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나를 짓누르지
좋아하던 글쓰기를 멀리한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집에 불이 나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일기장이 몽땅 재가 되었으니. 그 덕에- 기록에 대한 상실감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일기라는 것을 진실되게 쓸 수가 없었다. 자신의 글을 쓰는 이들이 그저 부러웠을 뿐이다.
호주 워홀을 하며 써내려간 세 달간의 기록을 책으로 내고 싶었다.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기록된 순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당시 살았던 핑크하우스에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았으니 노트북으로 타자를 두들기며 글을 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핸드폰조차 어두컴컴한 밤에 후레쉬로 사용해야해서 배터리를 최대한 아끼곤 했는 걸. 그래서 매일 밤이 되면 일기장을 펼쳤다. 태양열 전등 아래 촛불을 밝히고, 담배를 태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꼬박꼬박 글을 써내려갔다. 그런데, 그 생생한 기록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들만 추억으로 남았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줄곧 일기를 써왔으니 글쓰기는 곧 나 자신과 가장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2년간 그렇게 좋아하던 짓을 못했으니 알게모르게 내 마음에 병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너무 서럽다.
나 그동안, 왜이렇게 살았지?
이제는 좀 나답게 살고싶다. 온전한 나 자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