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멀리. 스쳐가는 얼음. 동물, 음식을 보다 -
오늘도 아라온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향해 항해 중이다. 해빙은 전보다 몸집이 커진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간혹 가까이에서 볼 수 있던 것들도 있었다. 위치도 어제보다 고위도여서 그런지 더 단단하게 얼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남극대륙 부근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일 것이다. '오늘은 어떤 재미난 해빙을 볼 수 있을까?'라고 혼자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카메라와 삼각대를 연결하고 주변을 살펴본다. 준비를 다 했지만 가시거리가 좋지 못하다. 뉴질랜드를 떠난 뒤 날씨는 계속 나빠지기만 하였다. 한번 정도는 좋아질 법 한데 그러지 않았다. 역시 남극의 4월 날씨 답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남극이 있는 남반구는 우리나라가 있는 북반구와 달리 계절이 반대다. 남극의 4월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가을과 같다. 참고로 남극의 겨울은 6, 7, 8월이다.
특별한 해빙이 나타날까 계속 기다리고 싶지만 바깥은 영하의 기온, 강한 바람 그리고 눈과 부서진 파도로 인해 아라온 바깥을 쉽게 얼려 버린다. 이런 곳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실내와 바깥을 자주 오가곤 하였다. 그러던 중 제법 큰 해빙이 아라온 가까이에서 보였다. 날이 맑았다면 진작에 알았을 정도로 큰 해빙이었다. 흐린 날씨 속에서 본 해빙 그것은 마치 그릴 위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구워지던 두툼한 스테이크를 바라보던 것 같았다. 배고플 때, 굽는 스테이크를 기다리는 기분과 비슷해서 그렇게 보였나 보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보기 힘든 광경을 보고 든 생각이 먹거리라니... 그것도 뜨거운 불 위에서 읶어 가고 있는 스테이크.
다음 날, 구름 때문에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이 분홍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평선 어딘가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있나보다. 날씨는 어제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