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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l 01. 2024

현대팀, 폴란드 랠리에서의 악재를 딛고 종합 1위 사수

티에리 누빌과 현대 월드랠리팀은 더블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를 지켰다.


시즌 절반을 소화하며 반환점을 돈 2024 WRC.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의 거친 노면을 정복했던 선수들은 7라운드 폴란드를 시작으로 라트비아, 핀란드로 이어지는 고속 그레이블 3연전을 눈앞에 뒀다. 폴란드 랠리는 2017년 이후 WRC에서 사라졌던 만큼 많은 참가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무대다. 


이어지는 라트비아, 핀란드와의 차이점이라면 폴란드 랠리의 노면이 조금 더 부드럽다는 점이다. 큰 바위나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는 없지만 부드러운 표면은 랠리카 주행에 따라 금세 홈이 파인다. 코너나 점프가 적어 속도가 높은 만큼 긴장감 넘치는 이벤트로 유명하다. 반면에 통제를 잘 따르지 않는 관중들은 커다란 위험 요소다. 



폴란드 랠리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한 전통의 랠리다. 사진: 폴란드 랠리 (https://rajdpolski.pl)


폴란드 랠리는 1921년 시작되어 올해로 80회를 맞았다. 현재 WRC에서 몬테카를로 다음가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이벤트다. WRC가 처음 시작되었던 1973년, 제7전이 바로 폴란드 랠리였다. 고작 한번 열리고 캘린더에서 사라졌는데, 서슬 퍼런 냉전 시대에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에서 서방의 대규모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고 국내 대회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폴란드는 80년대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철의 장막을 벗어났으며, 2004년 유럽 연합(EU)의 일원이 되었다. 



폴란드 랠리는 마수리안 호수 인근의 휴양 도시 미코와이키에서 개최됐다. 사진: 폴란드 랠리 (https://rajdpolski.pl)


꾸준히 WRC 복귀를 준비해 온 폴란드 랠리는 2005년 마수리안(Masurian) 호수 인근의 휴양 도시 미코와이키(Mikołajki)로 이전했으며, 2009년에 드디어 WRC 복귀의 꿈을 이루었다. 불과 1년 만에 불가리아 랠리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2014년 다시 캘린더에 복귀해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와 안드레아스 미켈센(Andreas Mikkelsen),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폴란드 랠리의 WRC 복귀는 순탄치 않았다. 관중 통제와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누빌이 우승했던 2017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캘린더에서 빠지고 만 것이다. 



현대팀은 고속 그레이블 랠리에서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지난 겨울 경주차의 성능을 개선했다


올해는 랠리1 클래스에서 각 팀당 3대씩 9대가 출전했다. 우선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에서는 티에리 누빌과 오트 타낙(Ott Tänak), 안드레아스 미켈센이 출전했다. 전통적으로 고속 그레이블 성적이 좋지 못한 현대팀은 이번에야말로 단점을 극복할 열의에 차 있었다. 현대팀 WRC 프로그램 매니저인 크리스티앙 로리오(Christian Loriaux)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대팀 WRC 프로그램 매니저인 크리스티앙 로리오는 이번 폴란드 랠리에서 한층 개선된 고속 그레이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 핀란드에서 누빌이 2위였고 타낙이 우승자(당시는 M-스포트  포드)였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리는 지난 겨울에 경주차를 개선했으며 페이스가 빨라졌음을 이미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레이블 랠리에서 이전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독일에 본부를 둔 현대팀은 핀란드에 전진기지를 마련해 고속 그레이블 적응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폴란드 랠리에 티에리 누빌, 오트 타낙, 안드레아스 미켈센을 투입해 포디엄을 겨냥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누빌은 얼마 전 이탈리아 랠리에서 리타이어하긴 했지만, 수퍼 선데이 득점을 쓸어 담으면서 포인트 선두를 유지했다. 새로운 포인트 시스템 덕분이었다. 그동안 누빌은 고속 그레이블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최근에는 실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고속 그레이블 3연전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타낙은 이탈리아에서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 초반 부진에 대한 부담감을 단번에 씻어냈을 뿐 아니라 도요타팀 엘핀 에반스(Elfyn Evans)를 누르고 챔피언십 포인트 2위로 뛰어올라 타이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에스토니아 출신인 타낙은 고속 그레이블에 익숙하지만 폴란드에서의 성적은 극과 극을 오간다. 지금까지 2위를 2번 차지했으며, 2016년에는 일요일 타이어 펑처로 선두에서 멀어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현대팀의 3번째 차에는 올해 개막전 몬테카를로와 크로아티아 등 타막 랠리에 중점적으로 투입되었던 미켈센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올해 현대팀으로 복귀한 후에는 첫 그레이블 랠리 출전이지만, 미켈센은 2016년 폴란드에서 우승 경험이 있다. 충분히 좋은 소식을 기대할 만했다. 




