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미용학원을 함께 운영하는 미용실이 있다.
그렇다 보니 숙련된 미용사가 아니라 수습생분들이 주가 되어 커트와 펌 등을 진행해 주신다.
가격은 남자 이발은 6천 원, 샴푸와 함께 하면 2천 원이 추가되어 총 8천 원이다. 펌은 15000원~2만 원이다.
요즘 물가에 머리 한번 깎는 데에 10000원만 해도 저렴한 편인 마당에 8천 원이라니,
단골 미용실에서 한번 펌을 한 후에 2달 정도 가볍게 정리만 하는 내 입장에서는 최고의 가격이었다.
미용실 내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면 잘 보이는 곳에 안내문이 적혀있다.
'초보 미용사분들께서 서비스를 진행해 주십니다. 불만족스러우신 경우 일주일 내에 재시술해드리겠습니다.'
누군가는 내 소중한 헤어스타일을 미숙한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걸 용납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나도 처음 가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늘 기대를 가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하게 된다.
내 생각에 내가 그 미용실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초보 디자이너분들이 해주시는 거라서'.
물론 이건 보편적인 입장에서 하나의 단점이면서 나에게는 큰 장점이다.
흔히 우리가 미용실을 가서 미용사분들을 만나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와, 손놀림이 진짜 빠르다.', '기계 같다.'와 같은 생각.
하지만 여기엔 수많은 사람들 머리를 관리하며 기술이 몸에 익어버린 베테랑 미용사로부터는 느낄 수 없는 풋풋함이 있다.
20대 젊은 디자이너부터 5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미용사분들로부터 관리를 받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미용사분들로부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 특유의 손떨림과 베테랑이라면 한 번에 쓱 해버릴 터치도 두 번 세 번씩 꼼꼼하게 해내는 열정을 보며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교육을 받은 것인지 사교성이 없어도 연습 삼아 손님들에게 어색한 한마디를 건네는 모습 또한 보고 있으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내 안에도 온화한 마음이 피어난다.
머리 감겨줄 때는 또 어떤가, 애기 머리 감겨주듯이 구석구석 꼼꼼하게 긁어주고 꾹꾹 눌러가며 목과 머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 서비스까지 받고 나면 '아, 고급 미용실이 무슨 소용인가. 이게 최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흔히 말하는 극락이 펼쳐진다. 머리 감기가 끝나면 그 자세 그대로 30분 정도만 자고 싶을 정도다.
물론 머리 자르는 실력 자체도 엄청 나쁜 구석이 있거나 하진 않아서 아직 재시술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해당 미용실에 대해 많은 장점들만 나열했지만 고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교육이 끝나면 미용사분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달 전에만 해도 계셨던 분들이 다른 수습 미용사분들로 바뀌어서 아련한 첫사랑처럼 그리워만 하고 어디서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미용실의 장점은 새로운 초보자들이 계속 들어와야지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끔씩 미용실이 아니더라도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한 직원들을 보며 재촉하고 화를 내기보다는 나와 같은 기분을 한 번씩 느껴봤으면 한다. 물론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