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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Feb 28. 2023

이러다간 결혼을 할지도 모르겠다

얼렁뚱땅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나와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 친한 언니가 언젠가 나에게 말했다.


 "결혼 계획을 하나도 안 짰는데 눈 떠보니까 나도 모르게 갑자기 결혼하고 있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나는 절대 안 그럴 거야!'라고 당당히 부정했다. 하지만 2023년이 된 올해, 나는 그 언니의 말처럼 정말 나도 모르게 결혼을 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연애를 할 때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정확하게는 그냥 결혼이라는 걸 고려 자체를 안 했다.


 하지만 이번 남자친구는 조금 달랐다. 나 스스로도 이 사람이랑은 결혼이라는 걸 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행한 적은 없다. 그냥 단순히 '결혼해도 괜찮을 사람이네!' 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제 막 20대 후반이 된 나로서는 아직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나이(올해로 32살) 때문인지 결혼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도 자주 들려왔다. 


 특히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당연하게도 우리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올해 8월에는 우리 부모님이 직접 대만으로 오셔서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기로 했다. 어떤 날 아빠는 나와 밥을 먹다가 정말 뜬금없이 내가 집을 사게 되면 일부를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들은 10살 차이가 나는 친한 언니는 나를 위한 진심 어리면서도 조금은 엄한 경고를 주었다. 


 "너 그러다 너도 모르게 휩쓸려 결혼한다. 넌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잘 생각하고 결정해!"


  이제 막 20대 후반에 겨우 들어선 나는 집도 없고 엄청난 돈을 모아두지도 못 했다. 오히려 부모님께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남자친구와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얼굴을 본 건 대략 6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상견례라니. 나름 똑똑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에 있어서는 뭐 이렇게 멍청하기 그지없나 싶다.


 나 정말 이렇게 얼렁뚱땅 결혼을 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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