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엽 Apr 02. 2018

미세먼지로 뒤덮힌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 벡 <분노의 포도>



갑자기 핸드폰에서 

비비비- 하는 소리가 납니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함께 문자가 울립니다. 

[서울특별시 안전 안내 문자]입니다.


‘서울 미세먼지 비상저감초치 발령으로 

공공기관의 주차장 폐쇄. 

차량 2부제에 적극 참여바랍니다.’


갑자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잘 지내니? 문자 받았어? 

난 이제 이런 미세먼지 뒤집어쓰면서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

며 시작된 신세 한탄은 

이제 외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 친구의 근황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습니다.


미세먼지가 덮힌 창밖의 하늘을 보며 

책장에서 존 스타인 백의 <분노의 포도>를 펼쳐듭니다. 


존 스타인벡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분노의 포도>는 

모래먼지가 미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잘 알려주는 소설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미국 중부입니다. 


당시 미국은 유례없는 모래먼지가 중부지역을 강타해 

도시 전체가 비틀거리는 

혼미 상태가 됩니다. 


형무소에서 가석방된 주인공 톰 조드가 

오클라호마의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합니다. 


고향에 와 보니 

가난한 소작인들은 

낮은 생산성에 은행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고 

모래먼지까지 덮친 상황. 


농민들은 더 이상 고향에 살 수 없어 

‘일자리가 차고 넘치고 싱싱한 오렌지와 포도가 기다린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납니다. 


당시 미국 중부를 강타했던 것은 

바로 dust bowl 혹은 sand bowl이라는 

모래 먼지였습니다. 


무분별한 개간으로 토지가 황폐해지면서 

강한 먼지바람이 미중부지역을 덮치면서 

발행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먹거리가 적어지면서 

농민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기아 상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간 사업, 

토지의 혹사, 

기후변화와 같은 가뭄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허약한 사람들을 파괴하는 

인간 본성을 드러냅니다. 


소설은 

먼지와 모래로 황폐해 진 인간의 내면을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끼리 

늦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을 

주인공 가족은 보여줍니다. 


죽은 아이를 낳아 

기력을 잃고 슬픔에 잠긴 어린 산모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젖을 주는 장면은 

깊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이런 모진 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참고 견뎌내는 

인간의 생명력을 찬미합니다. 


심한 모래 바람 속에서 

굶주리고 지친 사람이 

굶주려 죽어가는 타인과 나누는 모유를 통해 

강한 생명의 유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해외로 출국하는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네가 해외로 나가는 것이 

한국의 뿌연 미세먼지가 아니길. 

단지, 

더 큰 너의 꿈을 위해서 나가는 것이길. 


네가 가는 그곳도 

물리적인 미세먼지는 아니더라도 

정작 네 마음에 있는 먼지로 앞을 가지지 않기를-.'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이 책 <분노의 포도>를 건냅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읽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의 빛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