이죠. 필름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요즘은 그다지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일단 필름 카메라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도전해 보세요. 그리고 필름이 만들어주는, 디지털과는 다른 이미지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필름을 고르자

카메라를 골랐다면, 필름 사진을 찍기 위해 먼저 고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어떤 필름을 써야 하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필름은 컬러필름과 흑백 필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컬러필름은 네거티브냐, 슬라이드(포지티브)냐로 나뉘죠. 

이런 필름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느 네거티브 필름이다.

네거티브 반전된 필름이기 때문에 현상된 필름만 봐서는 이미지의 색이나 밝기를 제대로 알기 힘듭니다. 따라서 우리가 봤던 색으로 반전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슬라이드 필름

포지티브 필름은 반전된 밝기나 컬러가 아닌 보이는 색과 컬러 그대로 현상되는 필름입니다. 컬러 표현이 네거티브 필름보다 조금 더 명징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필름 가격 자체가 네거티브보다 비싸고 현상 비용이나 스캔 비용도 조금 더 비쌉니다.

우리가 막연히 필름 느낌이다고 말하는 이미지는 네거티브 필름의 결과물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스캔된 슬라이드 필름의 결과물은 얼핏 디지털카메라의 결과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단종된 필름인 Agfa ULTRA 100으로 촬영한 결과물. 네거티브 필름 중에 발색이 좋은 필름이다.
슬라이드 필름인 FUJIFILM ASTIA 100F로 촬영한 결과물. 

필름을 사용하는 재미 중에 하나는 필름 별로 각기 다른 개성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가 대세였던 시대에 비해 필름의 종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취향에 맞춰 필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혹자는 포토샵을 통해 후작업을 하면 어차피 원하는 색이나 느낌으로 바꿀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원래 각각의 필름이 가지고 있는 개성, 물리적인 특징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필름을 사용하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필름을 사용해 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필름을 찾아가는 것도 필름을 사용하는 재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의 차이는 단순히 색표현이 다르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포지티브 필름은 네거티브 필름보다 관용도가 좁아 정확한 노출을 요구합니다. 쉽게 말해 네거티브 필름은 노출값이 조금 어긋나도 결과물에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포지티브 필름은 미묘한 노출 차이에도 결과물이 많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처음 필름을 접하는 분이라면, 비교적 안전한 네거티브 필름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냐, 슬라이드냐를 고르는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필름을 고를 때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감도입니다. 디지털카메라에서도 감도 설정을 하듯 필름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디지털은 컷마다 감도를 달리해서 촬영할 수 있지만 필름은 한 롤을 다 찍을 때까지 한 가지 감도로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감도 800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 요즘 디지털 카메라의 ISO 800보다 색 재현력도 조금 떨어지고 입자감도 거칠다.

필름도 디지털과 비슷하게 고감도로 갈수록 입자가 더 굵게 표현이 됩니다. 요즘엔 디지털의 고감도 표현이 좋아져서 같은 감도라고 하더라도 디지털의 디테일 표현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름은 ISO 800 정도만 되어도 매우 거칠게 표현됩니다. 따라서 부드러운 입자감을 원한다면 ISO 100-200 정도를 추천합니다.

감도 1600 컬러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 색이나 디테일 표현이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감도 1600보다 떨어진다. 


찍은 다음에는?

필름 한 롤을 다 찍은 다음에는 어떻게 하냐고요? 필름을 되감아야죠. 

120 혹은 220 롤필름은 촬영이 끝나면 이와 같은 스풀이  남는다. 스풀은 버리지 않도록 하자.

