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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9시간전

현대팀 타낙, 라트비아에서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하다

마침내 타낙은 마지막까지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잡으며 추월에 성공했다.


라트비아 랠리는 WRC 캘린더에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인접국 에스토니아와 순환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WRC를 개최하는 38번째 나라가 되었다. 라트비아 랠리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리에파야 랠리(Rally Liepāja)가 탄생한 것이 2013년이라 신생 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라트비아는 모터사이클 그랑프리에 이어 두 번째 국제 규모 모터스포츠 이벤트로 랠리를 개최하기로 했다. 당시 리에파야 랠리는 겨울 시즌에 열리는 스노 랠리로 유럽 랠리 챔피언십(ERC)의 일부였다. 



리에파야 랠리로부터 이어진 라트비아 랠리는 올 시즌 처음으로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2016년부터 가을로 시기를 옮겨 지금과 같은 고속 그레이블 랠리로 변모했는데, 여름에 열리다가 스노 랠리로 바꾼 스웨덴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서부 라트비아의 고속 그레이블 스테이지는 관중은 물론 참가자들로부터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초기에는 리가 주에서 열리다가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보다 넓은 지역으로 스테이지를 넓혀갔으며, 올해 드디어 WRC를 개최할 수 있었다. 


라트비아는 사실 다른 이유로 랠리팬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비롯해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와 같은 랠리 꿈나무들의 데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근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운전면허 없이도 경쟁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인데, 로반페라의 경우 고작 14세에 데뷔해 16세에 라트비아 랠리 챔피언이 되어 있었다. 



라트비아 랠리는 미끄러운 그레이블 코스와 연속 점프 등의 고속 코스로 구성돼 있다


라트비아 랠리의 특징은 미끄러우면서 그립이 급변하는 고속 스테이지에 있다. 급코너와 자잘한 능선으로 인한 연속 점프는 다이내믹한 경기 모습을 연출한다. 신생 랠리라는 특성상 경험자가 많지 않고, 일부 노장 드라이버라면 예전 스노 랠리 시절에나 달려보았을 것이다. 현대팀의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가 바로 2014년 스노 랠리 시절 리에파야 랠리 우승자다. 반면 M-스포트 포드 소속으로 폴란드에서 화제의 데뷔전을 치렀던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는 가장 최근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둔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WRC2에 출전 중인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은 3회(2017년, 2018년, 2021년), 올리버 솔베르그는 2회(2019년, 2020년) 우승자다.



리에파야 랠리 우승 경험이 있는 에사페카 라피가 라트비아 랠리에 출전했다


이번 경기에는 10대의 랠리1 차량 외에 WRC2 클래스 24대, WRC3 4대가 엔트리했다. 우선 현대팀에서는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오트 타낙(Ott Tänak) 투톱 외에 에사페카 라피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누빌은 폴란드에서 4위로 포디엄 피니시에 실패했지만, 일요일 득점에 힘쓴 덕분에 2위 에반스의 추격을 3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폴란드부터 라트비아, 핀란드로 이어지는 고속 그레이블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 이를 위해 라트비아 일주일 전, 비슷한 느낌의 리투아니아 랠리(Lietuva Rally)에 참가해 적응훈련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7월 첫 주 에스토니아 랠리에 참석했던 타낙이 전복 사고로 차를 대파시키는 바람에 당초 계획이 취소되었다.




타낙은 폴란드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슴과의 충돌 사고에 이어 에스토니아에서의 사고까지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코드라이버 마틴 야르베오야(Martin Järveoja)와 함께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라트비아 랠리 엔트리에 문제가 없었다. 한편 올 시즌 세 번째 출격인 라피는 랠리카에 대한 적응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누빌은 참가를 포기했지만 라피는 리투아니아 랠리에 참가해 적응 훈련을 수행했다. 고속 그레이블에 약점이 있는 현대팀은 핀란드 출신인 그가 고속 그레이블에서 포디엄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드라이버와 팀 포인트에서 모두 현대팀에 밀리고 있는 도요타는 4대의 랠리1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풀시즌 드라이버인 엘핀 에반스(Elfyn Evans)와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는 그대로 유지하고 로반페라와 세바스티엥 오지에(Sébastien Ogier)라는 전직 챔피언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로반페라는 이번 랠리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핀란드 출신으로 고속 그레이블에 강할 뿐 아니라, 라트비아 랠리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달렸던 홈그라운드나 다름이 없었다. 


