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비누 리뷰
두 마리의 개집사로 살아온 지 어언 8년. 많은 사람들이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비용은 사람 한 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니 첫째 강아지에게도 두 번의 슬개골 수술과 유치 제거 수술(자연적으로 빠지지 않아 결국 수술하게 됐다), 그리고 평생 안고 살아야 할 피부병까지 많은 치료비를 썼다. 물론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모든 반려인들은 공감하겠지만 내 병원비는 아까워도 반려동물의 병원비, 밥값은 전혀 아깝지 않으니까. (나는 굶어도 우리 강아지들은 절대 안 돼!)
첫째 강아지는 특히 피부 알레르기가 심해서 새끼 때부터 사료와 샴푸에 많은 투자를 하였는데, 좋다는 샴푸는 다 써보려고 했다. 하지만 좋다는 샴푸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피부병이 심해지면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샴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피부가 진정되면 일반샴푸와 약용샴푸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고 그 후에는 일반샴푸 사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또한 피부가 다시 심각해지면 약용샴푸로 돌아가야 한다.
매년 세네 번 정도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아무래도 약용샴푸를 사용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일반샴푸도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꾸준히 좋은 샴푸를 찾았고 그중에는 비누도 있었지만 선뜻 비누를 선택하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비누전(展)을 계기로 비누 사용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나는 기존 강아지 샴푸를 비누로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내가 써보기로 한 강아지 비누는 트망트망의 반려동물 비누인 팜프리 비건 비누와 동구밭의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아지 비누의 사용은 대만족이었다.
건조 전 120g, 건조 후 110g / 14,000원 / 고양이 사용 가능 / 바로가기
트망트망의 팜프리 비건 비누는 대표님과의 인터뷰 후 꼭 사용해보고 싶어서 비누전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현재도 선택지샵으로 방문하면 구매가 가능하고,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트망트망 공식 사이트와 트망트망 공방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팜프리 비건 비누는 한지로 포장되어 있어 다른 비누 브랜드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자에 들어있는 기존 비누들 보다 한지가 쉽게 찢어질 수 있으니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보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비누는 무향의 아이보리색 비누이며 계면활성제 및 방부제, 색소 등이 들어있지 않은 순비누로, 직접 제작하여 4주의 숙성과정을 거친 말 그대로 천연비누이다. 비누에 들어가는 코코넛 오일은 국제 공정무역 인증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고, 동물성 원료와 팜유 또한 들어있지 않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반려견의 털에 충분히 물을 묻힌 후 비누로 문지르면 된다. 그다음 손으로 털을 문지르면 일반 샴푸 못지않게 부드러운 거품이 잘 일어난다. 거품이 잘 생기지 않아 헤프게 쓰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나의 걱정과는 정반대로 조금만 문질러도 오밀조밀한 거품이 일어났다. 또, 성분이 다섯 개 밖에 들어가지 않은 심플한 비누라 쉽게 무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보통의 단단한 비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오래 쓰겠다 싶었다.
충분히 문지른 후 거품을 물로 헹구는 순간 트망트망 대표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정말 순한 성분들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샴푸에 들어가는 컨디셔닝 성분, 즉 실리콘 오일 등이 들어있지 않아 장모종들에게는 다소 뻣뻣할 수 있다고.
첫째 강아지는 말티즈로 장모종에 속하지만 순혈 말티즈처럼 길게 기를 수 있는 생머리(사람으로 비유하자면)가 아닌 살짝 곱슬기가 있는 털이다. 마법사 간달프, 산신령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긴 털의 스타일은 하지 못한다. (개인 취향이지만 짧은 털이 더 귀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늘고 힘없는 털이 특징인 말티즈에게 팜프리 비건 비누는 대표님 말씀처럼 거품이 씻겨 내려가자 뻣뻣함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뻣뻣함은 드라이를 하고 나니 사라졌고 푸석푸석하지도 않았다.
긴 털의 반려견들은 추가적으로 컨디셔너를 사용해줘도 되겠지만 우리 집 강아지는 피부 때문에 패스.
다른 오일이나 추출물들이 더 들어갔다면 기존의 샴푸들처럼 덜 뻣뻣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트망트망의 비누 성분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플하기에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첫째 강아지는 피부에 맞지 않은 샴푸를 쓰면 밤새 미친 듯이 긁고, 발을 핥는데 트망트망의 비누는 그런 증상이 보이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단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순비누이기 때문에 눈이 따가울 수도 있다는 것. 사람 아기의 경우 이 때문에 오히려 순비누 대신 계면활성제 비누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떤 비누를 사용할지는 어디까지나 반려인의 선택이므로 순비누를 쓴다면 반려견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자.
건조 전 120g, 건조 후 100g / 12,000원 / 고양이 사용 가능 / 바로가기
트망트망의 강아지 비누를 써보니 기존 샴푸보다 더 편하다는 걸 느꼈다. 좋다고 느낀 이상, 다른 제품을 안 써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써보기로 한 다음 비누는 동구밭의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이다. 비누계에서는 워낙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또 현재 실제로 쓰고 있는 동구밭 비누가 있기 때문인지 별 의심 없이 사용해보게 됐다. 동구밭 비누는 선택지와 동구밭 공식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는 흰색의 종이 상자 패키지로 상자를 열면 따로 비닐 포장 없이 비누가 들어있다. 상자는 당연히 재활용 가능하다. 연한 분홍색에 강아지 얼굴이 찍혀 있는 비누는 귀여움에 자꾸 시선이 간다.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는 트망트망 팜프리 비건 비누와 마찬가지로 무향이지만 코에 가까이 대고 맡으면 은근히 달달한 향이 났다. 인위적인 향은 아니고 여러 오일과 추출물이 섞여서 나는 향인 듯했다.
