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BE

삶의 다른 방식을 찾고있는 나에게

by 민하

"그거 하려면 나랑 이혼하고 해"


공대생 남자와 미대생 여자가 만났다.

공대생 남자는 매우 현실적이고 꼼꼼했다. 미대생 여자는 현실감각, 돈 감각이 없었다. 즉흥적이었다. 그리고 매사에 긍정적, 희망적이었다.

미대생 여자는 홍대만을 꿈꾸며 미대 입시를 준비해서 홍대에 들어갔고, 대학원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고, 좌절을 겪고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 임용시험을 준비했고 그렇게 2년 만에 미술교사가 되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쉽게 이루며 살아왔다. 물론 과정에서는 힘들었겠지만 내 삶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었다.

단칸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지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낸 남편은 지금의 상황이 자신이 힘든 시절을 딛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지금의 안락한 생활을 깨트리고 싶지 않은가 보다.

퇴직을 바라보며 새 일을 준비해야 하는 남편은 무얼 하는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버텨줘야 하는 나는 교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힘들게 공부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깝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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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모습과 상황은 내가 이제까지 쌓아 온 것이 아니고 미래의 여러 장면 중 한 장면이 펼쳐진 것뿐이다.


내가 나라고 규정하는 것이 나의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교사는 내 삶의 과정 중 일부분일 뿐이고 나는 내 소명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내면의 나에게서 그 답을 찾고 있다. 내가 태어난 이유, 나의 소명은 무엇인지, 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죽기 전에 그것은 알고 죽어야겠다.


2024년 1학기, 무난했던 학교 생활에서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때, 미술치료공부를 시작했다. 격주로 서울로 수업을 다닌 지 5개월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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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미술치료 학교>는 이디스 크레이머(Edith Kramer)가 주창한 '치료로써의 미술(Art as therapy)'을 배워 미술치료사를 양성하는 사설교육기관이다. <아트 앤 하트>는 예방적 차원의 심리 미술을 추구하는 아동미술학원 브랜드다. 이 두 기관의 대표는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아동미술 교습소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아이들을 보며 미술치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미술 작업을 통해 치료효과를 얻는 이디스 크레이머의 '치료로써의 미술'의 힘을 느끼며 크레이머 미술치료방법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사설교육기관까지 설립한 걸 보니...

미술치료사가 되어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일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하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예방적 심리 미술을 추구하는 아동미술교육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보, 나 <아트 앤 하트>가 하고 싶어."


얼마 전, 학교 2학년 아이들 시험기간이었다. 2교시 시험이 끝나갈 무렵, 복도에서 선생님들이 뛰어다니고 웅성웅성했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가보니 아이는 복도 가장자리에 누워있고 보건선생님께서 응급처치를 하고 계셨다. 바닥에는 피가 뚝뚝 흘러있었다. 구급차도 부른 상태라고 하였다. 3교시 시험시간, 그 아이는 구급대원들의 들것에 실려 나갔다. 미술시간에 봤던 그 아이는 수업 시간에 자주 깊은 잠을 자고 있었고, 자주 깁스를 하고 있는 아이였다.

다음날 출근길에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참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열심인 젊은 선생님이다.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됐어요?"


아이가 시험도중 화장실에 가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이마와 턱이 찢어졌다고 한다. 응급실에 같이 가 부모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아이의 아빠는 화가 많이 나 계셨나 보다. 그 선생님은 또 그 화풀이를 다 받아주고 왔나 보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열심인 그 선생님은 출근길에 만난 나에게 그 이야기를 열심히 쏟아내었다.

아이는 ADHD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약도 먹지 않고 새벽에는 부모님 몰래 나가 친구들과 담배 피우고 들어오고 담배로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부모님 말을 듣지도 않고 그 아이의 아빠는 그 아이를 정신병원에 넣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의 엄마와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내가 그때 그 엄마한테 느꼈던 감정을 그 선생님도 똑같이 느꼈다고 한다. '자식한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가 아니라 '얼마나 힘드셨으면...' 하는 마음...

그 선생님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보라는 말밖에 해 줄 수 없는 걸 안타까워하셨다.


'내가 미술로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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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내버려 두어라. 무엇인가를 이루어지게 하려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허락하라. 긴장을 풀고 내려놓고 허락하고 알아차려라.


실행력 뛰어난 행동가보다는 통찰력 있는 관찰자가 되면 삶은 더욱 현명해진다.


잠들어 있던 내 영혼이 천천히 눈을 뜨고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며 삶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것을 찾고 있고 그것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자기랑 이혼하고 하라고 한다.

하늘 높이 던진 공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그 공이 내 손바닥 위로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내버려 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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