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aces and Essences
"우주의 작은 대상들이 더 큰 대상의 주위를 돈다는 가설을 통해 갈릴레오가 상상한 것은 하나 이상의 대상이 중심적인 대상 주위를 도는, 친숙한 수많은 지상의 상황을 전대미문의 규모로 복제한 것이었다. 갈릴레오의 천재성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진지하게 참고하여, 하늘이 인간의 삶을 더 즐겁게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예쁜 이차원적 벽화가 아니라 인류와는 전적으로 별개의 것이고, 지구에서 자신이 아는 장소와 비슷하지만 훨씬 광활하며, 따라서 미지의 규모를 지닌 대상이 운행할 수 있는 진정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냈다는 것이다...
... 갈릴레오의 이 심오한 시각이 아주 작은 장난감을 (다른 요소들은 너무 커서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트럭이라는 범주의 요소로 보는 아이의 시각과 다를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두 경우 모두 아주 큰 대상으로 상상된 아주 작은 대상이 있고, 인식하는 사람은 친숙하지 않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친숙한 대상을 활용한다는 사실 말이다."
"마우스는 인체의 사지에 해당하는 전자적 대용물이다. 즉 마술적 능력을 지닌 인공 기관이다. 우리가 가진 사지는 주위를 둘러싼 3차원적 물리 세계에서 행동하게 해 주지만 마우스는 컴퓨터 화면에 드러나는 2차원적 가상 세계와의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흰 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갔다가 이상한 나라를 발견한 앨리스처럼 우리는 마우스를 통해 비물질적 세계로 가는 경로를 확보한다. 마우스가 우리의 토끼인 셈이다...
... 마우스는 상당한 정신적 도약의 결실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물질적이라는 범주와 비물질적이라는 범주 사이에는 이을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 물리적 대상이라는 범주보다 훨씬 폭넓은 조작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새로운 범주는 마우스가 고안되면서 생겨났다. 이 새로운 범주는 우리가 주위를 둘러싼 세상과 관계하는 방식에 대한 과거의 추정을 무너뜨리고 존재론적 범주, 즉 우리가 세상을 분할할 때 도움을 얻는 일련의 근본적 범주를 크게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