그리고 전성분에 색소나 색을 내는 성분이 없는데 분홍색인 이유가 개인적으로 궁금하여 동구밭에 문의해본 결과 파프리카 분말가루가 포함되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강아지 비누는 일반 세탁비누나 설거지바처럼 전성분 표기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표기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인위적인 색소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의 사용법은 팜프리 비건 비누와 마찬가지로 간단하다. 미온수로 반려동물의 피부와 피모를 적시고 제품을 문질러 거품을 충분히 낸 후 사용, 젖은 피부와 피모에 부드럽게 마사지해준 후 미온수로 충분히 헹궈주면 된다고 적혀있다. 동그란 모양의 비누여서 그런지 각진 비누보다 손에 더 잘 잡혔다.
설명서처럼 동그란 비누로 슥슥 털에 문지르고 마사지를 해주니 부드러운 거품이 금방 일어났다. 트망트망의 부드러움과는 조금 달랐는데, 트망트망이 가벼운 느낌의 부드러움이라면 동구밭은 그보다는 좀 더 무거운 느낌의 부드러움이었다. 시어버터가 함유되어 있다 보니 좀 더 묵직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일반 수분크림과 영양크림의 차이랄까.
충분히 문질렀다면 헹굴 차례.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도 실리콘 오일이 들어있지 않다 보니 물로 헹굴 때 뻣뻣함이 느껴졌지만 트망트망의 비누보다는 덜 뻣뻣했다. 앞서 말한 시어버터나 여러 추출물들이 뻣뻣해지는 현상을 막아주는 것 같았다. 물론 따로 컨디셔너를 사용하거나 컨디셔닝 기능이 있는 샴푸를 사용하고 있는 반려인들에게는 부족할 수는 있다. 컨디셔너는 어디까지나 반려인의 선택이므로 반려견의 피부나 모질에 따라 결정하길 바란다.
조금 더 촉촉한 느낌을 준 동구밭 비누는 이러한 사용감 때문인지 다소 무른 느낌을 받았는데 8-10kg 이상의 강아지를 키운다면 금방 쓸 것 같다.
동구밭의 올바른 강아지 천연비누는 한마디로 무난했다. 아주 뻣뻣하지도 그렇다고 모질이 건조해지지도 않았다. 장모종들에게 선뜻 추천은 못하겠지만 너무 길지 않게 관리하고 있는 강아지들이라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첫째 강아지가 조금 긁고 핥는 현상이 있었는데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이는 절대 비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처럼 강아지도 저마다 피부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둘째 강아지는 긁거나 핥는 현상이 전혀 없었다. 첫째 강아지한테는 아쉬운 비누였지만 둘째 강아지에게는 만족!
이렇게 만족한 동구밭 비누이지만 한 가지 주의사항을 말하자면 금방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화제가 들어있지 않은 비누들의 특징인데 동구밭의 비누는 처음 사용하기 전부터도 갈라진 게 보여서 금방 쪼개질 것 같아 조금 불안했다. 트망트망의 비누는 경화제가 들어있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금이 가거나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편하게 사용 중인데 동구밭의 비누는 곧 비누망에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먼저 왜 진작에 써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아지 비누 사용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산책 후 발을 씻길 때 편했다. 팁이라고 하기에는 별건 아니지만, 트망트망과 동구밭 비누 둘 다 거품이 잘 나기 때문에 손에 비누를 쥐고 강아지 발에 문지를 필요가 없이 그냥 손으로 비누 윗면을 한 번 스윽 문지른 후 발을 씻겨도 거품이 충분하다.
그리고 또 좋았던 점. 여러 번 펌프질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강아지들은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목욕할 때 가만히 있는 강아지들도 있고 난리 치는 강아지들도 있는데 우리 집 둘째 강아지는 후자 타입이다. 이러한 강아지들의 경우 목욕 중 펌프질을 하는 것조차 정신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문지르고 씻길 수 있는 비누가 더 편하다. 게다가 성분도 심플하니 더 만족.
보통 사람들이 쓰는 비누는 사람의 시선이 닿는 높은 곳에 올려두고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작기 때문에 무릎을 굽혀 욕조 안이나 샤워부스 바닥에서 씻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 목욕 시 선반 위에 올려 두었던 샴푸나 비누를 바닥으로 가져오게 되는데, 플라스틱 샴푸통은 바닥 위 흥건한 물을 막아주지만 비누는 그렇지 못한다. 비누 받침 채로 바닥에 내려놓아도 강아지를 씻기다 보면 계속 물에 닿게 된다.
보관은 선반 위에서 해야겠지만 선반에 두고 사용하는 비누들보다 물과의 접촉이 더 많기 때문에 쉽기 무르거나 빨리 닳을 수 있다. 사용 후에는 꼭 잘 건조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