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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May 26. 2017

카페 이야기

그림 배우는 사람들



 그들에겐 바쁘게만 돌아가는 일상에 쉼표가 필요하다.

 나를 위한 오롯한 시간이 필요하다. 







콜록콜록.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진 씨. 

음악은 김동률의 ‘감사’ 가흘러나오고 있었다. 요즘은 3주에 걸쳐 꽃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꽃잎 하나하나 수놓듯이 온 정성을 다해 그려보고 있다.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들에게 이 시간은, 그림이란 무슨 의미일까.


 지금 운영하는 카페에서 남편은 주로 커피와 술을 담당하고, 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작은 그림 클래스를 열고 있다. 

수업을 할 때는 나만 가지고 있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먼저 말해주거나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웬만하면 나이나 직업 등을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나이나 직업을 알게 되면 가지게 되는 일종의 편견 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꺼려하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고, 사회적 껍데기를 잠시 벗어던진 그저 ‘나’ 로써의 시간을 가지기 바라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 년이 넘게 함께 수업을 해도 이름과 연락처만 알 뿐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들이 그림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의외로 여러 가지 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평범한 이유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예쁜 그림을 그리고, 그 결과물로 만족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이유. 그들에겐 바쁘게만 돌아가는 일상에 쉼표가 필요하다.  나를 위한 오롯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 년이 넘게 함께 수업 한 학생분이 그런 이야길 했다.

 “직장에선 내가 끊임없이 소비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그 일에 필요한 일종의 기계가 되는 느낌 이예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순수하게 내가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내 능력이 소비되는 건 필연적인지 모른다. 

소비 끝에 찾아오는 공허함 또한 필연적이다. 

우린 그 남은 공백을 꽃잎 하나하나를 그려가며 채워가고 있다. 



















                                                                                                                                                          

전소영_sowha

그림그리는 사람.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 합정동에서 남편과 함께 세번째 카페를 운영하며 작은 그림 클래스를 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지만 늘 자연을 동경하고 그리워합니다.
시골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MAIL / iris567@naver.com

BLOG / iris567.blog.me

I N S TAGRAM / @artist_so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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