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박살낼 줄만 알잖아. 뭘 만들어내진 못하고.”
나는 내가 코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배리였던 거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소리치고 내던지고 될대로 되란 듯이, 서슴없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꿈이라는 위험을 차마 따라가진 못해서, 스스로 작아져 버린. 끝내는 우리에 갇혀 아 내가 그래도 이 정도는 되지, 쟤보다는 낫지 하는 자기위안으로 겨우 겨우 삶을 지탱해 나가는.
아마도 배리는, 나는, 부끄러웠을 것이다.
실패하기 쉽다는 말은 뭐든 할 수 있다는 말과 동류다. 내가 이미 가진 것들로만, 남들이 이룩한 것들로만 산다면 편안은 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하물며 사랑을 하기 위해서도, 나만의 곡을 만들어야만 하는데. 절대 대충해서는, 네 것도 아닌 것을 때려부수며 자아도취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2021. 10. 17
영화 <싱스트리트>를 다시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