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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망 Apr 15. 2024

프랑스 의료시스템의 단점과 장점

의외로 많은 장점

유럽의 의료시스템이 속 터진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히 한국과 비교해서 장점도 많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환자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단점부터 보자.




단점


1. 예약시스템


프랑스 병원의 제일 큰 단점은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 예약을 알아보다 남은 자리가 한두 달 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날 바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이 얼마나 편리한 곳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내가 파리에서 유학하던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병원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걸어 직접 언제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상담직원 혹은 의사와 일일이 직접 약속날짜를 잡아야 했다. 전화를 잘 받지도 않아서 몇시간 동안 전화를 붙들고 씨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Doctolib라는 사이트가 생겨서 예약날짜를 보고 직접 잡을 수 있다.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운 좋으면 다음날도 예약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취소하면 약속날짜를 당길 수도 있다. 어떤 프랑스인은 이 시스템을 세기의 발전이라고 했다,  


* 산부인과같이 특별한 진료과는 큰 병원에 가면 예약 없이 환자를 바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있긴 하다. (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    


2. 분리되어 있는 검사소


프랑스는 의사가 검사할 내역을 처방해 주면 환자가 직접 검사소에 다시 따로 들고 가서 알아서 다시 접수하고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결과는 자동으로 의사에게 전달된다.)  시간 소요를 생각했을 때 효율적이지는 않은 방법이고 환자입장에서 또다시 병원과 별도로 존재하는 검사소에 가야 하는 것이 귀찮을 수 있다.     



장점


1. 자세하고 긴 의료상담  


한국의 의사들은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대학병원에 가면 길어야 3분 만에 진료가 끝나고 나를 본인의 학생처럼 대하는 ‘교수님’들을 만난다. 물어보고 싶어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한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프랑스의 의사들은 대부분 굉장히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가 질문하는 모든 것에 대해 대답해 준다. (사실 그래서 다른 환자들은 더 기다려야 할 수도…)


또한 전문의의 경우 환자 질병에 대한 본인의 소견과 환자의 현재 질환에 대한 현상태를 자세히 문서로 써서 준다. 이 서류가 있으면 혹시 전문의가 바뀌거나 다른 전문의에게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 굉장히 효율적이다.


한국인이 느끼기에 프랑스에서 의사는 서비스업이라는 느낌이다. 보통 환자가 도착하면 의사가 직접 언제나 일어서서 환자를 맞이하고 환자가 나갈 때 의사가 직접 일어나서 환자를 배웅한다.


2.  환자가 직접 볼 수 있는 검사내역


검사소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나의 모든 검사수치 내역을 검사 때마다 직접 서류로 받을 수 있다. 또한 만약 검사할 때 써야 하는 약품이 있다면 그 약품을 내가 사서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약품 성분이 모두 공개가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검사를 받아도 내가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비싼 검사를 하고도 검사내역이 남지 않아 의사 말에만 의존해야 한다. 난 이 점이 정말 한국시스템과 다른 장점이라고 느꼈다. 모든 검사내역이 환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당연히 알아야 했던 환자의 권리가 존중되고 있다고 느꼈다.


3. 온라인 진료

 

프랑스는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앞서 말한 Doctolib라는 사이트에서 온라인진료를 하는 의사를 검색해(단순히 병원이 아니라 의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상으로 결제를 하고 처방전까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온라인 진료는 특히 코로나 시기 때 빛을 발했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전문의가 없거나 예약이 꽉 찼을 경우 매우 용이하다. 나도 피부과 예약을 잡기 힘들었을 때 다른 지역의 의사에게 온라인으로 진료를 받았다.


4.  사보험


프랑스는 공공의료보험(필수)으로 70%가 지원되고 나머지 30%는 사보험(선택)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보험이 있을 경우 의료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 사보험의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사보험을 들면 큰 사고나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거의 100%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보험이 있을 경우 안경을 만들 때 100% 무료 시스템( 안경테나 안경알 조건이 한정적이긴 하다)이 존재한다.



단점이자 장점


- 주치의

주치의 시스템은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무조건 담당 주치의를 정해야 하는데 대도시나 의사가 부족한 시골의 경우 처음 주치의를 찾을 때 고생할 수 도 있다. 나도 파리에 있을 때 동네의 주치의들이 다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거절해 오랫동안 주치의 없이 지냈다.  


그리고 산부인과, 정신과, 안과, 소아과 등 특수한 진료를 제외하고는 주치의의 소견서 없이는 다른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못한다. 성질 급한 한국인 입장에서는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나도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주치의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시간을 지체하다가 습진 흉터가 남아버렸다. (주치의에게 강하게 항의해서 결국 소견서를 받아내긴 했다)


장점도 있다. 주치의는 전문의보다 상대적으로 만나기가 편하고 의료보험이 되는 상비약을 처방받거나 가벼운 질병을 상담받기에 좋다.  또한 나 혹은 내 가족의 질병이력을 모두 알고 담당하고 있는 한 명의 의사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정감을 주기


해외에서 나와 살 때는 안 아픈 것이 최고다. 프랑스에서 병원 갈 일이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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