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어른이 될까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지

by 묵묵한 해설자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실례하지 않으려는 자세, 지적받았을 때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프린트 카페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한 노인이 컴퓨터 앞에 서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는 ‘무단 인터넷 사용은 자제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이거 사용 중이세요?”


노인은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 말없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규칙을 어긴 것도 그렇지만, 말을 건 사람에게 아무 반응도 없는 그 태도가 당황스러우면서 약간은 불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초라한 행색과 지친 표정을 보니, 그분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싶었다. 삶이 힘들면 규칙 따위는 잠시 외면하고 싶어질 때도 있으니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노인도 한때는 지금의 나처럼 무례한 어른들을 보고 혀를 차며 '나는 나이 들어도 저러진 말아야지' 다짐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고 힘든 세월을 지나면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의 노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 역시 그 노인과 같이,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하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내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규칙을 어기고 민폐를 끼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지만,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도 이미 어른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었고,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어른(혹은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실례하지 않으려는 자세, 지적받았을 때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몇십 년 뒤의 나는, 아무리 지치고 여유가 없어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은 잊지 않는 어른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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