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편] '나는 왜 이럴까' 생각이 자주 드는 분들 추천하고픈 책
나는 왜 이럴까?
무난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수많은 날들.
하지만 한 번씩(어쩌면 주기적으로) 참을 수 없는 우울감과 답답함,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찾아올 때면 평상시에 잊고 있었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고,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나는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나를 찾아와 내 시간과 머릿속을 차지해버리고 만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나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내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쉽게 걱정에 빠지고,
그렇다 보니 잔뜩 긴장해 신경을 곤두세운 채 내게 주어진 사람, 환경, 관계를 마주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인지 성격이 급한 편이고, 불확실한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불편한 상황에 마주하면 억지로라도 그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려고 서두르는 타입이다.
상황이 내 통제 하에 해결되지 않으면 굉장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내 목을 조여 오고 곧이어 두통이 시작된다.
정신적 반응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반응도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두통이 시작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고, 그 하루를 고스란히 망치는 날이 성인이 된 후 자주 반복되어 왔다.
나는 이런 내가 정말 싫어
특히 결혼을 하고 남편과 살면서 내가 남들보다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예민해지는 몇 가지 포인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은 <가족>이다.
가족 중 누군가 힘들어하거나 아프면 내 신경은 온통 그쪽에 쏠리고, 내가 그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해결해 줄 수 없음에 엄청난 좌절감과 슬픔을 느껴 당사자보다 내가 더 힘들어한다.
헌데 나의 배우자, 남편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행동을 취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란 적이 있다.
어느 날, 시댁 어른께 안부인사를 여쭙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그러나 여느 때와는 다른 시부모님의 목소리와 분위기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챘고,
곧이어 시부모님 중 한 분이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평소 너무나도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분이라 설마 암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남편보다야 덜했겠지만 그 자리에서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앞으로의 계획과 수술일정 등을 전해 듣고 전화를 끊은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자기 부모의 병환소식을 들은 남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 남편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다 10분쯤 지났을까? 남편은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고,
주위에 이 병에 대해 잘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의학적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 나서 남편은 큰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에게 다가가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순간 나는 '쟤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라면 이미 드러누워 대성통곡을 하고 당장 차키를 집어 들고 부모님 집에 찾아갔을 텐데...
아이를 다 재워놓고 나서 남편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남편의 답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나와 남편의 사고회로 비교]
1. 부모님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함
<나> (눈물바다로 시작) 어떻게 해! 이제 우린 어떻게 살라고!
<남편> (담담한 태도로) 암에 걸렸다. 심각한 수준인가? 수술을 잘 받으면 완치할 수 있는 단계인가?
2. 소식을 듣고 나서 일상을 살아갈 때
<나> 지금 일이고 육아고 그게 중요해? 부모님이 암이라니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모든 걸 놓고 싶어.
<남편> 지금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있는가? 일단 난 지금의 삶을 잘 살아가면서 경과를 지켜봐야겠다.
3.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나> 백만 가지 시뮬레이션 총출동, 부모님이 투병을 시작하시면 난 어쩌지? 내가 간병을 해야겠지?
<남편> 일단 수술일정이 잡혔으니 경과를 지켜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 삶을 살아가자.
너와 나는 무엇이 다른 걸까?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똑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다른 행동과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모두가 나처럼 무너질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전혀 다른 대응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애착>이란 주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어릴 적부터 애착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특징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회피" 그리고 "불안"이었다.
난 그 키워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고 그래서 일본의 한 정신과의사가 지필한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애착 유형 진단 테스트를 해본 결과,
난 <불안-안정형 애착유형>의 사람이었다.
※ 불안-안정형 애착유형이란?
- 애착불안이 강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력이 있는 유형
- 즉, 안정도와 불안도가 비슷한 수준에서 혼재되어 있는 상태의 유형
불안-안정형 애착유형의 사람들이 나타내는 특징
과보호라고 할 만큼 사랑을 많이 받은 한편, 부모에게 자신이 착한 자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함
반항적인 일면과, 눈치를 살피며 상대를 기쁘게 하려고 행동하는 성향이 섞인 복잡한 성격을 가짐
통제형 애착 성향을 드러내어 부모를 자신의 힘으로 조절하려 함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성향으로 연결되어, 서비스 정신이 왕성하고 연기를 하면서 행동하는 능력을 키움
실제로 내가 어린 시절의 부모님은 내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었고, 나 역시 어린 나이였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상황이 달라질 때(집안문제가 발생하거나, 훈육을 할 때) 부모님의 태도는 평소와는 정반대였고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생경했고 두려웠다.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내야, 착한 아이가 되어야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고 사랑받으며 살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그랬기 때문에 늘 부모님의 눈높이에 만족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이전에 남편이 "넌 왜 어릴 때 시키지 않아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범생으로 살았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난 당연하다는 듯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싶었어."라고 대답했다.
그 안에 '나'라는 주체는 없었던 것이다.
안정형 애착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의 안전기지'를 잃은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