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들어 부쩍 필름 카메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1회용 카메라를 찾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1회용 카메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마트폰 앱도 있지요. 더불어 일부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얻어 중고 가격이 훌쩍 뛰어오른 필름 콤팩트 카메라도 있습니다.
사실 필름 카메라의 유행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면이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신제품으로 출시되는 필름 카메라는 즉석카메라를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말인즉슨, 디지털 시대 이전에 출시 된 필름 카메라들이 돌고 돈다는 말이지요. 또한 필름 카메라가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비해 필름 종류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나둘씩 야금야금 단종되어가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필름 카메라 유행이 돌면서 필름을 처음 접하는 10대, 20대가 늘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되는 필름 카메라는 없는데, 필름 유저가 다시 늘고 있다는 말인데요. 지금 상황에서는 앞날을 예측하는 게 불투명합니다. 누군가는 필름의 거대한 부활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이러다 불씨가 꺼질 거라고도 말합니다.
다만, 사진을 취미로 한다면 필름 카메라는 한 번은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마냥 쨍하기만 한 디지털 이미지가 싫은 분들에겐 대안이 될 수도 있죠.
필름 카메라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은 일단 필름 사이즈로 분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센서 크기에 따라 카메라를 나누듯이 말이죠. 일단 가장 대중적인 카메라가 35mm 필름(135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입니다. 필름을 구하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지요. 사진 한 장이 담기는 필름 면적은 24 X 36mm이며 이 사이즈를 기준으로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종류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 사이즈에 가장 가까운 센서가 소위 말하는 풀프레임(1:1) 센서입니다.
그리고 이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도 컷당 사용하는 필름 면적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카메라가 나뉩니다. 그나마 지금도 구하기 어렵지 않은 카메라로만 이야기한다면 일반적인 35mm 카메라와, 필름 면적을 반만 사용하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가 있겠네요. 그 외에도 정사각형으로 찍히는 카메라, 더 길게 파노라마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도 있지만 대중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필름이 120 필름입니다. 흔히 중형 필름이라고 하죠. 이 중형 카메라도 필름 면적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정방형 이미지의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죠. 135 필름보다 한 컷당 면적이 훨씬 큰 게 장점입니다. 다만 필름 사용법이 135 필름 보다 번거롭습니다.
중형 카메라도 필름 면적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종류가 세부적으로 나뉩니다. 6X45, 6X6, 6X9, 6X12 등으로 나뉘죠.
그나마 135 필름과 120 필름은 말려 있는 롤필름 형태로 대중적으로 볼 수 있지만 훨씬 더 큰 시트 필름을 쓰는 대형 카메라도 있습니다.
어떤 필름을 얼마만큼 쓰느냐로 분류를 나누기도 하지만, 작동 방식에 따라 필름 카메라를 분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초점 방식에 따른 분류입니다. SLR, RF, TLR, 목측식으로 나누는 거죠. 우선 목측식은 눈대중으로 피사체와의 거리를 측정한 다음에 카메라의 렌즈부 초점 링을 돌려 맞추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카메라가 바로 LOMO LC-A입니다. 목측식 카메라는 초점 방식 특성상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많은 연습을 거쳐야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초점을 맞춰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 대한 감을 익힌 후에는 일반적인 수동 초점 렌즈보다 빨리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삼각측량을 활용한 거리계 탑재 카메라가 RF 카메라입니다. RF는 Range Finder의 약자입니다. 대표적인 RF 카메라가 바로 라이카 M 시리즈죠.
RF 카메라의 장점은 SLR 카메라와 달리 렌즈의 F값이 어두워도 파인더가 어두워지지 않는다는 거죠. 더불어 바디 가운데 미러가 없어 마운트 뒤로 더 길게 빼는 렌즈 설계가 가능해 콤팩트 한 광각렌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시차가 있어 칼같이 정확한 프레이밍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단점입니다.
SLR은 single-lens reflex의 줄임말입니다. 일안 반사식 카메라라고도 하죠. 렌즈로 들어온 상을 거울에 비춘 다음에 펜타프리즘을 통해 좌우가 바뀐상을 원래대로 바꿔서 파인더로 보여줍니다. SLR은 RF와 달리 시차가 생기지 않으며 망원 렌즈 사용에 유리합니다. 또한 심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디 가운데 박힌 미러박스 때문에 RF 카메라에 비해 바디가 두껍고 크다는 단점도 있지요.
TLR은 Twin-lens reflex의 줄임말입니다. 카메라 외형에서 알 수 있듯, 렌즈가 두 개 달려 있는데요. 각각의 역할이 다릅니다. 위에 달린 렌즈는 뷰잉 렌즈, 아래 달린 렌즈는 테이킹 렌즈입니다. 뷰잉 렌즈는 초점을 맞추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테이킹 렌즈는 실제 촬영을 담당하죠. 일반적으로 TLR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되지 않습니다. 교환렌즈를 만들려면 뷰잉, 테이킹을 모두 제작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즈가 교환이 되는 TLR 카메라도 있는데요. 바로 MAMIYA사에서 만든 C330, C220 시리즈가 렌즈 교환이 되는 TLR 카메라입니다. TLR 카메라는 SLR과 달리 팬타프리즘이 없어 좌우가 바뀐 그대로 파인더에 보입니다. 그래서 익숙해지기 위해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셔터를 누를 때 미러가 움직이지 않아 미러 쇼크도 없고, 사진이 찍히는 순간에 파인더가 깜깜 해지는 블랙아웃 현상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120 필름을 사용하는 중형 카메라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1회용 카메라 같은 포커스 프리 카메라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카메라는 1m 정도부터 무한대까지 초점이 맞습니다. 광각렌즈를 탑재하고 조리개 값을 어둡게 만들어 피사계 심도를 깊게 하고 초점 맞는 범위를 넓게 만든 카메라죠. 1회용 카메라처럼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든 카메라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류의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F값이 어두워 맑은 날 야외에서 촬영해야 합니다. 흐린 날이나 실내에서는 노출 부족으로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1회용 카메라들은 플래시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포커스 프리 카메라들은 플라스틱 렌즈를 탑재한 경우가 많은데요, 플라스틱 렌즈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카메라를 쓰는 경우도 많지요.
디지털 시대가 되고 나서, 카메라의 다양성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카메라 제조 브랜드도 많이 줄었고요. 효율성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맥을 잇지 않고 있는 필름 시대 카메라 중에는 그 기계적 특성 때문에 조작하는 맛이 있는 카메라들이 많습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지금 카메라는 전달해주지 않는 감정을 느낄 수 있죠.
카메라는 기계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계와 분명 다르죠. 촬영자가 의도한 감정을 그대로 담아주는 기계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필름은 물리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와는 또 다른 감정을 전해줍니다. 물론 그 필름을 디지털 작업으로 스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물리적 원본이 있다는 것은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