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봐요.
타로 볼 줄 압니다, 하고 말하면 (천막 안에서 타로점 치는 장면을 떠올리며) 호기심 몽글몽글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뒤이어 타로 상담 과정 중급까지 수료했습니다, 를 덧붙이면 몽글하던 호기심이 언어로 빚어져 나온다.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럼요. 나는 마스터께 타로카드를 배웠다. 타로점 말고, 타로카드.
“나도 점 한 번 봐줘.”
겨울이 되면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께서 타로 봐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
“네, 그런데요, 타로는 너무 먼 미래 말고 6개월 정도까지만 보여줍니다.”
호기심이 살짝 불신의 눈빛으로 바뀌지만, 모른 척하자. 그다음 말을 하는 순간이 나는 매번 좋으니까.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면 결과가 바뀌거든요.”
진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타로점을 잘 못 본다. 그런데 나와 타로카드를 앞에 놓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간 사람들은 그 순간이든, 그 이후든 굉장히 신기해한다. “우와, 어떻게 이게 딱 나오지? 자기야, 이제 보니까 타로가 진짜 맞았어.”
그럴 수밖에 없지. 내가 하는 역할은 (뭔가 있어 보이는) 반지르르한 융단 천을 펼쳐놓고, (뭔가 있어 보이도록) 78장의 카드를 착착 섞어 좌르륵 펼쳐놓은 후, 그중 몇 장을 고르게 하는 게 다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고르신 카드가 어떻게 보이세요?”
같은 카드를 뽑고도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카드를 보고 있다. 카드 속 인물의 오묘한 표정을 누군가는 오만함으로 읽어내고, 다른 누군가는 외로움으로 읽어낸다. 그림 속 인물들의 몸짓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경에 있는 산이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고, 잘 보이지도 않는 도마뱀을 찾아내어 의미를 캐묻는 사람도 있다. 손바닥만 한 카드 한 장인데도 그렇다. 내가 보는 세상과 네가 보는 세상이 다름을 타로를 볼 때마다 배운다.
더불어 각자 다 다르게 보는 것 같지만, 큰 맥락에서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비슷하게 그림을 읽어낸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내가 아플 법한 상황에서는 그도, 그녀도 아프다. 너와 나의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 엇비슷한 각도라는 것도 타로를 통해 배운다.
카드 그림에 대해서 종알종알 같이 수다 떨고 나면, 이제 내가 진짜 마지막 한마디를 던져야 하는 순간이다.
“왜 이 카드가 나왔을까요?”
이제 방금까지 카드에서 찾아냈던 각자의 의미로 자신이 낸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을 시간이다. 뒤섞인 감정들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여주듯 뭉뚱그려진 나의 마음을 꺼내서 눈앞의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 타로카드다. 맞을 수밖에 없지. 내 문제의 답은 사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고민을 안고 있던 이에게 타로카드는 딱 한 가지를 말해줄 뿐이다. 네가 맞아.
타로카드를 섞어서 뽑기 전에 한 가지 전제를 깐다. 어떤 카드가 나오든 그 카드가 답이라는 것. 카드가 답을 알려준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지 않으면 타로카드는 심술궂게 엉뚱한 카드를 내놓는다(라고 믿는다).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않고 그저 재미로 뽑은 카드도 엉뚱한 답을 내놓기는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들여 구체적으로 고민한 문제에 대해서만 타로카드도 확실한 답을 보여준다. 이 또한 그럴 수밖에 없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던 문제라야 구체적인 해법을 내 안에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 전제를 다시 말하자면 이렇다. 타로카드는 무조건 옳다. 당신이 생각한 그것이 옳다.
그러나 ‘지금의’ 당신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당신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답을 알면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은 상태니까. 지금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결과가 달라진다. 더 좋은 쪽으로든 더 나쁜 쪽으로든. 그러나 어느 쪽으로 변하더라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타로카드는 속삭여준다. 가장 암울한 상황을 뜻하는 어두운 카드에서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거나 포근한 담요가 인물을 감싸주거나 따뜻한 빛이 그들을 비춰주고 있다. 그러니 주어진 상황에서 내 마음을 믿고 일단 움직일 것.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거듭거듭 움직일 것. 그 과정에서 타로카드는 당신에게 늘 같은 응원을 보내줄 것이다. 그래, 네가 맞아.
차마 다른 사람에게 버릴 수 없던 감정을 카드에게 털어내며 응원을 받던 밤이 있었다. 카드를 앞에 두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던 저녁이 있었다. 타로카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들의 영성과 영감을 나는 감히 따라갈 수 없지만, 평범한 나에게도 타로카드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드를 사이에 두고 많은 분을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몇 번의 연수를 통해 타로 상담 방법을 다른 분들께 알려드릴 기회도 주었다. 바꿔 말하자면 영성과 영감이 번뜩이지 않는 당신도 충분히 타로카드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타로카드에 대해 처음으로 알아보고자 한다면, 78장이나 되는 카드의 의미를 언제 다 외우냐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에게도 내가 타로를 배운 것과 같은 방식을 권한다. 카드 한 장을 앞에 두고, 그 카드의 키워드를 주제로 자신 혹은 타인과 수다 떨기. 그 카드를 볼 때마다 거기 담긴 스토리와 감정이 떠오를 것이다. 수학 공식은 아득해도 선생님의 첫사랑 얘기는 기억나듯이.
그러므로 이제부터 나는 당신과 수다를 떨 예정이다. 타로카드를 한 장 한 장 놓으며, 저는 이 카드의 그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나는데요, 사실 이 카드의 의미는 저것이랍니다, 하면서. 당신에게는 카드의 그림이 어떻게 보이는지, 카드의 키워드와 관련해서 무엇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스스로 내면을 마주하는 자기 상담의 기회가 될 것이다. 다른 분들과 마주 앉아 카드를 내밀며 이야기를 나누시면 더 좋겠다(“고르신 카드가 어떻게 보이세요?”를 반복하면 된다!). 타로카드가 상대방의 마음을 무장 해제하여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다.
‘네가 맞아’라는 타로카드의 응원을, 그 응원을 먹고 마음이 차곡차곡 차오르던 시간을 당신에게도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