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확신/주변의 지지/3년 생존자금
1. 창업은 이직과 다릅니다. 하나부터 끝까지 모두 창업자인 나의 손길이 들어갑니다. 기존 회사에서는 인사팀, 재무팀, 총무팀 등 담당 부서가 알아서 착착 일을 해주었다면 지금은 내가 다 해야 합니다.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책임감이 수반된다는 말입니다.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도 많이 생깁니다. 내가 깜빡 잊고 제때 세금을 못 내면 연체료를 내야 하며, 직원 월급을 돈이 없다고 아무런 고지 없이 안 준다? 신뢰감의 문제는 둘째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2. 이렇게 창업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타고 있는 산을 하산하고 창업이라는 새로운 산에 도전하겠다는 아주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신 여러분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3. 다만 하산하기 전에 반드시 갖춰야 할 보호장비가 3개 있습니다.
4.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내 사람들의 지지, 3년을 버틸 수 있는 생존자금입니다.
1) 자기 확신 : 진심으로 이 산을 하산하고 새로운 산을 타고 싶은지,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2) 주변의 지지 : 내 사람들이 나의 하산과 새로운 등반의 과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줄지
3) 3년 생존자금 : 새로운 산의 산지기가 되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전까지 버틸 자금
5-1.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확신'입니다. 왜 창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단순히 대표라는 직함이 멋있어 보여서,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별로여서, 스타트업으로 대박 난 사례를 보니 나도 될 것 같아서 등의 사유로 창업을 시작한다면 빠른 시일 내 패배한 장수의 모습으로 쓸쓸히 이 전장을 빠져나가시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5-2. 끝이 보이지 않은 외로운 싸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창업을 하고 싶은지, 내가 혼자 잘해나갈 수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중간중간 흔들리는 일이 계속해서 생기고, 흔들릴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떨어져 나갈 멘탈의 작은 조각을 직접 느끼실 수 있습니다.(멘탈 부여잡는데도 엄청난 공력이 소모됩니다. 제가 해봐서 압니다..)
6-1. 그다음은 주변의 지지인데요, 모든 주변 사람의 지지를 받을 필요는 없으나, 주변 '내 사람들'의 지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서 '내 사람들'의 경계는 각 개인이 규정하는 것이지만 보통은 가족, 연인, 아주 친한 친구 등이 되겠지요. 만약 퇴사를 하고 창업을 준비하는데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너무 싫어한다거나 부정적이라면? 내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시작을 못 하는 건 아니겠으나 그런 관계 속에서 감정 소모, 위축,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6-2. 사실 창업 자체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외로운 싸움입니다. 나 스스로와도 싸워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다면 더욱 힘들겠지요. 저도 1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처음엔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회사 잘 다니던 애가 왜 이러나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더 늦기 전에 해보라고, 단 사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많은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니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크고 든든한 응원군이세요. :)
7-1. 마지막 장비는 3년 생존자금입니다. 앞의 두 개 장비가 영혼에 대한 부분이었다면, 이번 장비는 물리적인 부분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장비이자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그런 장비이기도 하지요.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최소한의 의식주비, 보험/저축비, 간간히 들어갈 경조사비와 일반 생활비(휴대폰/화장품 등)를 계산해보면 그 금액이 꽤 됩니다. 특히 회사 다니다 퇴사하신 분들은 고정 지출비가 꽤 있으실 겁니다.
7-2. 왜 3년이냐라고 하신다면 이유는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첫 1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2년까지는 제대로 월급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년 치 여유분이라면 그래도 사업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 돈이 없어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이 3년도 정말 빠르게 지나가며, 3년 치 여유분이라 하더라도 3년 안에 소진될 확률이 매우 크다는 점..)
8. 누군가는 위 3개가 없어도 창업 잘만 했다더라, 돈 잘 벌었다더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뭐 물론 누군가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차고에서 핫도그만 먹으면서 아이템 하나만 믿고 시작한 창업가도 있지요. 하지만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보다는, 요이땅! 하기 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더 원활히, 리스크를 줄이면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특히 회사를 다니다 창업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경험한 게 더 많고, 이미 살아온 루틴이 있기에 창업이 더 어려울 수 있고 조심스러울 수 있어요.
10. '그만 두고 생각하자'보다 '생각하고 그만 두자'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오늘의 결론 :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한다면 정신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두 가지 모두를 사전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 퇴사 후 창업에 대한 나의 확신
-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줄 내 사람들
- 창업 초기 내 생활을 담당해 줄 여유자금
To be continued-
#4. 하산할 때가 되었습니다.
- 퇴사 준비(회사 노티스, 회사 생활 정리하기)
회사 10년 다니다 퇴사한 창업가 개인의 경험사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