M-스포트 포드에서도 3대의 랠리1을 투입했다.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와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 외에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를 다시 엔트리했다. 세스크스는 랠리1 데뷔전인 폴란드에서 하이브리드 유닛이 빠진 랠리카를 탔음에도 5위로 경기를 마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라트비아 출신인 세스크스는 자신의 고향인 리에파야에서 온전한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출전하게 돼 더욱 많은 기대를 받았다.



포장 도로가 많은 구간이었지만 복합적인 노면 탓에 오프로드 세팅으로 달려야 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라트비아 랠리 첫날 2위를 기록한 티에리 누빌


현대팀 누빌은 쉐이크다운 테스트에서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7월 18일 목요일 아침 리에파야 인근에 마련된 3.58km 스테이지에서 쉐이크다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이후 라트비아 중부에 위치한 수도 리가(Riga)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SSS1 비커니에키(Biķernieki) 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랠리크로스 경기장과 인근 도로, 숲길을 연결해 만든 11.31km 스테이지는 포장노면 비중이 높았지만 오프로드 세팅으로 달려야 했다. 로반페라가 톱타임으로 선두에 섰고 누빌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하드 타이어로 달린 라피는 그립이 기대에 못 미쳐 선두보다 10초 뒤진 기록에 머물렀다. 




7월 19일 금요일. 4.99km의 단거리 밀츠칼네(Milzkalne)를 시작으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27.56km의 투쿰스(Tukums), 17.86km의 안두미(Andumi)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린 후, 20.52km의 탈시(Talsi) 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SS2부터 SS8까지 7개 스테이지 합산 120.92km 구간에서 경기를 치렀다. 포인트 리더 누빌은 이번에도 가장 먼저 스테이지를 달리며 청소부 역할을 이어갔다. “미끄럽고 먼지가 많아요. 제 페이스 노트는 처음에 약간 느렸기 때문에 리듬을 빠르게 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았어요.” 누빌의 말이다. SS2에서는 로반페라가 톱타임으로 종합 선두를 유지했고 오지에, 세스크스, 타낙이 2위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였다.



주행 중 브레이크 문제로 고전한 현대팀 타낙은 6위로 마감해야 했다


SS3에서 가장 빠른 선수는 신예 세스크스였다. 개인통산 첫 WRC 스테이지 우승. 게다가 처음 타는 하이브리드 랠리카다. 세스크스는 이어진 SS4까지 잡으며 홈그라운드에서 열풍을 이어갔다. 많은 선수들이 낮은 그립에 고통받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기에는 현대팀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오후에는 오지에와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나눠 가졌다. 선두는 여전히 로반페라이지만 놀랍게도 세스크스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종합 2위로 금요일을 마쳤다. 선두와는 15.7초 차이. 오지에와 가츠타가 그 뒤를 이었고 포모가 5위. 타낙, 에반스, 뮌스터, 누빌, 라피가 6~10위였다. 4위에서 포디엄 진입을 노리던 타낙은 브레이크 문제로 두 계단이나 굴러 떨어졌다.




7월 20일 토요일은 18.87km의 SS9 필스칼른스(Pilskalns)를 시작으로 리에파야 도심에 마련된 2.56km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까지 총 104km의 8개 스테이지에서 벌어졌다. SS12와 SS14가 열린 벡필스(Vecpils)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스테이지로 구성되었는데, SS9와 SS11, SS13과 SS15는 구간 일부만이 중복됐다. 계속 새로운 노면을 달리는 만큼 청소 담당 누빌에게는 최악의 코스 구성이었다.




이 날은 로반페라와 뮌스터만이 스페어 타이어 2개, 나머지는 1개씩만 싣고 출발했으며, 모두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한 채 오지에, 세스크스, 에반스는 하드 스페어라는 타이어 전략이 펼쳐졌다. 라피를 선두로 누빌, 뮌스터, 에반스 순으로 코스에 들어섰다. 오프닝부터 2 연속으로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종합 선두를 이어갔다. SS11을 잡은 타낙이 포디엄 진입을 노렸고, 오지에는 세스크스를 제쳐 종합 2위로 올라섰다. 오지에와 세스크스의 기록 차이는 불과 0.2초.