도요타팀은 엘핀 에반스,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엔트리했다. 특히 오지에는 2014년과 2015년 2연속 폴란드 랠리에서 우승한 바 있다. 그런데 경기 전 레키(페이스 노트 작성을 위한 탐색 주행)에서 문제가 생겼다. SS10 골답(Goldap) 스테이지 구간을 달리던 중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한 것.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이번 경기 출전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도요타는 자택에서 쉬고 있던 칼레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긴급 호출했다. 2017년 시즌 막판 WRC에 데뷔했던 로반페라에게 폴란드는 아직 미지의 이벤트다. 


M-스포트 포드팀은 3대의 차를 준비했다.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와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 듀오 외에 라트비아 출신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가 개인 자격으로 엔트리했다. 세스크스의 차는 하이브리드 유닛이 제거되고 동일한 무게의 밸러스트(Ballast)가 설치된 다운그레이드 버전. 135마력의 모터 부스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스크스는 폴란드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뒤 홈 경기 라트비아에서 제대로 된 랠리1 하이브리드 버전을 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팀 티무 수니넨이 WRC2 경주차를 몰고 폴란드 랠리에 참가했다


WRC2 클래스에서는 주요 선수들이 상당수 불참했다. 포인트 리더인 요한 로셀(Yohan Rossel)과 2위 얀 솔란스(Jan Solans)를 비롯해 페페 로페즈(Pepe López), 니콜라스 시아민(Nicolas Ciamin) 등이 결장했다. 대신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사마 파자리(Sami Pajari)와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 그리고 현대팀의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 등이 엔트리했다. 이밖에 현지 출신인 카에탄 카에타노비치(Kajetan Kajetanowicz)와 폴란드 챔피언 출신 미콜라이 마르치크(Mikołaj Marczyk)가 출전해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2.5km의 미코와이키 아레나에서 2대의 경주차가 경쟁하는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7년 만에 WRC에 복귀한 폴란드 랠리가 시작됐다. 사진: WRC


7년 만에 돌아온 폴란드 랠리는 2.5km의 미코와이키 아레나(Mikołajki Arena)를 시작으로 19개 SS 303.1km 구간에서 열렸다. 2017년과 비교해 적지 않은 코스가 달라졌고 주행 거리도 약간 줄었다. 6월 27일 목요일. 랠리 본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련된 5.1km 코스에서 쉐이크다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타낙을 시작으로 누빌, 포모, 미켈센, 세스크스 순서로 코스에 들어섰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폴란드의 악명 높은 관중들 여전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바람에 테스트 세션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미코와이키 아레나는 이번 폴란드 랠리에서 3번(SS1, SS8, SS12)이나 스테이지로 사용돼 관중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사진: 폴란드 랠리


같은 날 저녁 7시. 2.5km의 미코와이키 아레나에서 SSS1이 시작되었다. 2대씩 달리는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는 열광적인 관중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WRC2 클래스가 먼저 달렸고 랠리1이 뒤를 이었다.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타낙이 가장 빨랐고 누빌이 뒤를 이었다. 에반스, 가츠타, 미켈센, 포모, 로반페라, 뮌스터, 세스크스 순으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2016년 우승자인 미켈센은 경기 후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폴란드는 저에게 특별한 장소입니다. 저의 많지 않은 WRC 우승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이 정말 기대됩니다.”




6월 28일 금요일. 이날은 SS2를 시작으로 어제의 미코와이키 아레나(SSS8)까지 7개 스테이지 113.5km 구간에서 경기를 펼쳤다. SS2와 SS5에 사용된 스탄치키(Stańczyki)는 29.4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길뿐 아니라 폴란드 랠리를 대표하는 코스다. 1918년 완공된, 오래된 기차용 철교에서 시작되는데, 폴란드에서 3번째로 오래된 철교다. 2014~2015년 사용되었던 코스와는 조금 달라졌다. 


이어지는 비엘리치키(Wieliczki)는 2021년 도입된 비교적 새로운 스테이지다. 이전과 달라지면서 길이도 12.9km로 대폭 짧아졌다. SS4와 SS7에 사용되는 올레코(Olecko) 스테이지에는 이번 경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점프대(로소차키 점프)가 위치하고 있다. 좁고 구불거리는 구간, 넓고 스피디한 구간이 혼재되어 있으며 많은 포장 노면이 새롭게 추가됐다. 



