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와 사교육 사이
내 나이 37세, 남편 나이 43세에 결혼을 했다. 남들 눈엔 여교사가 고르고 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초의 교사집단에서 30세의 교사는 인기가 없었다.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들을 보면 '이래서 장가를 못 갔지...'싶은 사람들이었다. 나를 보고 남자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달랐다. 작지만 다부져 보였고 격이 있었다. 외모도 이 정도면 뭐 준수했다. 작은 아파트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전문대를 나왔지만 사람들이 다 알 만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소개팅을 주선한 선생님은 남편이 퇴직하면 비슷한 계열의 회사로 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었다. 이 정도 조건이면 부모님도 괜찮아하실 것 같았다. 이런 조건들은 다 남편에게 반한 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들이었다. 나는 그냥 남편이 좋았다. 만난 지 7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약속하고 남편은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나에게 진지하게 말을 꺼냈었다. 집에 빚이 있었다고... 고등학교 때쯤 아버님의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앉아 법원, 은행들을 들락거렸고, 빚 갚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다고... 부모님이 지금 사시는 집도 아직도 대출이 남아있었고 남편이 갚고 있었다. 남편은 집안 형편 때문에 이제까지 결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결혼하려다가 빚 얘기 듣고 도망간 여자도 있었나 보다. 언니는 결혼을 반대했다. 퇴직금이나 잘 있나 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남편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둘 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다.
임신을 하고 태교에 열심이었다. 첫째 아이의 태교는 '공부하는 것'이었다.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한자 공부, 영어 공부를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책 육아'를 하였다. 생후 100일 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돌 때쯤 되어 걷기 시작했을 때 책 제목을 다 알더니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4살 때, 아이의 떼가 극에 달할 때 아이는 밤 12시까지 잠을 안 자고 책을 읽어달라고 떼를 부렸었다. 나는 헛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몽사몽 책을 읽어주다가 잠이 들기 일쑤였다. 그러더니 아이가 5살이 될 때쯤 한글을 읽기 시작했고 지나가는 자동차 이름, 공룡 이름을 다 외우더니 나라이름, 수도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다. 아이는 매우 영리했다.
남편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명퇴신청을 받고 사장이 바뀐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려 정년을 꽉 채우길 바랐으나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노후'가 체감되는 순간이 왔다.
남편의 퇴직금으로 지금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60세에 남편은 국민연금 받는 거 외엔 빈털터리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 몰랐다.
한참 '부'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유료강의도 들었었다. '00억 모으기', '경제적 자유'의 열풍에 바람이 들었었나 보다. 결국 '00억'은 노후자금이었다. 남편은 내 공무원 연금만 믿고 노후가 별로 걱정되지 않는 모양이다. 20년 후에 연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금융문맹에서 탈출해 경제독립을 위해 주식에 투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8.6%로 OECD국가 중 1위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도 OECD국가들의 평균을 훨씬 웃돈다. 자살의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존리는 '부자인 척하는 라이프 스타일', '자녀들의 사교육비'에서 찾는다.
존리는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돈을 주식이나 편드에 투자하라고 한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초등학교 아이 둘 학원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100만 원이 넘었었다고 한다. '남들 다 하는데, 우리 아이들만 뒤 쳐질까 봐, 내 마음 불안해서'
확고한 교육철학 없이는 힘든 일이다.
첫째 아이가 영특하여 공부를 시켜볼 욕심이 난다. 전문대 나온 남편은 자기가 공부를 못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공부욕심을 낸다. 큰 아이를 유치원 같이 다니는 아이가 다닌다는 학원에 귀가 솔깃해 5살 때부터 그 학원을 보내고 있다. 한 달 학원비가 13만 원이다. 7살 때는 영어유치원은 부담이고 영어학원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한데 논술학원도 보내고 싶다. 활동이 왕성한 아이라 축구교실도 보내고 싶다. 아이에게 좋다는 학원을 욕심껏 보내 주고 싶다. 하지만 갚아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사교육에 돈을 쓰다간 우리 부부의 노후에 문제가 될 테고 아이들이 컸을 때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 잡아본다.
연금저축편드계좌를 만들었다. 증권계좌도 만들었다. 소소하게 애플주를 한 주 샀다. 제주도로 가족휴가를 가기 위해 한 달에 10만 원씩 들던 적금을 깬 돈이다.
우리... 가족휴가는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