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이의 금전거래 원칙
돈을 빌려줬다가 돈 잃고 사람 잃는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천만원만 빌려줘"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PRVlSAkgYpA?si=IkuEkOXMgMzv5J_A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가 “만약 친한 친구가 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형편이 어려워 그런 것이라면 돌려받기 힘들 테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만원 안쪽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못 받는다 생각하고 백만원을 줘서 보내라."
친한 친구가 몇 천만원 이상의 큰 금액을 빌려달라 하면 거절하기가 수월하지만, 애매한 금액이라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친한 친구라면 백만원 정도는 줄 수 있을 테니, 서로 마음 상할 일이 없도록 하라는 좋은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상사분께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투자실패로 인해 돈이 하나도 없는 친구에게 전세금 2억을 빌려주고, 전세금 보호를 위해 상사분의 명의로 계약을 해 전입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가 위임장을 위조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전세금으로는 투자를 해서 다 날린 뒤 자살을 한 것이다. 위임장이 위조되었음을 증명하기도 어렵고, 이미 가족은 상속포기를 한 상황이라서 돈을 받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하셨다.
이런 사례를 보면 돈이 얽힌 관계는 본질적으로 신뢰를 시험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정이나 의리는 돈 앞에서 쉽게 균열이 가기 마련이다. 상사분의 경우처럼 전적으로 믿었던 친구가 믿음을 저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금전적인 손실을 넘어 인간관계 자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우 감정적 고통과 실질적 피해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빌려준 사람의 몫이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돈거래는 그 어떤 관계에서도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상대방을 돕는 선의를 넘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돈을 빌려줄 때는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만약 그 질문에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빌려주는 대신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돈은 때로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하며, 가까운 관계에서도 금전적인 문제가 개입되면 서로의 본심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기 십상이다. 빌려주는 쪽은 당연히 돈을 돌려받기를 바라지만, 빌리는 쪽은 그 돈에 담긴 책임과 압박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돈이 관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주는 것도, 빌리는 것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그 선택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철저히 숙고해야 한다. 돈을 빌려줬다가는 돈 잃고 사람 잃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기억하며, 돈 문제가 관계의 시험대가 되지 않도록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돈도 지키고 관계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천만원만 빌려줘"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이미지 출처: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