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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Sep 02. 2017

미러리스를 색다르게 즐기는 법,
이종교배-2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보자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수중에 돈도 없고, 사진을 찍고 싶긴 하고, 교환 렌즈를 더 사고 싶긴 하고'라는 결과의 산물이 어댑터를 이용한  렌즈 사용이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 쓰던 수동 렌즈를 팔아버리자니 아깝기도 했고 그 렌즈들의 개성적인 결과물을 디지털에서 맛보고 싶기도 했죠. 

그래서 미러리스 초창기 때부터 비교적 빨리 이종교배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경우에는 센서 면적이 35mm 필름보다 훨씬 작아 화각이 두 배가 되는 현상이 생겨 일찌감치 포기하긴 했습니다만, APS-C 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소니의 NEX5가 출시됐을 때에는 환호하면서 이종교배를 즐겼습니다. 화각 손실이 적은 편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최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소니 a7이 나왔을 때에는 예판에 참여할 정도였지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때부터 사용해온 여러 렌즈를 잘려나가는 부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이종교배와 관련된 이번 두 번째 연재를 읽기 전에 1회부터 보고 오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아래 링크를 통해 이동하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eastrain/100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박단소를 살리고 싶다면

사실 아주 엄밀히 말하자면 '미러리스'라는 명칭은 조금 애매합니다. 필름 시대부터 활약해온 RF 카메라도 바디 중앙에 미러가 없으므로 '미러리스'라 칭해야 하느냐는 논쟁이 있어왔지요. 그러나 그런 논쟁은 실사용과 별 상관이 없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RF 카메라도 바디에 미러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플랜지백 거리가 짧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플랜지백 거리를 맞춰주는 어댑터의 길이가 짧은 정도가 아니라, 얇습니다. 따라서 어댑터를 이용해 미러리스 바디에 마운트 했을 때,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바디와의 밸러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자, 그렇다면 RF 카메라용으로 출시됐던 렌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초창기 RF 카메라인 라이카의 바르낙 시리즈용 렌즈들은 요즘과 같은 바이요넷 마운트가 아니라, 스크루 마운트 방식이었습니다. 바디 마운트와 렌즈 마우트부에 나사산이 파여 있어서 렌즈를 교환할 때 빙글빙글 돌려 빼거나 채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렌즈는 일부 렌즈(기념 렌즈 및 코시나 Voigtlander렌즈)를 제외하면 50~60년대 사이에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이카 바르낙의 '라이카'에서 가격이 비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 라이카 바르낙 마운트(이하 m39 마운트)와 호환되는 렌즈는 여러 나라의 여러 브랜드에서 만들었습니다. 

http://global.canon/en/c-museum/lens-series.html 캐논 카메라뮤지엄의 렌즈관 화면 캡쳐.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캐논입니다. 상단 캡처 페이지는 캐논 홈페이지에 마련된 캐논 뮤지엄이라는 사이트입니다. 지금까지 캐논이 선보였던 카메라와 렌즈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죠. 저 중 우측 하단의 S Lenses 시리즈가 바로 M39스크루 마운트 렌즈들입니다. 라이카가 M3라는 걸출한 바이요넷 마운트 RF 카메라를 내놓기 전까지 캐논은 라이카 카피 카메라를 만들던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카피 브랜드라고 말하기엔 렌즈 부문에서 매우 놀라운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Canon Lens Hall의 S Lenses 페이지. http://global.canon/en/c-museum/series_search.html?t=lens&s=s


SONY a7 에Canon 50mm F1.2 M39 스크류마운트 렌즈를 마운트해서 촬영한 사진.현행 렌즈에서 만나기 힘든 보케가 매력적이다.

캐논 카메라 뮤지엄의 S Lenses부분을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저렇게나 많은 렌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렌즈별로 출시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한 수준의 렌즈가 즐비합니다. 그리고 짐작하시겠지만 이 클래식 렌즈 중 눈에 띄는 스펙의 렌즈는 지금도 비교적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CANON 50mm f/1.2,  CANON 35mm f/1.5 등 ) 그러나 그런 렌즈를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비교적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작고 가볍고 아름다운 캐논의 M39 렌즈를 구할 수 있습니다.

