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사람 됐습니다.
연애가 끝날 때마다 깊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했던 그 말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매너 없었네', '그땐 왜 그렇게 쪼잔하게 굴었을까?', '자존심 좀 내려놓을걸' 하면서. 이별의 순간이 고통스러웠던 덕분인지 매번 잔인할 만큼 확실한 교훈이 남았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몰랐던 첫 연애는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의 연애는 꽤 어른스럽고 그럴듯하다. 이 정도면 그간의 연애와 이별이 날 사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연애를 통해 깨달은 교훈을 정리해보았다.
친구보다, 어쩌면 가족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게 애인이다. 내 속마음을 가장 많이 털어놓는 사람이기도 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긴 만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자칫 방심하면 실수하기 쉬운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난 연애할 때 애인에게 너무 기대거나 기대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친구한테는 이 정도로 기대지 않으면서, 가족한테도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으면서 애인에게는 많은 걸 바랐다. 하지만 애인도 여러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 내가 친구한테 당연하다는 듯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듯이 애인한테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내가 슬금슬금 선을 넘는 동안 상대방은 부담스러워 뒷걸음질 칠 수 있다. 애인을 놓치지 않고 싶다면 방심하지 말고 예의와 선을 지켜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사랑이 맞는지 헷갈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앞세워 섹스를 강요했던 사람과, 다이어트를 강요했던 사람, 늦게까지 논다고 혼내며 눈치 줬던 사람, 집착했던 사람. 그 사람들과 했던 연애의 공통점은 내 삶을 갉아먹었다는 거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애인의 눈치를 보는 내가 남았다. 그때 내가 했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폭력이다. 진짜 사랑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자. 언제라도 사랑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으면 용기 내어 멈춰야 한다.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을 현명하게 구분해야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
내가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매력 없다. 그게 현실이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부 다 내팽개치고 달려와줬던 사람이 있었다. 물론 너무나도 고마웠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게 나뿐인 것처럼 느껴졌을 때 부담스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연애와 별개로 나 스스로 멋진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삶을 멋지게 살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나부터 놓치기 싫은 사람이 되어야 연애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우린 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빛바래게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결같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우리도 헤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사랑이 끝나도 살아나갈 힘을 남겨둬야 한다. 영원을 기대했다가 혼자 배신감을 느끼거나 상처 받지 말자.
깨진 유리잔만큼 되돌리기 어려운 게 인간관계다. 무너진 신뢰,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 힘들었던 기억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회는 한 번뿐인 것 같다. 헤어지고 다시 만난 커플들을 많지만, 다시 만나서 더 행복해졌다는 커플은 별로 못 봤다. 얼마 못 가 다시 헤어졌단 소식이 들려왔을 뿐.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이 사람과의 연애는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글 양유정
그림 소우주 (instagram@sowoojo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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