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타임> 선정 ‘혁신적인 발명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1월 9일, 미국 유력 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한 ‘2025 혁신적인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2025)’에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하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이 선정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삶과 일상, 그리고 이동 방식을 변화시키는 발명품을 선정해 온 〈타임〉이 미국의 자율주행 상용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PlusAI’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의 지속 가능한 운송 기술과 기술 혁신에 주목한 것이다.
현대차와 PlusAI의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 수소전기차의 최초 실증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물류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두 기업의 도전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의 제품 기획과 기술 개발을 담당한 현대차그룹 상용&LCV사업전략팀 최영대 매니저는 ‘혁신적인 발명품 2025’ 선정에 대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기술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의지를 인정받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또한 상용제품전략팀 남주한 책임연구원은 선정 소감으로 “물류 자율주행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단계적인 계획 실행과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미래 물류 혁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현대차는 세계 최초의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생산을 시작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단순히 제품 출시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친환경 물류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상용 수소전기차의 대중화 가능성을 꾸준히 검증해 왔다. 지난 4월, 북미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북미 시장 전용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5개국에서 3,500대 이상의 상용 수소전기차가 운용되며 지속 가능한 상용 모빌리티 실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보여준 지속 가능성에 더해, 현대차는 운송 효율의 극대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을 대형 상용차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그리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는 특정 차종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운송 수단을 아우르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 영역의 자율주행 기술은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끊김 없는 운송이 가능해져 산업 전반의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하고,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율성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까닭이다.
현대차는 이와 같은 물류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사를 물색했다. 기술 구현 수준과 개발 역량, 그리고 장기적인 사업 비전 측면에서도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방향성과 부합하는 기업이어야 했다. 이와 같은 기준을 두고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의 평가를 비롯한 검증 과정을 거친 결과, 미국의 PlusAI를 사업 파트너로 확정했다.
PlusAI는 현재 전 세계 트럭 제조업체들과 협업하며 자율주행 기술력과 개발 경험을 꾸준히 확대해 온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Guidehouse)가 발표한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2024 Automated Driving Leaderboard)’에서 6위를 기록하며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PlusAI가 보유한 대형 상용차 특화 기술에 주목했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커다란 차체와 상이한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넓은 면적을 아우르기 위해 장착되는 센서의 감지 범위가 넓어야 한다. 또한 크고 무거운 짐을 운반할 때 적재물에 따라 중량과 무게 배분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트레일러를 장착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따라서 중량을 추정해 제동력을 제어하거나, 트레일러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는 소프트웨어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일반 승용차보다 고려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센서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해석하고 연산하는 센서 퓨전이나 머신 러닝의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기존 디젤 상용차의 저전압 배터리로는 이러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 수소전기트럭은 고전압 배터리의 전력을 활용해 각종 장비를 추가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디젤 상용차 대비 고성능 자율주행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PlusAI는 이와 같은 상용차의 자율주행 기술 특성을 반영한 ‘슈퍼드라이브(Superdrive)’ 솔루션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에 접목했다. 전기차 대비 충전 속도가 빠르고 유해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물류 차량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PlusAI가 축적해 온 핵심 기술과 자사의 수소 모빌리티 역량을 결합해 레벨 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을 완성할 수 있었다.
*레벨 4 자율주행 : SAE(미국자동차공학회)가 정의한 6단계의 자율주행 기술 분류 중 특정 조건이나 구역 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단계
특히 두 기업의 협업은 단순한 기술적 연계를 넘어,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물류 시스템 개발의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상용전략기술추진팀 김경덕 연구원은 “이번 협업을 통해 PlusAI는 수소전기트럭의 자율주행 기술 탑재와 제어 경험을 습득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탑재 시 보완 및 개선점들을 발굴해 상용차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협업의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의 기반이 되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세계 최초 타이틀이 상징하는 기술적 의미를 넘어, 글로벌 지역의 다양한 물류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수소전기트럭의 실용성과 기술적 가치를 검증하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에서 운용 중인 49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올해 10월 기준, 누적 주행거리 1,468만 km를 달성하며 기술 신뢰성과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스위스의 모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해 탄소중립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형 상용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북미 지역에서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환경국(CARB)과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가 주관하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 Project)’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센트럴 밸리와 같은 항만 지역의 탈탄소화 사업으로, 현대차는 단일 공급 최대 규모인 30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투입해 배기오염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해당 차량들은 2023년 7월부터 기존 내연기관 트럭을 대체해 오클랜드 항구 컨테이너 운반과 리치몬드 항구 차량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는 누적 주행거리 54만 5,620마일(약 87만 km)을 달성했으며,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2029년까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을 달릴 예정이다.
그러나 물류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이 순탄하게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상용해외신사업추진2팀 이르판 하이더 매니저는 이에 대해 “최근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인해 프로젝트 운영의 제한을 받는 어려움이 있으나, 수소 관련 정책을 활발히 도입 중인 미국 동부 지역과 캐나다 서부 지역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완공된 미국 조지아 주 소재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21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부품 운송용으로 투입되어 물류와 제조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실증 테스트와 환경 보호 프로그램에 다수 참여해 기술 품질 개선에 필요한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상용차를 대체하며 실질적인 탄소 저감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 2020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 판매된 330여 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올해 10월, 누적 주행거리 2,058만 km의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양산형 수소전기트럭을 선보인 유일한 브랜드로서 현대차는 수소 상용 모빌리티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수소전기트럭과 자율주행 기술의 결합이 완전한 상용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최영대 매니저는 북미에서 이뤄진 프로젝트 사례를 언급하며 “운행 차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프라 투자가 어렵고, 반대로 인프라가 부족하면 차량 구매가 유보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순환을 풀어내는 동시에 수소 연료 비용 또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라고 덧붙이며 친환경 모빌리티의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민·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10월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의 기공식을 열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은 수소 사업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자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는 수소 사회의 실현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모빌리티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의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바라보는 수소 밸류체인의 실현을 통해 더 많은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럭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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