현대팀 타낙은 달리던 도중 무너진 아치 구조물에 가로막혔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로반페라는 이후에도 SS12~14와 SS16을 잡아 추격자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타낙은 세스크스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6초대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SS14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다시 희생자가 될 뻔했다. 앞서 달렸던 에반스가 코스 중간에 마련된 공기 주입식 아치 구조물을 치면서 구조가 약화되었고, 이후 바람이 빠지며 타낙의 앞길을 가로막아 경기가 잠시 중단된 것이다. 다행히 레이스 컨트롤에서 가상 시간을 적용해 2번째 스테이지 기록을 부여함에 따라 폴란드에서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았다. 만약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장소였다면 후속 차와 2차 사고가 날 수도 있던 상황. 때문에 타낙과 시빌 아비테불(Cyril Abiteboul) 감독은 안전을 위해 스테이지를 곧바로 취소하지 않은 레이스 컨트롤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행 중 건초더미 장애물과 충돌한 현대팀 타낙. 사진: WRC (https://www.wrc.com)


SS14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타낙은 단거리 SS16에서 건초더미 장애물을 치는 실수를 저질러 세스크스와의 시차가 다시 20.8초로 벌어졌다. “점프 후 착륙할 때 드라이브 샤프트나 기어박스에서 뭔가가 부러진 듯합니다. 전혀 속도를 줄일 수 없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토요일을 마감하면서 로반페라가 종합 선두, 오지에가 2위에 섰고 4.7초 차이로 세스크스가 3위였다. 타낙은 막판 실수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4위 자리를 지켜냈다. 포모가 타낙을 8.4초 차이로 추격했고 에반스, 가츠타가 뒤를 이었다. 누빌과 라피는 8위와 9위, 뮌스터가 10위에 자리 잡았다. WRC2에서는 솔베르그를 선두로 미코 헤이킬라, 사미 파자리 순이었다. 




7월 21일 일요일. 최후의 결전은 18.7km의 SS17 크록젬지(Krogzemji)를 시작으로 13.34km의 마질마자(Mazilmāja)까지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뮌스터에 이어 2번째로 스테이지를 달린 라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오늘 아침 습도가 그대로 유지되길 바랐지만 다 사라졌어요. 그립이 정말 나쁩니다. 많은 코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습니다.”



현대팀 타낙은 막판까지 톱타임을 잡으며 선두권 추격에 나섰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일요일 오프닝을 잡은 것은 오지에였다. 그 뒤를 로반페라가 뒤따랐고 타낙이 3번째를 기록했다. 이어진 SS18에서 타낙이 톱타임을 잡아 3위 세스크스와의 시차를 13.7초로 줄였다. 타낙은 스테이지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랠리 내내 좋은 리듬을 탈 수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주행했지만 흐름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게 전부예요.” 


그래도 포디엄 등극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타낙이 SS19에서 연속 톱타임을 잡았다. 이제 세스크스와의 시차는 4.6초. 세스크스는 치열한 막판 추격전의 부담감을 견디지 못했는지 교차로를 놓치는 실수로 시간을 잃었다.



막판까지 추격을 이어갔던 타낙은 마침내 포디움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제 남은 스테이지는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20 하나뿐. 경기를 앞두고 비가 약간 내렸다는 정찰 보고가 들어왔다. 라피는 주행 도중 엔진이 자꾸 꺼지는 문제로 실망스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반면 타낙은 톱타임을 기록하며 결국 3위로 포디엄 등극에 성공했다. 세스크스는 랠리카 문제로 최종 스테이지에서 7위까지 굴러 떨어졌다. 우승컵은 로반페라가 차지했다. 2위는 오지에. 타낙이 3위로 현대팀의 체면을 세웠다. 포모, 에반스, 가츠타, 세스크스가 그 뒤를 이었고 경기 내내 힘을 쓰지 못한 누빌과 라피는 8위와 9위에 만족해야 했다. 




시작 전부터 어려움이 예견되었던 고속 그레이블 3연전. 그 2번째 라트비아 랠리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누빌과 현대팀은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 자리를 여전히 놓치지 않았다. 우선 타낙은 슈퍼 선데이와 파워 스테이지 득점을 쓸어 담은 덕분에 에반스를 밀어내고 챔피언십 2위로 복귀했다. 선두 누빌과의 점수 차이는 8점. 제조사 포인트에서는 도요타가 대량 득점으로 현대팀과 1점 차이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WRC2에서는 솔베르그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헤이킬라, 메켈란, 파자리가 그 뒤를 이었다. 


제9전은 8월 1일부터 4일까지 핀란드에서 열린다. 끊임없는 점프와 고속 질주로 유명한 핀란드는 도요타의 홈그라운드 이기도 하다. 대신 현대팀에는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우승 기록(3승)을 보유하고 있는 타낙이 있다. 



글. 이수진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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