SONY a9 + Cnon 35mm F1.8 M39 스크류마운트 조합으로 촬영한 사진.

다음은 조금 더 저렴한 M39 렌즈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주머니 가벼운 미러리스 사용자를 위한 궁극의 렌즈들입니다. 바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M39 마운트 렌즈들이죠. 아래 링크에서 러시아(구소련 시대)제 m39 렌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sovietcams.com/index.php?-1674256906

왜 뜬금없이 러시아가 이런 렌즈를 만들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역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가 승전국이 되면서(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요.) 독일에 전쟁배상금으로 광학 기술과 광학장비 생산 공장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러시아는 독일의 우수한 광학기술을 습득하게 되죠. 그렇다고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렌즈들이 모두 독일제 렌즈의 카피는 아닙니다. 러시아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걸출한 렌즈(RUSSAR 20mm F5.6 등)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량으로 많이 찍어낸 렌즈들 대부분은 독일 자이스 렌즈의 카피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대표적인 렌즈가 JUPITER시리즈와 INDUSTAR시리즈입니다. 사실 미러리스가 탄생하기 전에는 이 렌즈들이 상당히 저렴했지만, 미러리스 카메라가 등장한 이후에 가격이 올랐습니다. 지금 설명하고 있는 이종교배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죠. 위의 사진은 첫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Jupiter-3 50mm F1.5, Jupiter-8 50mm F2, Jupiter-12 35mm F2.8, Jupiter-11 135mm F4, Jupiter-9  85mm F2입니다.

SONY a7에 Jupiter-3를 마운트 해 촬영한 사진. 

이 중 카메라 기종에 따라 이미지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렌즈가 있습니다. 바로 Jupiter-12 35mm F2.8인데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렌즈 후옥이 마우트면 뒤로 더 튀어나와있습니다. 센서면에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죠. 필름 시대에는 이런 설계를 통해 카메라에 마운트 했을 때 더 콤팩트 한 렌즈를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이 결과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이미지 센서는 필름과 달리 입사각 문제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Jupiter-12처럼 센서면에 가깝게 다가가는 렌즈의 경우 심각한 비네팅 현상과 더불어 주변부에 보라색이 끼는 퍼플 프린지 현상은 물론 주변부 화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예를 들자면 a7 1세대 및 이전 카메라들이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7 2세대 이후부터 이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많이 완화됐습니다. 일본 코시나사에서 만든 Voigtlander의 광각 렌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시나에서 최근에 발표한 E마운트 전용 광각렌즈는 언급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이전에 생산된 15mm, 12mm 렌즈는 심각한 비네팅과 퍼플 프린지, 화질 저하 현상이 나타납니다. 해당 카메라 기종을 사용 중이라면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 50mm 정도 표준화각이나 그보다 화각이 좁은 중망원 렌즈 정도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SONY a9 바디에 Jupiter-11 135mm F4 렌즈를 장착해 촬영한 사진.

또한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M39 렌즈 중에 SLR 카메라용으로 나온 렌즈가 소수지만 존재 합니다. 이런 렌즈는 SLR 카메라의 플랜지백에 맞춰 설계돼 미러리스 카메라에 일반 M39어댑터를 사용하면 초점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구매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Jupiter 시리즈의 경우 두 가지 마운트로 출시되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M39마운트와, contax/kiev 마운트 두 가지로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이종교배를 위한 어댑터도 두 종이 있습니다만, 어댑터의 특성상 contax/kiev용 어댑터가 훨씬 비쌉니다. 그러니 M39마운트로 구매하는 게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소수긴 하지만 확대기(enlarger)용 렌즈 중에 M39 마운트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구매를 피하는 게 좋겠네요. 

어댑터를 고를 때 한 가지 고려할 점은 M39마운트 렌즈나 M 마운트 렌즈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단 촬영거리가 0.7~1m입니다. 이보다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어댑터를 앞으로 조금 더 빼주는 기능이 있는 어댑터가 있습니다. 최단 촬영거리를 좀 더 짧게 줄이고 싶다면 그런 어댑터를 선택하는 게 좋겠네요.