경기 초반부터 오트 타낙이 사슴과 충돌하는 불운의 사고를 겪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SS2 스탄치키에서 미켈센이 톱타임을 기록하며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어시스트가 없는 세스크스가 종합 2위에 올라 환호를 받았다. 반면에 타낙은 190km/h로 질주하다가 코스에 뛰어든 사슴과 충돌하며 랠리카 전면부가 크게 파손됐다. 이탈리아에서 막판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가장 불운한 주인공이 된 셈이다. 타낙은 우선 랠리카 엔진을 살릴 수 있는지 살펴봤다. 전체 시즌 동안 차 1대당 허용된 엔진이 2개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만약 엔진을 살릴 수 없다면 불필요한 페널티를 짊어져야 한다. 



폴란드 랠리는 과거부터 열성 랠리 팬들의 난입으로 인해 안전 문제가 불거진 적이 많았다


노면을 청소하느라 속도를 높일 수 없었던 누빌에 비해 미켈센은 훨씬 유리한 위치였다. 이어지는 스테이지는 미켈센과 누빌, 로반페라, 포모가 톱타임을 사이 좋게 나누어 가졌다. 그 가운데 미켈센과 로반페라가 2초 남짓 차이로 선두를 주고받았다. SS3 비엘리치키는 관중 통제 문제로 3대가 달린 후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누빌은 SS4에서 핸드 브레이크 문제를 호소했다. “핸드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습니다. 당길 때마다 네 바퀴가 잠겨버려요. 그 와중에 청소까지 해야 하죠. 정찰할 때 최악의 스테이지라는 걸 눈치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미켈센은 오전까지 종합 선두였지만 SS5를 마쳤을 때는 로반페라에게 0.2초 차이로 밀려 2위가 되었다. 신예 세스크스가 종합 3위. 에반스는 SS6를 마치고 종합 2위로 부상하며 선두 경쟁에 끼어들었다. SS7에서는 다시 경기가 중단되었다. 숲속에 숨어 있다가 경기가 시작되면 나오는 몇몇 관중이 있었다. 80년대 랠리 영상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최근에는 안전이 보다 중시되면서 스테이지 취소라는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금요일까지 마친 뒤 종합 선두를 기록 중이었던 미켈센은 관중들의 난입 때문에 몇몇 스테이지가 취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금요일 마감하는 SS8 미코와이키 아레나에서의 경주가 끝난 뒤 미켈센이 종합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로반페라가 1.8초 차이로 2위였고 3위 에반스와는 불과 0.2초 차이. 포모가 세스크스를 0.2초 차이로 밀어내 4위로 올라섰다. 뮌스터 6위, 누빌이 7위였고 가츠타가 그 뒤를 이었다. 미켈센은 경기 후 취소된 스테이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좋은 하루였지만 몇몇 스테이지를 달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내일 팬들이 조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선수들이 운전하고 싶어 해요.” 



고속 그레이블 랠리라고 해도 날씨에 따라 노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이어 선택은 중요한 전략적 요소 중 하나다


6월 29일 토요일은 SS9부터 SS15까지 7개 스테이지 124.1km 구간에서 스피드를 겨뤘다. 오전에 달리는 3개 스테이지를 오후에 반복해 달리는 구성이었으며, 그 중간에 미코와이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SS12)가 끼어 있었다. 18.5km의 오프닝 무대인 SS9는 지난해와 동일한 구성. 폴란드 랠리에서 꽤 유명한 스테이지로 좁은 테크니컬 구간과 넓은 고속 구간이 뒤섞여 있다. 


SS11/SS15에 쓰인 차르네(Czarne)는 예전에 밥키(Bobki)라고도 불렸으며, 자잘한 점프와 다양한 코너로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 차를 고친 타낙이 가장 먼저 코스에 나섰고, 가츠타, 누빌, 뮌스터가 그 뒤를 따랐다. 밤새 비가 내렸지만 노면은 여전히 단단하고 양호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타이어 선택이 중요했다. 



셋째 날까지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미켈센은 종합 2위를 기록, 포디엄을 향한 현대팀의 의지를 보여줬다


오프닝부터 2연속 톱타임을 잡은 로반페라가 선두로 부상했다. 에반스까지 2위가 되면서 미켈센은 3위로 밀려났다. SS11은 미켈센이 톱타임으로 반격에 나섰다. 1~3위 시차는 불과 2.2초. 하지만 로반페라는 SS12부터 SS15까지 내리 톱타임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토요일을 종합 선두로 마무리한 로반페라가 미켈센과의 시차를 9.4초까지 벌렸다. 미켈센이 2위를 차지했고 에반스가 6.7초 뒤에 있었다. 여전히 노면 청소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빌은 SS11에서 내비게이션 실수까지 겹쳐 6위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초반 불의의 사고로 순위권에서 밀려난 타낙은 새로운 포인트 시스템인 슈퍼 선데이를 활용,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렸다


6월 30일 일요일은 랠리 본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구성이었다. 20.8km의 SS16 그미나 므라고보(Gmina Mrągowo)와 미코와이키의 장거리 버전(10.73km)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미나 므로고보는 2014년 폴란드 랠리가 WRC에 복귀했을 때도 존재했던 스테이지로 관중들이 많이 몰려드는 인기 스팟 중 하나다. 2023년부터 확장되어 적스티(Juksty) 호수를 끼고 도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추가되었다.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미코와이키의 경우는 쉐이크다운 테스트 코스의 일부 구간을 공유하며, 시골 비포장에서 출발해 포장 노면이 중간중간 섞여 있었다. 



