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받침 추천 5
사용하는 액상비누룰 고체비누로 바꾸면서 가장 절실한 건 비누받침이다. 비누받침 옵션이 없는 원룸에서 접시나 밀폐용기로 비누받침을 대신했더니 비누가 다 무르고 곤죽이 됐다. 수분은 비누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건조하게 잘 보관하는 것만이 비누를 끝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사용하는 길. 그 해답은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비누받침이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스텐, 나무, 규조토, 플라스틱, 자석홀더 갖가지 비누받침을 사용해봤다. 나무는 갈라짐과 변색으로 관리가 어렵고, 벽걸이 스텐은 무게 때문에 잘 붙어있는 표면을 골라야하고, 규조토는 머금은 수분 탓에 비누가 떡이 된다. 플라스틱은 욕실 바닥에 두면 빨리 삭고 깨졌다.
그렇담 비누를 받치는 구조가 아닌 매달아 놓는 자석홀더를 선택할까? 했지만 지금 사용하는 비누 종류만 해도 세안용, 바디용, 샴푸, 린스, 세탁, 설거지, 손씻는 용으로 꾀나 많은 데다가 다양한 브랜드의 바누를 찾아 사용해보고 있다보니, 그 비누 갯수만큼 다닥다닥 붙어있을 자석홀더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더라.
그래서 아직도 하나로 통일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 써보고 있는 김작자의 비누받침들을 소개한다.
100% 업사이클 플라스틱
9,000원
수익금은 ‘플라스틱 방앗간’에 전액기부
정사각형 안의 푸른 그라데이션이 마치 부서지는 파도를 그린 유화같은 모레의 비누받침.
모레상점에서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로 플라스틱 방앗간과 함께 HDPE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제작한 비누받침이다. HDPE는 가볍고 잘깨지지 않는 튼튼한 플라스틱이라 병뚜껑보다 비누받침같이 작지만 오래쓰는 물건에 적절하다.
작은 플라스틱 수거부터 업사이클 제품 제작까지 모든 과정의 방법을 공유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우리나라에서는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알려졌다. 이 플라스틱 방앗간에 플라스틱 병뚜껑을 나르는 참새클럽의 참새부터, 동네에서 참새들을 모으는 둥지클럽 운영지기를 지나, 아예 프레셔스 플라스틱 수거지점의 일원이 된 김작자가 모은 병뚜껑이 이 비누받침 한 개의 몫은 하지 않았을까? 뿌듯함과 이쁨으로 만족도가 상승하는 비누받침이다.
모레의 비누받침은 비누가 닿는 표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끈한 물결 구조로 제작되었다. 표면 파찰력이 얼마나 적냐하면, 린스바같이 오일 함량이 높은 비누 혹은 제멋대로의 모양을 갖게된 작은 비누조각은 미끄러져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을 절대적으로 피해야하는 잘 물러지는 비누에 추천하겠다.
천연수세미(luffa)
중앙 심지를 축으로 커다란 구멍과 자글자글한 섬유질구조의 수세미 단면은 비누받침으로 제격이다. 비누가 닿는 면적이 적고 물빠짐까지 좋은 구조를 날때부터 가졌다. 이 구멍이 뻥뻥 뚫린 구조는 생각보다 단단해 1cm 가량의 두께라 할지라도 비누 정도의 무게에는 끄떡없다.
물론 섬유질 구조가 촘촘한 수세미로 잘 골라야하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나 대신 수세미를 고르고 골라 깨끗하게 절단한 수세미를 500원 전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곳이 많으니 직접 자르는 수고와 실패를 맛보지 않아도 된다.
식물이다보니 다른 재질보다 마모가 빨라 종종 갈아줘야 하지만, 그 마지막을 욕실 청소라는 막중한 임무를 해내고 떠나니 이만한 비누받침이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비누를 두는 곳이 물이 잘 고이는 환경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젖어도 금방 마르는 수세미지만 고여있는 물에는 장사없다. 고인 물을 쭉쭉 빨아들여 비누를 무르게 한다. 욕실 선반 위에 두기에 딱이다.
매일 사용하는 것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야한다고 배웠다. 실리콘 비누받침은 모양이 정말 가지각색이다. 앞으로 비누를 쓰기로 결심했다면 비누받침은 매일 보고 쓸 집의 일부나 다름없으니 모양이나 색상을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사기엔 아주 적당한 재질.
선택지의 비누전에서도 실리콘 비누받침을 소개했다. 세탁비누도 떡하니 올려둘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로. 물론 천연소재의 비누받침도 있었지만, 관리가 쉽고 공간 특성도 안타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이여야 비누도 오래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리콘을 선택했다.
내가 생각하는 실리콘의 최고 장점은 잘 미끌리지 않는다는 것. 거품이 가득한 비누를 올려 놓아도 흘러내리지 않고, 타일이나 대리석같은 매끄러운 단면에 올려두어도 잘 밀리지 않는다. 머리를 감는 도중 눈도 못뜨고 비누를 올려놓으려 손을 뻗다 비누받침 채 날려버리는 김작자에게는 소중한 장점이다. 날아간 비누받침이 깨질 일도 없고 말이다.
실리콘 받침을 찾고 있다면 이렇게 비누를 받치는 면적이 가늘고 높으며 경사진 구조를 추천한다. 비누와 물이 닿을 새가 없고 경사의 끝부분들이 직접 바닥과 닿아 단숨에 물이 빠진다. 구멍이나 따로 물빠지는 홈이 있는 비누받침은 뭉친 비누들을 닦기 어렵다.
비누받침 대신 비누망도 좋은 비누보관 선택지가 되어준다. 비누망은 비누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아도 수전에 걸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아진 비누를 담아 끝까지 사용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거품을 맘껏 낼 수 있다.
김작자는 세안제건 샴푸건 모두 거품망에서 거품을 낸 후 사용한다. 손으로 비벼서 낸 거품으로는 도저히 만족이 안된다. 비누 자체가 거품이 잘나냐 안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최대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찝찝함이 있다. 어쩔 수 없으니 대충 씻은 기분이다.
그렇게 사용해오던 거품망은 폴리에스터라 사용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켰을 것이다. 이미 사용하던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면 그물과 삼베로 된 비누망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대체품이 있어 다행이다.
사용중인 비누망은 면 그물과 삼베로 된 것인데 모두 거품이 잘난다.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면그물은 조직이 성글어 커다란 거품들이 잘나는 편이고, 삼베는 조직이 촘촘한 만큼 조밀한 거품이 난다.
성긴 면그물은 통기성이 좋으니 아무래도 삼베보다 빨리 건조된다. 그렇다해도 면이나 삼베나 모두 직물이니 물기를 꾹 짜서 건조시켜야 하는 귀찮음은 따른다. 하지만 비누들의 크기가 작아지면 비누망 공간이 많이 남아 거품내기도 쉽고 건조도 빠르다.
처음 개봉한 비누는 비누받침으로, 작아진 비누는 비누망으로, 이 순서라면 비누를 끝까지 사용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삼베 비누망은 샤워타올로도 합격이다. 이참에 샤워타올까지 갈아타고 글을 남기러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