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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Dec 18. 2021

12월의 재생종이

재생지 달력, 다이어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지구나무 2022 재생지 달력

195*270mm / 8,000원 / 바로가기

50% 재생펄프 + 비목재펄프 종이 + 검정 콩기름 인쇄 + 린넨실


스케줄 관리야 언제나 스마트폰이 해주고 있지만, 스마트폰 잠금을 풀고 캘린더 앱에 들어가 한 달을 파악하는 것보다, 벽에 걸린 채 날짜를 알려주는 임무만을 묵묵히 다하는 달력을 보는 게 편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꼭 없으면 찾게 되는 달력, 선택지 사무실은 벌써 2022년 달력을 골랐다. 2021년에 이어 지구나무의 2022 재생지 달력으로.


@지구나무


합판으로 둘러진 사무실이라 어디든 압정으로 턱 하니 걸어놓기 편하고, 파랗고 빨간색 없이 일요일과 공휴일은 아웃라인으로 처리되어 하얀 종이 위에 검은색 날짜뿐이니 어떤 인테리어든 튀지 않고 얌전하게 이쁘다. 달력 종이의 재질도 올해와 같은 재생펄프+비목재펄프. 불규칙적인 티끌들이 마치 눈 내리는 듯하다. 


왼쪽부터 A4 사이즈 노트, 2022 달력, 2021 달력 s사이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늘 s, m 2가지 사이즈로 나오던 달력이 하나의 사이즈로 통일되었다는 것. 작은 사이즈를 사용하던 때에 비해 한눈에 달력이 잘 보이는 듯하다. 또 커진 폰트는 조금 동글동글해졌으며, 봉제실이 면에서 리넨으로 바뀌었다. 같은 자리에 걸어두면 뭐가 바뀌었는지 아무도 못 알아챌 디테일이지만 괜히 이런 사소함이 더 좋다.



표지를 뜯으면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다. 12월부터 시작하니 새것을 얼른 뜯어보고 싶어 발을 동동거릴 필요가 없다. 박음질 아래 칼선 덕분에 표지도 깨끗하게 뜯긴다. 촤르륵 시원한 쾌감은 덤이다. 전작을 1년간 뜯어보면서 실들이 풀린다거나 종이가 지저분하게 남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으니 경쾌하게 뜯어보도록. 참고로 필기감이 좋아 지난해 달력은 메모지로 다시 쓰기에 최고다.



지구나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 모빌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 트리 2종 + 천사 + 눈사람 / 레드, 그린 / 8,000원 바로가기

크리스마스 모빌 : 입체 트리 2종 + 천사 + 눈사람 + 별 + 볼 + 트리 2종 / 10,000원 바로가기

재생지 펄프 40% 이상 + 바가스 펄프 10% 이상 친환경지 



12월 25일 24시 땡! 하고 나면 마음을 일렁이게 하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철 지난 유행처럼 느껴진다. 1월이 되도록 남아있는 장식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계절 옷 같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참 유통기한이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에는 그게 또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짧지만 그 시간에서 만큼은 가장 빛난다. 딱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제철과일처럼.



제철을 맞은 크리스마스 장식은 뭐든 다 이쁘다. 왜 초겨울 귤은 맛이 덜하지만, 12월이 되면 트럭에서 파는 귤도 죄다 맛있잖아. 머리에 꼭 황금빛 별을 단 커다란 트리가 아니어도, 이런 작은 장식 하나만으로도 설레기에 충분하다. 쪼끄매도 대롱대롱 달려있는 모빌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마저 귀엽고, 오너먼트들은 올려만 놓아도 옹기종기 마을을 만든다. 정말 별거 아닌데, 괜히 빙글빙글 웃게 하는 힘을 가졌다.




만들기 난이도는 '하'. 영화 <나 홀로 집에>를 틀어놓고 평화롭고 느슨하게 오너먼트를 조립할 생각이었지만 순식간에 만들어버렸다. 모빌도 만들기는 쉽다. 위치를 조정하는데 조금 손이 갈 뿐. 하지만 그만한 이쁨이 있다. 스카치테이프만으로도 천장에 잘 매달려있으니 추천! (영업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두 가지 색상을 사서 믹스하는 게 제일 이쁘다.)


제일 큰 추천 포인트는 보관 문제다. 부피가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위해 11개월간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겠다면 난 월세라도 받아내야겠다. 요 재생지 장식은 다시 납작하게 만들어 종이상자에 넣어 책장 한편에 보관하면 그만이다.




공장 2022 선라이즈 다이어리

140*140mm / 13,800원 / 바로가기

폴리우레탄 원단 표지 + 재생지 100g + 콩기름 인쇄



작년 11월, 그렇게 열심히 올해의 다이어리를 찾아 헤다가, 12월 31일 기한을 넘겨버렸다. 1월 1일부터 새 다이어리를 쓰지 못하다니! 소극적 완벽주의자인 나는 어쩔 도리 없이 21년 다이어리를 포기했다. 그러고는 한 달짜리 먼슬리 플래너와 노트패드로 근근이 1년을 버텼다. 이번엔 늦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그렇게 12월이 되자마자 22년 다이어리를 골랐다. 21년 12월부터 시작하는 공장의 선라이즈 다이어리로다가.


@공장


우선, 표지가 양장이 아니라 가볍다. 가방 무게 300g 이상은 쳐다도 안보는 나에게는 최고의 장점. 표지 색상이 샌드 베이지/오렌지/비치 그린/네이비/블랙/캐러멜 총 6가지로 나오는데 온통 하얀 집과 죄다 시꺼먼 사무실 책상 위, 어디서든 존재감을 과시할 쫀득한 오렌지색으로 골랐다.


@공장

조금 맘에 걸리는 건 표지가 얇지는 않은데 살짝 들린다는 것. 다행히 2년간 안 버리고 모셔놓은 어디선가 받은 고무줄이 같은 오렌지색에 사이즈도 딱이다. 이럴 때 정말 뿌듯하다. 아, 모셔놓은 고무줄이 없다고? 공장 홈페이지에서 1,500원만 추가하면 고무줄은 물론이요, 아카이빙 파일과 스티커와 메모지 등 다이어리를 단숨에 업그레이드해줄 DIY세트를 구매할 수 있다.


@공장

두 번째로 맘에 드는 점은 먼슬리를 제외한 모든 페이지가 프리노트다. 위클리로 쓰기 좋은 8칸 페이지가 있지만 날짜는 적혀있지 않다. 레이아웃은 있지만 자유도가 높다. 날 힘들게 하는 시간 단위 계획표나 하나의 제목을 적어야 하는 칸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종이를 얇게 긁어내는 듯한 필기감을 가진 종이는 아니지만 미끄러짐과 번짐이 없어 만족한다. 의외로 샤프로 적는 감이 좋아 프리노트는 샤프로 적을까 싶다. 평량 100g짜리 종이라 비침은 약간 있다. 하지만 잉크가 배어 나온다거나 다음 장에서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소프트 라이너 형광펜은 비침이 전혀 없다.)


재생종이 덕에 12월의 큰일들을 무사히 마쳤다.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내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골랐으니. 이제 남은 21년의 밤들을 가득 채워줄 옛날 영화 리스트와 달달한 와인만 준비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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