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대하는 겸허한 자세
어제는 갑자기 눈물이 똑 하고 떨어졌다.
다리가 아픈데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자는 남자친구가 미워서.
저녁을 먹고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빈둥대는 나를 보며
이래서 마라톤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다리가 너무 아파- 죽을 거 같단 말이야. 오늘은 안 할래"
"아니야 해야 돼"
"오빠 혼자 뛰고 와"
요가매트 위에서 폼롤러로 마사지를 하는데
종아리도 허벅지도 깨질 듯이 아팠다.
급기야 내 다리를 자기 발꿈치로 밟아가며 마사지를 해줬는데
평소에는 시원하다고 말할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게다가 나는 엄살왕이다.
"죽을 거 같아!!!!!!!!!!!!!!!!!!!!!!!!!!!!! 그만!!!!!!!!!!!!!!!!"
심호흡을 하고 앉았다.
그래. 뛰러 가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가자"라고 말하는데 왜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는지.
내 눈물을 본 남자친구는
더 이상 달리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눈물이 최고의 무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제 나는 그 무기를 사용했다.
사실은 그가 미웠던 게 아니라
마음은 뛰고는 싶은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
아프다고 힘들다고 징징대는 나 자신이 미웠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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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보기 시작한
긴장감 치솟는 흥미진진한 웹툰 <1초>에서
아주 적절한 명언을 발견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죽어라 뛰어도
절대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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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고통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어제 부린 엄살을 반성하며
오늘 밤엔 꼭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강인함'
강인하다(強忍)
억지로 참다.
마지못하여 이끌려 그대로 하다.
억지로 하는 것도, 마지못해 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부족함은 채우고 싶다
힘들어도 난 죽지 않아
죽어라 뛰어도 죽지 않으니
있는 힘껏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