경기 3일차까지 종합 2위를 기록 중이던 미켈센은 뒷타이어가 터지는 불운의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타낙은 오프닝 SS16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SS16은 물론 SS17까지 2연속 톱타임으로 슈퍼 선데이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현대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또다시 전해졌다. 로반페라와 우승을 다투던 미켈센이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오른쪽 뒷바퀴가 터져 4위로 내려앉았다. 


“여기에는 뱅크(도로 양쪽의 불룩한 부분)가 너무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잘못 지나버린 탓에 림에서 타이어가 빠졌어요. 로반페라에게 압박을 가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이런 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이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결승선까지 가야만 합니다.” 타이어가 터지면서 리어 펜더 주변이 크게 파손된 미켈센은 후속 스테이지에서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로반페라가 SS18을 잡은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추가 포인트가 걸린 최종 파워 스테이지 SS19뿐. 



미켈센은 뒷바퀴가 터지고 차체가 크게 손상되는 상황에서도 완주를 위해 끝까지 달렸다. 사진: 폴란드 랠리 (https://rajdpolski.pl)


미켈센이 주저앉으면서 현대팀은 포디엄 피니시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4위 누빌은 3위 포모와 30초 가까운 시차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새롭게 바뀐 포인트 시스템에서는 아직 희망의 여지가 있었다. 리타이어에서 복귀한 타낙은 슈퍼 선데이와 파워 스테이지 포인트를 노렸고, 미켈센과 누빌은 토요일 결과에 따라 확보해 놓은 잠정 포인트가 있었다. 미켈센은 토요일을 2위로 마쳤기 때문에 리타이어만 하지 않는다면 최소 15점을 챙길 수 있었다. 


파워 스테이지에서 누빌과 타낙이 원투를 차지한 가운데 로반페라가 끝내 폴란드 랠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오지에의 대타로 갑작스럽게 참전했는데도 불구하고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준 일전이었다. 2위는 에반스, 3위는 포모가 차지했다. 누빌은 종합 4위. 신예 세스크스는 하이브리드가 없는 다운그레이드판 랠리카를 타고도 데뷔전 5위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우승을 다투었던 미켈센은 막판에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6위라는 아쉬운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그 뒤로 뮌스터와 가츠타, 파자리, 솔베르그가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비록 폴란드 랠리에서 포디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누빌은 여전히 에반스보다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앞서 있다


현대팀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포디엄 등극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그래도 누빌이 4위에 슈퍼 선데이 포인트, 파워 스테이지 톱타임 등으로 총 14점을 챙겨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는 에반스보다 여전히 15점 앞선 포인트 리더다. 미켈센은 15점을 거둬 최악은 면했다. 반면 타낙은 에반스의 추월을 허용해 포인트 3위로 밀려났다. 도요타가 대량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팀 순위에서도 여전히 현대팀이 선두를 유지했다. 현대팀 311점, 도요타 301점으로 두 팀의 점수 차이는 10점이다. 제8전은 에스토니아와 함께 러시아에 인접한 나라 라트비아에서 다가오는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최근에 진행된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에서는 WRC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지속 가능한 모터스포츠라는 목표를 향한 WRC의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6월에 있었던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WMSC)에서는 랠리1 규정에 대한 큰 결정이 있었다. 최근 몇 달간 FIA에서는 WRC 랠리1 규정의 존속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2022년 도입된 랠리1은 기존의 월드랠리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하이브리드 파워팩과 스페이스 프레임을 도입했고, 에어로다이내믹스 간소화 등을 통해 비용 증가를 억제하고자 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모터, 배터리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더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참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FIA의 모함메드 벤 술라이엠(Mohammed Ahmad Sultan Ben Sulayem) 회장은 지난해 말 WRC 워킹 그룹을 만들어 전면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폐기하고 WRC2를 업그레이드해 랠리1을 대체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신차를 개발하고 있던 기존 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물론 전기차와 내연기관으로의 회귀, 지속 가능한 연료, 수소 연료 등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된 끝에 일단 2026년 말까지는 지금의 랠리1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해야 했던 현대팀은 일단 한숨 돌렸으며, 장기적인 계획을 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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