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65mm F2 DG DN | Contemporary
봄이다.
성질 급한 꽃은 피고 있다.
그 봄에 걸맞은 렌즈는 뭘까.
망원으로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살짝 눌러 주면서 압축하는 듯한 느낌과 적당히 안아주는 마음을 전해주는 렌즈가 어울리지 않을까.
우리는 자주 만났던 숫자에 집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뜻밖의 숫자의 렌즈가 보여주는 사진은 의외로 놀랍다.
그 렌즈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대상에게 직접 다가섰을 때 진심을 보여주지 않을까? 상대방의 진심, 내가 잘 전달할 수 있어. 봄의 진심도. “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가 매화다. 따끈하지도 춥지도 않은, 보통 사람들은 애매하다 싶을 때 매화가 피기 시작한다. 꽃과 더불어 향기까지 펼쳐준다. 눈과 코에 알려주는 것.
향기는 직접 그 주변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지만 꽃은 조금 다르다. 꽃은 사진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타인에게 봄을 알리기 위해서는, 봄이니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라고 알리기 위해서는 그 꽃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조금 더 신경 써서 사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담게 해주는 것은 카메라지만 대상을 보여주고 어떤 모습으로 담아야 하는지 도와주는 것은 렌즈다.
봄을 알리는 매화는 어떻게 찍는 것이 좋을까? 매화는 커봐야 엄지 손가락 앞쪽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편이기에 그 꽃 하나만 찍기 위해선 매크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종의 망원렌즈로 찍으면 주변의 다양한 꽃을 함께 찍지 못한다. 광각렌즈로 찍으면 꽃들을 다양하게 찍을 수는 있지만 꽃이 작게 찍힌다.
적지 않은 양으로 적당히 담으며 찍기에는 표준화각 정도가 적절하다. 그리고 그보다 살짝 압축하는 느낌이 더해지면 더 아름다운 꽃들을 찍을 수 있는데 그 화각이 65mm다.
이 렌즈의 최대개방이 F2이기에 F1.4보다 뒷흐림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살짝 중망원이기에 흐림이나 보케가 모자란 편은 아니다. 흐림은 적절히 나타나면서 초점 맞은 부분은 선명하게 나타난다.
참고로 최단 촬영거리에 가까운 경우에는 F2.5로 아주 살짝 조이는 게 좋다. 꽃의 잎들이 아주 조금 위치가 다른데 그로 인해 초점 맞은 위치가 달라진다. 꽃 자체로 봤을 때 꽃의 일부가 초점 맞지 않게 되는 것. 따라서 아주 조금이라도 F를 조여주는 게 좋다. 다음 사진들이 그 예다.
매화는 꽃 자체가 작은 편이다. 벚꽃보다 살짝 작은 편. 그러나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 향기는 아주 넓게 풀리고 있다. 그 향기를 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느낌은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게 바로 사진의 힘이다.
동백꽃은 저 통통한 잎을 보면 알겠지만 남부 위주로 자라고 있다. 추워도 잎이 잘 얼지 않기에 가을에 맞춰 잎의 색이 붉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잎이 겨울에도 버틴 덕분일까. 동백꽃은 큼직하게 핀다. 매화와 비슷한 시기에 피지만 꽃의 크기로 따지면 동백꽃이 훨씬 크다. 이제 봄이라는 말을 가장 큰 소리로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정도 꽃들은 매크로 렌즈가 아니라도 큼직하게 찍을 수 있다. 더불어 키 큰 나무라하더라도, 거리를 두고 찍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별 걱정 없이 찍을 수 있다. 65mm라면 살짝 거리를 두고 찍어도 꽃 크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백꽃도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꽃잎이 더 넓고 더 많은 종류도 있다. 그리고 동백꽃은 다 펼쳤을 때 사람의 손 보다 조금 작고 보통 꽃들보다는 크다. 따라서 마치 사람을 찍을 때처럼 꽃 하나를 찍기 좋다.
더불어 사람을 찍을 때처럼 꽃을 중심에 두고 찍기보단 조금 주변에 두고 찍은 결과가 더 아름답다. 65mm와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한다.
별것 아니라 생각하거나 그냥 지나치지 말자.
특히 봄이 시작 됐을 때 알려주는 풀 들은 꽃뿐만 아니라 잎들도 아주 아름답다. 진한 녹색이 아닌 연한 녹색이기에 싱싱한 느낌을 전달해 주기 때문.
특히 큰개불알꽃은 아주 작기에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곤 한다. 큰개불알꽃은 아주 흔한 잡초라 만나기 힘든 꽃이 아닌데도 말이다. 조금 천천히 걸어가 보자. 길 주변을 봤을 때 녹색 풀들과 푸른색이 함께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보자. 앉아서 보면 저 꽃들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셔터 누르기 전에 F2.8 이상으로 조이는 것을 추천한다. 꽃이 점처럼 작기 때문에 꽃 하나 자체의 상당 부분이 흐려지기 때문. 경험상 F4 정도가 어울리는 것 같다. 윗 사진들이 그 결과다.
꽃뿐만 아니라 풀들도 봄을 알리고 있다. 양치류, 담쟁이덩굴 등등. 그들이 봄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 풀들 볼만한 게 없다 생각하지 말자. 조금만 신경 쓰면 그들이 봄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된다. 그냥 걸어가는 길 주변이라도 지나치지 말자. 겨울에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녹색을 만나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라면 그 의미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SIGMA 65mm F2 DG DN | Contemporary도 그렇다. 65mm 화각이 꽤 쓸만하다는 말은 이미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주변 위주로 초점 맞아 보라는 말은 이 렌즈로는 안심해도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간 기존 화각에만 집착한 게 아닐까?
유명하다는 곳만 바라보지 않았을까?
최고라는 렌즈를 향해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봄이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그 새로움을 어떤 방식으로 품에 안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그 생각 끄트머리에 SIGMA 65mm F2도 함께 있길 빌어본다.
EasrRain. 2024. 3. 5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SIGMA 65mm F2 DG DN | Contemporart는 대여했습니다.
:: 본 원고는 제품과 원고료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