SONY a9에 Voigtlander Heliar 15mm 1세대를 장착해 촬영한 사진. 최근에 만들어진 바디인 관계로 이미지 주변부에 심각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SLR 카메라용 렌즈도 가능하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운 장점을 활용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RF 카메라용 렌즈를 구하는 걸 추천합니다만, 이미 구비하고 있는 필름 SLR 렌즈나 DSLR 렌즈를 미러리스 바디에 사용하고 싶다면 그 또한 가능합니다.

우선 캐논은 MF 시대와 AF 시대가 마운트가 전혀 다릅니다. 플랜지백 길이도 달라서 캐논 MF 렌즈를 캐논 AF 바디에 꾸역꾸역 물린다 해도 초점을 제대로 맞출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캐논뿐 아니라, 미놀타도 동일합니다. 그래서 캐논의 수동 렌즈(FD)와 미놀타 수동 렌즈(MD)는 다른 마운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니콘과 펜탁스는 MF 마운트와 AF마운트가 동일합니다. 그래서 종류에 따라서는 앞서 말한 캐논 MF, 미놀타 MF 렌즈보다 조금 비쌀 수 있습니다. 어차피 요즘 DSLR 사용자들은 MF 렌즈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가격차이는 크지 않을 겁니다. 

NEX-5에 PENTAX A50mm F1.2렌즈를 마운트해서 촬영한 사진

그렇다면 이러한 렌즈들이나 어댑터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예, 그렇습니다. 이베이가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베이 계정이 없거나,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옥션 이베이(http://ebay.auction.co.kr)를 사용하시면 매우 간단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ebay에서 M39 lens로 검색한 화면. 

어댑터는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베이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싼 게 흠입니다. 이종교배용 렌즈도 사진동호회 중고장터 등에서 구할 수 있지만 이베이가 좀 더 저렴합니다.

이번 포스팅의 내용을 참고해서 제가 언급하지 않은 다양한 렌즈를 직업 알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수동 렌즈 사용이 처음에는 어렵거나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러리스 카메라 대부분이 파인더상에서 화면을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초점 맞은 지점이 특정색으로 표시되는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죠. 따라서 조금만 연습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사진처럼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시그마 MC-11 마운트 컨버터 

마지막으로, AF 렌즈용 어댑터를 소개하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캐논 마운트 AF렌즈를 미러리스 바디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댑터들이 주를 이룹니다. 캐논 마운트 렌즈들이 시장에 많이 풀려있는 탓이겠죠. 보통 메타본즈의 어댑터나 시그마의 MC-11을 많이들 선택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캐논 DSLR에 사용하는 렌즈들을 저 어댑터를 통해 단순히 플랜지백 거리만 맞춰주는 게 아니라, 각종 전자적인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보면 됩니다.

AF 렌즈는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것은 물론, 카메라 바디에서 조리개 값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전자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렌즈에 탑재된 손떨림 보정 기능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F 렌즈는 수동 렌즈가 아닌 탓에 구동을 위한 알고리즘이 복잡해 완벽하게 호환된다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러나 MC-11의 경우 시그마에서 제조한 글로벌 비전 렌즈에 대해서는 구동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SONY a7RII에 MC-11을 사용해 시그마 ART 20mm F1.4 DG HSM렌즈를 마운트해서 촬영했다.

지금까지 제가 쭉 언급한 이종교배는 카메라 제조사에서 보증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카메라 제조사에서 판매 중인 렌즈로는 불가능한 새로운 표현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싶거나, 저렴하게 추가 렌즈를 구매하고 싶은 분들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11 같은 전자적인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터는 호환 문제 등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AF를 지원하니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MF 렌즈 이종교배는 불편하긴 하더라도 전자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각각 일장 일단이 있는 거죠.

거금을 들여 산 카메라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주춤하게 된다고요? 그러나 그런 수동적인 자세를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종교배로 인해 카메라가 고장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미러리스 카메라 유저들이 이종교배를 통해 더 다양하고 새로운 사진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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