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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Sep 09. 2021

안 받고 안 주는 게 편한 추석선물이지만

쓰레기 덜 나오는 추석선물 찾기

나에게 추석이란 하루종일 먹다가 지쳐 잠들고 다음날 또 열심히 먹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어느새 추석선물을 고민해야 하는 으른이 되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혼자 떨어져 살아 명절날 빈손으로 쭐래쭐래 가도 환영받는 인간 자체가 선물이었건만... 환영이 야박해졌다. 분명히 '명절날 선물은 안 받고 안 주는 게 제일 속편하다.' 고 가르쳐주셨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 가르침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명절날 선물포장 쓰레기는 정말이지 불편하니까. 

포장재를 분리하는 것도, 다시 쓰는 것도, 버리는 것까지 말이다. 플라스틱 박스에 금색 공단은 왜 그렇게 덕지덕지 붙여놓는지, 각종 선물세트를 담은 부직포 쇼핑백 크기만 크고 폭은 좁아 어디 써먹을 데도 없고, 부피는 엄청나서 연휴가 끝날 동안 집 한구석을 가득 채운다.


그래도 지속가능한 소비가 대두되면서 올 추석은 박스 크기 혹은 쓸데없는 플라스틱을 줄인 선물세트를 내세우는 곳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아직 쓰레기가 덜 나오는 선물세트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니 내가 필요해서 배송 물류가 폭주하기 전, 쓰레기를 안 받고 안 줄 수 있는 추석석물을 찾아봤다.



자연애플농장 홍로 사과

종이난좌 + 종이박스 포장

5kg 기준 25,000원 (9/9 기준 : 17과 택배 발송 13일 마감. 택배비 5,000원)

주문은 인스타그램 DM


@nature. apple

아무리 생각해도 추석 대표음식은 송편도 아니오, 전도 아닌 단연 과일이다. 연휴 내내 후식으로 과일 먹고, 손님 온다고 과일 먹고, 차례 지내고 과일 먹고, 성묘 끝내고 과일을 먹는, 추석은 과일 기념일이 아닐까. 



@환경부


그만큼 추석선물에서 과일은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박스 안에서 한 움큼 나오는 과일망과 스티로폼 난좌까지 빠지지 않는다. 비싼 아이들은 또, 하나하나 비닐포장에 금박 스티커까지 붙어있다. 전부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nature.apple 인스타그램

과일은 흠집 하나만 나도 어떻게 상하기 시작할지 모르는 일이라 완충재를 빼기가 어려우니 종이난좌를 사용하는 사과농장을 찾았다. 경남 함양에 위치한 자연애플농장. 종이난좌는 폐지로 만든 재생지로 만들었다.

 

@nature.apple

샤인 머스켓이나 애플망고 같은 고급 과일도 좋지만 추석 시즌 사과는 정말 맛있다. 알고 보니 요맘때쯤 나오는 제철 사과가 '홍로'란다. 울룩불룩하게 생긴 파프리카를 닮은 홍로는 과즙이 풍부한데 반해 조직이 단단해서 먼 거리 배송에도 무리가 없어 선물용으로 딱이다.



Money envelop 용돈 봉투

100% 재생 코튼 종이

4,500원

성수동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


나이를 먹을수록 앞으로 말 잘 듣겠다는 거짓부렁과 사랑이 담긴 편지봉투 대신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가 다이렉트 효도라는 걸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봉투의 모양새까지 신경 써야 하는 어른이 됐다는 사실도.

 

@point of view


쬐끄만한 편지봉투에다 담아드리던 용돈을 작년엔 번쩍거리는 금색 봉투에 담아드렸더니 예상외의 호응을 받았다. 특히 엄마가 '이런 것도 받아본다'며 엄청 좋아하셨다. 그러고 나니 기대치를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는 것... 하지만 이번 추석은 기대에 부응하는 화려한 봉투 대신 이쁜 봉투로 노선을 틀었다. 재생 코튼 종이로 된 이쁜 봉투를 발견했으므로. 


@point of view

코튼 종이, 그러니까 면섬유로 된 종이는 내구성이 강하다. 받은 봉투들을 차곡차곡 모아 다시 잘 사용하는 부모님이기에 적절한 재질일 테다. 작은 봉투 하나지만 선물은 유용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법. 아, 용돈 봉투뿐만 아니라 작은 카드와 편지지 세트도 있으니 참고할 것.


제품은 비닐로 포장되어있지 않지만 배송 중 오염이나 비에 젖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개별포장 후 출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 없이 받고 싶다면 '비닐쓰레기를 덜 받고 싶어요.'라는 내용을 배송 메시지에 남겨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김작자는 택배 없이 성수동 매장에 직접 방문할까 고민 중.



달하루 양갱 세트

5개입 10,000원 / 14개입 28,000원 (추석맞이 할인 중 9/6-9/15)

달하루 홈페이지


@달하루

우리 할머니 주머니엔 꼭 사탕이 들어있다. 엄마 말론 옛날엔 설탕을 싸가지고 다니셨다고 했다. 주기별로 달라지는 할머니 최애 사탕을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선물로 챙긴다. 하지만 그것도 사탕 종류 몇 바퀴를 도니 요즘은 영 좋은 반응을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엔 양갱으로 갈아탈까 한다.


@sk이노베이션

이곳의 양갱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달하루는 해조류 추출물로 일회용 플라스틱, 목재 대체제를 만드는 '마린 이노베이션'이라는 곳의 양갱이다. 양갱의 재료인 한천을 추출하고 남은 우뭇가사리 부산물로 비목재 종이 계란판이나 종이컵 등의 제품을 만든다. 


@달하루

아무래도 양갱이니까 은색 비닐포장까지는 피할 수가 없더라. 할머니가 일하시는 중간에 주머니에서 꺼내먹는 간식인지라 각 잡힌 포장재가 필요했다. 받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선물이니 여기까지만 타협하련다. 


시원한 파란색 패키지의 일러스트는 바다 오염으로부터 고통받는 해양생물들이 주인공이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환경단체에 기부되기도 한다. 한 가지 의문은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있음에도 자사 종이 패키지에는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조금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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