자동카메라는 한 롤을 다 찍으면 자동으로 필름을 감아주지만, 수동 카메라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촬영자가 직접 필름을 되감아야죠. 보통 135 필름은 리와인드 버튼을 누른 후 리와인딩 휠을 돌려줘야 합니다.  120 필름은 필름을 되감기가 필요 없지만, 필름이 풀리지 않도록 사용자가 직접 고정시켜줘야 합니다. 그리고 원래 필름이 감겨 있던 스풀을 카메라 바디 안에 뒀다가 다음 새 필름을 넣을 때 빈 스풀에 고정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만약 필름 되감는 법을 모른다면 카메라를 그대로 현상소에 들고 가서 되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습니다. 괜히 되감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 뒤판을 열면 애써 찍었던 사진이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다 말린 필름은 현상소에 맡겨야죠. 디지털 시대에는 촬영자가 로우 파일을 직접 현상하지만 필름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현상과정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흑백 필름은 자가 현상을 하기도 하지만 컬러필름은 필름 시대에도 전문 현상소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었죠.

다 찍은 필름을 현상소에 가지고 가서 고르는 옵션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필름 현상 후에 사진을 인화할 것이냐, 현상한 필름을 스캔받을 것이냐. 그걸 골라야 합니다. 요즘엔 현상 및 스캔을 받은 후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약간의 보정을 거치거나 한 후에 따로 인화를 맡기는 게 일반적입니다. 

'현상'과 '인화'의 뜻을 모르는 분을 위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현상은 말 그대로 필름에 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겁니다. 현상 전의 필름에는 육안으로 봤을 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거든요.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상이 나타나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현상된 필름을 사용해 종이에 프린트하는 것을 인화라고 합니다.

필름을 스캔받을 때 스캔 이미지의 크기를 고를 수 있는 현상소도 있습니다. 스캔 이미지 사이즈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죠. 

필름 시대에 니콘에서 출시 했던 필름 스캐너. 이제는 단종되어 새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정상 작동되는 중고를 찾아보는 것도 힘들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직접 필름 스캐너를 사용해 스캔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사용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스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이죠. 작은 먼지라도 끼면 그 먼지까지 고스란히 스캔되는 것은 물론이고 스캔받은 이미지를 볼만한 수준으로 색을 잡거나 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상소의 전문 장비로 전문가가 스캔해주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인용 필름 스캐너를 구비해서 한 컷 한 컷 정성스럽게 스캔했을 때 더 나은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스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정성은 상상을 초월하죠. 종이와 달리 반투명인 필름을 스캔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작업입니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최근 들어 필름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요, 이 흐름은 잠깐의 유행처럼 번지다 끝날 공산이 큽니다. 필름이 메인의 자리로 다시 돌아올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단순히 불편하고 번거롭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추구하고 원했던 이미지는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고 명징한 결과물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됩니다. 이미 아주 오래전에 기술적인 개발이 종료된 필름은 지금 시대가 원하는 해상도의 결과물을 보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형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결과물 중형 필름 정도면 최근 디지털 이미지에 비해 크게 디테일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취미의 영역까지 필름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취미의 영역이나 일부 예술의 영역은 쨍하고 선명한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자신의 취향이나 추구하는 바가 디지털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필름 카메라를 써보는 걸 추천합니다. 더 늦췄다가는 즐길 수 있는 필름의 종류가 더 줄어들 테니까요. 그리고 극소수만을 타깃으로 하는 필름은 매우 고가에 판매가 될 것이고, 현상 비용도 올라갈 겁니다. 지금이 그나마 적당한 비용으로 필름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 아닐까 싶네요.

중형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러시아 하프프레임 카메라.


시작을 찾아 떠나는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디지털이나 필름이나 별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필름을 넣고, 와인딩 레버를 돌려 한 컷을 장전하고, 셔터를 누르고, 필름 한 롤을 다 찍어 리와인딩하고,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결과물을 받는 과정을 통해 조금 불편할지라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을 얻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사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지요. 

우리는 그동안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얼마나 빨리, 무의미하게 사진을 소비해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은 확실히 빠릅니다. 그리고 바로바로 상황을 수정해 원하는 결과물을 향해 즉각적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건 분명 장점입니다. 그러나 필름은 현상소에 맡기고 결과물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필름을 늦게 맡기면 결과물을 받아볼 때 이런 사진을 찍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빠르게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는 쾌감보다, 적당히 잊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필름 곁을 다시 기웃거리는 건 아닐까요?

필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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