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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ug 13. 2021

비누전(展)시작까지의 기록

선택지제로웨이스트팝업 vol.1  비누展첫 장



0. 비누전 계획

가장 쉽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고, 또 손쉽게 사용해 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물품이 무엇이 있을까 고심하다 선택하게 된 비누.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던 비누나 샴푸, 세제 등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택지는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비누를 소개하고 동시에 액체비누 대신 고체비누 사용 캠페인을 해보자는 취지로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 기획전인 비누전(展)을 준비하게 되었다.


1. 초반 작업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기획전 콘셉트를 잡고, 전시 내용 구성, 일정, 홍보, 공간 계획 등을 협의하고 조정하고 실행하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기획전 콘셉트는 전시처럼! 비누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자. 비누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자. 


그리고 비누 브랜드와 소개할 비누 선정. 제로웨이스트의 가치를 지향하는 브랜드를 선정하고 컨택, 각 브랜드 제품을 샴푸, 바디워시,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종류별로 주문했다. "포장 없이 주문할 수 있나요?" 포장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무포장 상태로 판매하고 싶었지만, 비누 제품은 규정에 따라 생산한 그대로 판매해야 한다. 무포장 판매 Pass. 주문한 비누를 분류하고 수량을 체크하고 제품별 특징, 성분, 포장상태에 대한 정보 수집, 정리. 


이후 선택지와 위치한 강동구에 있는 비누공방을 조사하고, 제품 판매가 가능한 공방 컨택. 가까이에 있는 공방에서 비누를 주문하여 불필요한 포장과 유통단계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컨택한 동네 공방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2. 전시 공간

우리는 전시 공간에 농산물 박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선택지 멤버 중 쟌느의 아버지는 배 과수원을 하셨다. 하지만 화상병이라고 하는 과수 전염병이 돌아 배나무는 모두 잘려 땅에 묻히고 그 땅은 과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배를 운송하던 플라스틱 박스 천 개는 덩그러니 창고에 남았다. 이미 생산되었지만 쓸모를 잃은 배 박스에 의미를 주고 싶었다. 


배 박스 100개를 트럭으로 운송, 하차. 더운 날 뙤약볕 아래 흙과 비료가 뒤덤벅이 된 100개의 배 박스 세척. 주방세제, 3종 솔, 칫솔, 붓 그리고 지인 협찬 물대포 샷건 동원. 이렇게 세척된 배 박스는 PP성내(프레셔스 플라스틱 성내)의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함이 되었고,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수납박스가 되었고 그리고 비누전 매대가 되었다. 


매대 상판은 자작나무 합판을 재단하여 사용. 환경적이라고 또 경제적이라고 우리는 또 우리의 남아도는 신체 에너지를 사용했다. 우레탄 코팅 대신 오일스테인과 수성 바니쉬로 직접 코팅함. 스테인 칠, 건조, 스테인 칠, 건조, 바니쉬 칠, 건조, 샌딩, 바니쉬 칠, 건조, 샌딩의 반복 작업 후 배 박스 상판 완성. 


3. 홍보물 디자인 & 제작

그렇게 하나 둘 준비해 가던 중 주문한 비누들이 도착하면서 슬슬 홍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홍보물 제작은 70여 개나 되는 많은 비누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어쨌든 해냈다. 온라인 홍보용의 웹자보, SNS 홍보물, 전시장 포스터, 전시 안내 브로셔, 전시 소개물 등 다양한 인쇄물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제작한 웹 홍보물은 선택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SNS에 하루에 한 종류씩 비누 사용 캠페인 'Who Love Soap' 홍보물을 게시했다. 사탕수수 종이에 선택지 사무실 잉크젯 프린트(레이저 프린터 인쇄는 미세 플라스틱 가루로 인쇄하는 거라고요!)로 인쇄한 브로셔를 동네 곳곳을 돌며 거점 공간에 비치하고 나눠드렸다. 전시장 포스터는 매장 유리에 붙이고, 브랜드 소개물은 배송 택배박스를 사용해 벽면 부착했다. 


4. 외부 공간 

선택지 매장은 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위치한다. 그래서 아늑하고 조용한 반면 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려워한다. 선택지 위치를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비누전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눈에 띌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벽화. 


선택지 매장 앞 오래된 담벼락에 ‘NO PLASTIC, SAVE EARTH’라는 문구를 담은 벽화를 그렸다. 가로폭 1.4미터 높이 2M 벽화에 선택지의 상징색(배 박스 색깔)과 같은 노란색의 페인트가 첨첨 채워져 갈 때 비누전이 가까워졌음이 실감이 났다. 비누전에 찾아와 주실 많은 분들에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노란색을 볼 때마다 선택지 그리고 ‘NO PLASTIC’이라는 문구가 생각났으면 좋겠다.


5. 진열

완성된 벽화, 포스터, 그리고 테이블까지. 선택지는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동선과 시선을 고려한 테이블 비치와 비누 진열 작업을 하고, 찾아와 주신 분들이 비누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싱크(우리는 '퐁텐'이라 부른다)를 설치했다. 설치 작업에 대한 뒷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기존 샴푸나 주방세제를 비누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거부감을 해소하려면 직접 사용해보는 게 필요하다. 또 그 많은 비누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내 피부에 맞기는 하는지 알려면 테스트해봐야 한다. 선택지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비누전에 오신 분들이 직접 비누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액체비누 대신 고체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쉽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6. 마무리

어제 날짜로 시작된 비누전. 멀리서 와주신 분도 계셨고 첫 기획전을 축하해주러 오신 반가운 분들도 많았다. 많은 분들이 깔끔하게 꾸며놓은 전시장에 좋은 평들을 해주셔서 선택지 직원 모두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 비누전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 테스트하기 어려운 비누 70여 개를 그 자리에서 필러로 갈아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 또 구매한 비누 개수만큼 플라스틱 샴푸통 모양의 도장을 벽에 찍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또 8월 15일까지 PP성내(프레셔스 플라스틱 성내)에 플라스틱 200g 이상(손바닥보다 작고 깨끗한 PET, PE, PP, PS)을 가져오시면 전 비누 제품을 10% 할인해드리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실지 모르겠지만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거나 샴푸바, 설거지바 등을 직접 사용해보고 싶으신 분들 모두 편하게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가장 쉽게 해 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인 비누 사용.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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